최양락 : 1980년대에는 KBS의 개그맨으로 웃겼다. 1990년대에는 SBS의 인기 MC로 웃겼다. 2000년대 초반은 MBC에서 ‘알까기’와 라디오로 웃겼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케이블에서도 웃겼다. 그리고 2009년에 다시 공중파에서 웃기기 시작했다. ‘왕의 귀환’이 아니다. 우리가 알든 모르든, 네로황제는 어디선가 늘 웃기고 있었다.

팽현숙 : 최양락의 아내. KBS <유머 1번지>의 ‘남 그리고 여’에 최양락과 함께 출연한 것을 인연으로 최양락과 결혼했다. 당시 팽현숙은 최양락이 계속 울면서 좋아한다고 말하자 “이 오빠가 정말 날 좋아하나보다”며 사귀었다고. 팽현숙은 결혼과 함께 실질적으로 은퇴, ‘남 그리고 여’에서의 예쁘고 조용한 캐릭터로만 기억 된다. 하지만 팽현숙은 KBS <코미디 대상>의 특별 무대에서 ‘남 그리고 여’의 캐릭터를 역으로 바꿔 최양락의 촉새 같은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할 만큼 나름대로 끼도 있었다. 또한 팽현숙은 최양락과 결혼 뒤 “안 해본 것이 없다”고 할 만큼 칼국수, 까페, 순대국집 등 다양한 사업으로 가정의 살림살이를 이끌었다. 이는 최양락이 30년 가까이 꾸준하게 개그를 할 수 있었던 이유. 황기순과 김정렬이 오락 프로그램에서 사생활과 가정문제로 놀림을 당하고, 이봉원이 사업실패로 ‘능력 없는 남편’의 이미지를 가진 것과 달리 최양락은 여전히 구김살 없는 모습으로 코미디를 할 수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최근 최양락의 오락 프로그램 출연 역시 팽현숙과 아들의 부탁 때문. 김정렬은 최양락에 대해 “언제나 가족 앞에서 웃기려고 노력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학래 : 코미디언 겸 사업가. ‘남 그리고 여’에서 팽현숙의 아버지로 간간이 출연했고, <유머 1번지>의 ‘괜찮아유’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다. 또한 KBS <쇼 비디지오 자키>의 ‘네로 25시’에서 최양락이 연기한 네로 황제의 부인 날라리아를 연기한 임미숙과 결혼했다. 최양락은 ‘남 그리고 여’, ‘고독한 사냥꾼’, ‘네로 25시’, ‘괜찮아유’등으로 1980년대를 주름잡았지만, 그의 개그는 완전한 주류는 아니었다. ‘남 그리고 여’에서의 모습은 당시 보기 드문 깐죽거리는 캐릭터였고, 바람둥이 남자를 연기하던 ‘고독한 사냥꾼’은 여자와 만나기 전 체력훈련을 하는 성인용 개그를 담기도 했다. 또한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사람들의 발바닥도 휘었다는 신하의 말에 “내 발은 평발이야”라며 응수하던 독재자를 연기하던 ‘네로 25시’는 김형곤과 함께 1980년대의 시사 풍자 코미디를 이끌었다. 심형래나 임하룡-김정식의 ‘도시의 천사들’, 이봉원-장두석의 ‘시커먼스’ 등의 모두가 볼 수 있는 코미디와 달리 그의 코미디는 보다 성인 취향이었다. 이 때문에 그는 개그 콘테스트 외에는 단 한 번도 ‘대상’은 받지 못했지만 전유성이 “너가 최고로 웃긴다”고 할 만큼 감각을 인정받았다. ‘괜찮아유’가 MBC <무한도전>등 여러 후배들에 의해 리메이크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당시 코미디가 대부분 정해진 패턴과 유행어의 반복으로 구성된 것과 달리, ‘괜찮아유’는 유행어보다 최양락과 김학래가 매번 다른 내용으로 상대방을 놀리는 것으로 코너를 이끌어갔다. 최양락은 앞서갔기 때문에 대중적인 ‘No.1’은 될 수 없었다. 대신, 지금까지 사람들을 웃길 수 있다.

이봉원 : 코미디언 겸 사업가. 최양락과 1990년대에 SBS <꾸러기 대행진>, <좋은 친구들>, <코미디 전망대> 등에 함께 출연했다. 특히 <꾸러기 대행진>은 콩트와 댄스음악 가수들이 공존하는 1990년대식 버라이어티 쇼였다. 듀스가 로고송을 작곡한 것을 비롯해 오프닝을 장식했었고, 이 데뷔 무대를 가졌으며, 개그우먼 김지선이 김경식과 윤정수 등과 함께 서태순과 아이들로 등장하기도 했다. ‘마리오네뜨’로 유명한 비보이팀 익스프레션의 단장 이우성도 ‘이우성과 턴테이블즈’라는 이름으로 <꾸러기 대행진>의 댄스 콘테스트에 나서 우승한 경력이 있다. 코미디에서 버라이어티 쇼로 예능 프로그램의 중심이 넘어가던 과도기에 두 사람은 신생방송사였던 SBS의 예능 프로그램이 안착할 수 있도록 기여한 셈. 그리고 그 과도기가 끝나면서 최양락과 이봉원의 전성기도 지나갔다. <좋은 친구들>의 MC는 남희석, 박수홍 등으로 바뀌었고, 최양락은 “H.O.T 이름이나 아냐”는 소리를 들으며 원치 않은 퇴출을 당했다. 이에 실망한 최양락은 1년 동안 호주로 떠나 이민 생활을 한다.

이경실 : 개그우먼. 최양락과 MBC <코미디 하우스>의 ‘웃지마’에 함께 출연했고, 최근에는 MBC 에브리원 <가족이 필요해>에서 최양락의 가상 아내로 출연한다. 최양락이 가장 아끼는 후배 개그우먼 중 한 명. <코미디 하우스>는 최양락의 이력 중 특이한 위치를 차지한다. 최양락은 MBC 출신이면서도 데뷔 직후 KBS로 이적, <코미디 하우스>를 통해 MBC에서 본격적으로 개그를 했다. 또한 ‘알까기’는 농구선수 한기범, 바둑기사 조훈현, 가수 윤도현과 강산에 등 각계각층의 게스트들이 출연, 게스트의 영역이 파괴되는 최근 오락 프로그램의 흐름을 먼저 보여줬다. 최양락은 최근 3-4년을 빼면 1980년대, 1990년대, 2000년대 모두 인기를 얻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최양락이 최근 ‘왕의 귀환’이라는 말을 들으며 환호를 받는 것은 <코미디 하우스> 이후 오락 프로그램의 흐름이 급변했기 때문. <코미디 하우스>는 이른바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은 마지막 프로그램이었고, 이후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은 완전히 공개 코미디와 버라이어티 쇼 중심으로 넘어갔다. 최양락은 당시에 대해 “이경규처럼 큰 흐름을 보는 눈이 부족했다. 나는 콩트 코미디가 천년만년 갈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배칠수 : 방송인. 최양락이 진행하는 MBC 라디오 <재밌는 라디오>에서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 등 전현직 대통령 성대모사를 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최양락이 현재 8년째 진행 중인 <재밌는 라디오>는 최양락이 요즘 예능 프로그램의 흐름과 상관없이 자기만의 영역을 가질 수 있음을 증명했다. <재밌는 라디오>는 프로그램 전체가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과 같은 시사 프로그램의 패러디 형식으로 이뤄지고, 최양락은 배칠수와 함께 매일 그 날의 이슈를 ‘대충토론’, ‘삼김퀴즈’ 등으로 실컷 꼬집는다. 때로는 배칠수가 현직 대통령을 성대모사하며 무슨 이슈든 “잘 안 들린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되풀이 하게 할 정도. 과거부터 최양락이 시도한 시사풍자 코미디와 깐죽거리는 캐릭터, 그리고 콩트가 결합해 그만의 코미디로 자리 잡은 것이 <재밌는 라디오>다. <코미디 전망대>에서 ‘모의 국회’를 통해 당시로서는 첨예한 이슈였던 금융 실명제까지 다뤘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중간평가를 비판했다가 청와대로부터 항의 전화까지 받았던 최양락의 시사풍자는 <재밌는 라디오>에서 그만의 코미디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최양락이 XTM <최양락의 X-RAY> 같은 토론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 최양락은 지난 몇 년간 공중파 방송에는 출연하지 않았지만, 라디오에서 자기만의 영역을 쌓았다.

강호동 : MC. SBS <야심만만>을 진행한다. 최양락은 <야심만만>의 게스트로 출연해 SS501의 김현중도 웃겼다는 ‘젖꼭지 개그’등을 빵빵 터뜨리며 <야심만만>의 보조 MC로 합류했다. 최양락은 농담 삼아 “유재석, 신동엽, 강호동의 프로그램에 모두 출연했는데 강호동만 나를 잡아줬다. 그래서 강호동이 최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자신은 강호동이나 유재석이 아닌 김흥국이나 조형기와 비교해달라고 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공중파 3사 버라이어티 쇼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던 50대의 노장이 단 한 번의 웃음으로 순식간에 복귀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갑작스러운 ‘귀환’이 아니다. 지난 30여년 동안 최양락은 어디서든 꾸준히 웃겨왔다. 최양락의 복귀 아닌 복귀는 오히려 공중파 오락 프로그램이 주변부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에 가깝다. 대세와는 다른 코드의 코미디를 하는 노장 코미디언도, 공중파 TV가 아닌 라디오에서 웃기던 사람도 공중파 오락 프로그램에서 얼마든지 웃길 수 있다. 노장은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그들은 지금도 어디선가 웃기고 있다.

Who is next
최양락의 KBS 개그맨 후배인 유재석이 진행하는 ‘패밀리가 떴다’에 출연한 다니엘 헤니

강명석 two@10asia.co.kr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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