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인교진 : 9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여러 스태프, 배우들과 노력한 만큼 조금은 아쉽고 또 한편으로는 후련하기도 해요. 시원섭섭한 느낌이죠.
10. ‘인생 캐릭터’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도 아쉬움이 있나요?
인교진 : 아무래도 더 보여줄 게 있었는데…싶은 거죠. 나름대로 자신이 맡은 배역에 있어서는 제가 작가가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장면도 있었으면 좋겠고, 욕심일 수 있지만 그래서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10. 더 펼치고 싶은 게 있었습니까?
인교진 : 재미있고 장난스러운 장면이 많았는데, 저도 진지하고 한 번쯤은 생과 사를 오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땠을까, 장혁 선배님처럼요.(웃음)
10. 문복이라는 인물을 만들 때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고 들었습니다.
인교진 : 외형적인 모습과 사투리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어요. 평소에도 이에 김을 붙이면서 아내와 아이들 앞에서 장난을 치는데, ‘나의 나라’ 속 문복이를 떠올렸을 때 떠돌이 생활을 오래 하는 사람이니까 지저분하겠다고 생각해서 그걸 좀 재미있게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에 까맣게 색을 칠했죠. 극 초반에는 못 알아보시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근데 딸들은 나오자마자 단번에 알던데.(웃음)
10. 문복과 화월(홍지윤 분)의 러브 라인도 신선했어요.
인교진 : 초반에 외모를 너무 망가뜨려놔서 멜로가 될까 싶었는데 중간에 한 번 세월이 훌쩍 흐르면서 이를 닦았죠.(웃음) 재미있게 해보고 싶었어요.
10. 코믹 연기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인교진 : 항상 캐릭터가 재미있고 웃기는 게 걱정과 부담은 조금씩 있지만 뭐든 재미있게 하는 걸 즐겨요. 하면서도 즐겁거든요. 그러면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은 줄고 재미있는 상황이 생기죠.
10. 다음 작품에서 진지한 역할을 못할까 봐 걱정되진 않습니까?
인교진 : 저 진지한 것도 잘하는데…(웃음) 사실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잘 모르겠어요. 다음 작품에서는 진지한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조금 재미있으면서 진지할 수도 있으니까, 한번 해볼 생각입니다.(웃음)
10. 전체적으로 무겁고 어두운 ‘나의 나라’에서 유쾌한 문복이를 연기하면서 분위기를 맞추는 게 쉽지 않았죠?
인교진 : 가라앉고 무거운 분위기에 제가 나와서 붕 뜨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죠. 이 드라마의 주제가 각자 자신만이 생각하는 나라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니까, 저 역시 중심을 잃지 않고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0. 이른바 ‘휘벤져스’라고 불린 양세종(서휘 역)·지승현(박치도 역)·이유준(정범 역)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인교진 : 다 동생들인데, 진짜 좋은 친구들이에요. 양세종은 아름다운 청년이죠. 진짜 힘들었을 텐데, 힘든 내색 하나 안 하더라고요. 지승현도 아름다운 동생이고, 유준이도 묵직한 매력으로 중심을 잡아줬죠. 우리끼리는 정말 재미있고 좋았어요. “휘벤져스가 너희들이어서 다행이다”라는 이야기도 했죠.
10. 오랫동안 촬영해서 정이 많이 들었겠어요.
인교진 : 9개월이라는 시간이 드라마 촬영 기간으로는 긴 시간이죠. 힘든 장면도 많았고, 특히 한여름에 긴 머리카락에 수염까지 붙이고.(웃음) 함께여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10. 촬영장에서 어떤 선배인가요?
인교진 : 되도록 파이팅 넘치게 하자고 이야기해요. 앞에 나서서 ‘파이팅!’ 이러는 건 아니지만, “그럴 수 있지~ 잘 될 거야”라고 말하죠. 같이 인상 쓰고 그러면 안 되잖아요. “방송에서는 분명 잘 나올 거야”라고 다독이죠. 말을 하면 진짜 말처럼 돼요.(웃음)
10. 코믹 연기가 딱 맞죠?
인교진 : 저는 코믹이 맞아요. 사실 제 역량이 부족해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 전혀 다른 사람을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맞을 수 있지만, 저는 저만이 할 수 있는, 제 코드가 있는 것도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맡은 역할들에 모두 인교진의 정서가 배어 있어요. 똑같이 재미있는 걸 하면서도 ‘어떻게 다르게 해볼까, 가지치기를 해볼까’ 고민하는 걸 좋아해요. 진지한 모습은 많이 달라져야 해서 제 안에 있는 모습을 끄집어 내서 하는 게 편해요. 이제 진지한 역할 안 들어오면 어쩌죠?(웃음)
10. ‘동백꽃 필 무렵’의 특별 출연도 인상 깊었습니다.
인교진 : 황용식(강하늘 분)의 둘째 형 두식이로 잠깐 나왔죠. 임상춘 작가, 차영훈 PD와 ‘백희가 돌아왔다’에서 호흡을 맞춘 인연으로 출연했어요. ‘백희가 돌아왔다’에서도 역할 이름이 두식이었죠. 좋은 기회를 주셔서 아주 좋은 드라마에 족적을 남겼습니다.
10. 짧았지만 반응은 뜨거웠어요.
인교진 : 드라마 모니터링을 할 때 온라인 실시간 톡(Talk)을 보거든요. 그게 중독성이 있어요.(웃음) ‘동백꽃 필 무렵’은 제가 특별 출연이어서 쌓아온 서사가 없지만, 강렬한 안상을 남기고 싶어서 충청도에서 연세가 있는 분들이 쓰는 말투까지 썼죠. 좋아해 주셔서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하하.
10. 충청도 출신으로 사투리를 마음껏 쓸 수 있어서 신났을 것 같아요.
인교진 : 아주 즐거웠죠. ‘동백꽃 필 무렵’ 보면서 강하늘 씨가 연기하면 따라 하고 그랬어요. 대사가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10. ‘실시간 톡’을 보면서 인상 깊은 말이 있었습니까?
인교진 : ‘인교진 최고다’ ‘없었으면 어떡할 뻔했느냐’ ‘나의 나라는 인교진이 살렸다’ 이런 말들만 기억납니다. ‘이가 왜 저러냐’, ‘저게 말이 되냐’ 같은 부정적인 말들은 기억 안 나요.(웃음) 그걸 보고 있으면 아내가 TV를 보면서 모니터링을 하라고 하죠.
10. ‘나의 나라’를 찍으면서 체력적으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인교진 : 지방에서 촬영을 많이 해서 집에 잘 못 갔어요. 가족들이 잘 있는지가 가장 걱정됐고, 체력적으로도 물론 힘들었죠. 한여름에 단발머리를 해서, 죽을 뻔했습니다. 여성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감탄했죠. 머리카락이 뜨거워지고 목덜미까지 뻣뻣해지더라고요.
10. 이번 드라마에 대한 아내의 평가는 어땠습니까?
인교진 : 아내는 잘 못된 게 보여도 이야기를 안 해요. 제가 뭘 하든 ‘잘 했다’고 하죠. 돌려서 말하지도 않고, 매일 ‘오빠 믿어’라고 해줘요. 참 대단한 사람입니다.
10. 아내에게 똑같이 하나요?
인교진 : 저도 그래요. 작품을 보고 제가 아쉬우면 당사자도 알아요. 아쉽다고 생각하는데 굳이 또 이야기를 하는 건 별로일 것 같아요. 서로 괜찮다, 잘했다고 힘을 주죠.
10. ‘동상이몽2’에 출연하면서 호응을 많이 얻었어요. 한편으론 가족과 집, 일상이 모두 공개됐는데, 출연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까?
인교진 : ‘동상이몽2’는 배우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제 입장에서는, 많은 이들이 좋아해 주고 받아주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매회 재미있게 촬영했습니다. 그동안 배우로서 제대로 보여준 게 없었는데, ‘동상이몽2’를 하면서 잘 된 게 있죠. 사실 ‘동상이몽2’만 하는 사람으로 아는 분들도 있어요.(웃음) 그래도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10. 부부 사이의 애틋함도 커졌을 것 같아요.
인교진 : 카메라고 찍어서 보니까 저도 모르는 제 모습을 보게 돼요. 신기하더군요. 그러면서 가족애도 커지고요. 부정적인 면은 제 삶을 시청자들이 다 아는 것일 수 있겠지만, 1년 8개월 동안 아내와 정말 행복하게 잘 한 것 같아요.
10.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건 힘든 일인데, 그걸 잘 하시는 것 같습니다.
인교진 : 어릴 때는 성숙하지 못하잖아요. 제 걸 좀 더 좋아 보이려고 하고, 아닌 걸 맞는 것처럼 말하기도 하고요. 아버지가 ‘솔직함이 너의 가장 큰 무기가 되도록 만들어라’라고 항상 말씀하셨어요. 어디가 아프면 아프다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괜찮다고 하면 아무도 모른다고 말이죠. 자신이 처한 상황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좋은 가르침 덕분에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요.
10. 고민은 없습니까?
인교진 : 연기자로서의 고민은 다음 작품에서 어떻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까, 만족스럽게 표현할까에 대한 것이에요. 20년째 하고 있죠. 직업의 연속성, 잘 하다가도 하향세를 그리는 게 우리 직업의 특성이니까 잘 유지해야 한다는 걱정이 있죠. 지금 저의 가장 큰 고민은 아래층에 사는 형님이 애들이 너무 뛴다고 이야기를 해서, 이사를 가야 하나…아주 큰 고민입니다. 오늘도 아내와 이야기를 나눴어요.
10. 연기자로 살아온 20년을 돌아보면 어때요?
인교진 : 2000년 MBC 공채 탤런트로 시작해서 어느새 20년째 연기를 하고 있어요. ‘신인’이라는 소리를 10년 동안 들었고요. 사람들이 저를 모르면 신인인 거죠. 오디션을 볼 때도 “신인입니다. 그런데 오래 했습니다”라고 소개했죠. 그런 시절이 길었는데, 항상 이야기하는 거지만 제 가치를 알아주고 높게 평가해주는 아내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로 인해 느지막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왔어요. 역할이 크고 작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걸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굵고 짧게 보다 가늘고 길게, 제 걸 잘 보여주면서 살고 싶어요.
10. 2020년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인교진 : 작품을 오래 쉬고 싶지는 않아요. 감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좋은 시기에 작품을 만나서 하고 싶고, 예능도 저에게 맞는 게 있으면 출연하면서 바쁘게 보내고 싶어요. 인간 인교진으로서, 아빠와 남편으로서도 바쁘게 일할 수 있는 한해가 됐으면 해요. 건강하게!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배우 인교진이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나의 나라'(극본 채승대·윤희정, 연출 김진원)에서 박문복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10년간 군역을 살고 전장에서의 무수한 경험을 지닌 문복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치아에 까만색을 칠하고, 얼굴에는 기미를 잔뜩 넣는 분장을 했다. 오랜 시간 앉아서 만들어낸 결과, 문복은 살아있는 인물이 됐다. 시청자들도 그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고, 심지어는 인교진인 걸 모르는 이들도 있었다. 시선으로 압도한 뒤 유쾌하고 호탕한 문복의 성격을 잘 살리며 극에도 활력과 재미를 더했다. 그 덕분에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의 ‘나의 나라’에 온화한 빛이 감돌았고, 문복이 나오는 순간만큼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인교진은 SBS 예능프로그램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이하 ‘동상이몽2’)에서 아내인 배우 소이현과의 일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보는 이들을 웃기고 울리며, 어디서든 유쾌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인교진을 지난 26일 서울 압구정동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10. ‘나의 나라’를 마친 기분은 어때요?
인교진 : 9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여러 스태프, 배우들과 노력한 만큼 조금은 아쉽고 또 한편으로는 후련하기도 해요. 시원섭섭한 느낌이죠.
10. ‘인생 캐릭터’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도 아쉬움이 있나요?
인교진 : 아무래도 더 보여줄 게 있었는데…싶은 거죠. 나름대로 자신이 맡은 배역에 있어서는 제가 작가가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장면도 있었으면 좋겠고, 욕심일 수 있지만 그래서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10. 더 펼치고 싶은 게 있었습니까?
인교진 : 재미있고 장난스러운 장면이 많았는데, 저도 진지하고 한 번쯤은 생과 사를 오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땠을까, 장혁 선배님처럼요.(웃음)
10. 문복이라는 인물을 만들 때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고 들었습니다.
인교진 : 외형적인 모습과 사투리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어요. 평소에도 이에 김을 붙이면서 아내와 아이들 앞에서 장난을 치는데, ‘나의 나라’ 속 문복이를 떠올렸을 때 떠돌이 생활을 오래 하는 사람이니까 지저분하겠다고 생각해서 그걸 좀 재미있게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이에 까맣게 색을 칠했죠. 극 초반에는 못 알아보시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근데 딸들은 나오자마자 단번에 알던데.(웃음)
10. 문복과 화월(홍지윤 분)의 러브 라인도 신선했어요.
인교진 : 초반에 외모를 너무 망가뜨려놔서 멜로가 될까 싶었는데 중간에 한 번 세월이 훌쩍 흐르면서 이를 닦았죠.(웃음) 재미있게 해보고 싶었어요.
10. 코믹 연기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인교진 : 항상 캐릭터가 재미있고 웃기는 게 걱정과 부담은 조금씩 있지만 뭐든 재미있게 하는 걸 즐겨요. 하면서도 즐겁거든요. 그러면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은 줄고 재미있는 상황이 생기죠.
10. 다음 작품에서 진지한 역할을 못할까 봐 걱정되진 않습니까?
인교진 : 저 진지한 것도 잘하는데…(웃음) 사실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잘 모르겠어요. 다음 작품에서는 진지한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조금 재미있으면서 진지할 수도 있으니까, 한번 해볼 생각입니다.(웃음)
10. 전체적으로 무겁고 어두운 ‘나의 나라’에서 유쾌한 문복이를 연기하면서 분위기를 맞추는 게 쉽지 않았죠?
인교진 : 가라앉고 무거운 분위기에 제가 나와서 붕 뜨지는 않을까 걱정도 했죠. 이 드라마의 주제가 각자 자신만이 생각하는 나라가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니까, 저 역시 중심을 잃지 않고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0. 이른바 ‘휘벤져스’라고 불린 양세종(서휘 역)·지승현(박치도 역)·이유준(정범 역)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요?
인교진 : 다 동생들인데, 진짜 좋은 친구들이에요. 양세종은 아름다운 청년이죠. 진짜 힘들었을 텐데, 힘든 내색 하나 안 하더라고요. 지승현도 아름다운 동생이고, 유준이도 묵직한 매력으로 중심을 잡아줬죠. 우리끼리는 정말 재미있고 좋았어요. “휘벤져스가 너희들이어서 다행이다”라는 이야기도 했죠.
10. 오랫동안 촬영해서 정이 많이 들었겠어요.
인교진 : 9개월이라는 시간이 드라마 촬영 기간으로는 긴 시간이죠. 힘든 장면도 많았고, 특히 한여름에 긴 머리카락에 수염까지 붙이고.(웃음) 함께여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10. 촬영장에서 어떤 선배인가요?
인교진 : 되도록 파이팅 넘치게 하자고 이야기해요. 앞에 나서서 ‘파이팅!’ 이러는 건 아니지만, “그럴 수 있지~ 잘 될 거야”라고 말하죠. 같이 인상 쓰고 그러면 안 되잖아요. “방송에서는 분명 잘 나올 거야”라고 다독이죠. 말을 하면 진짜 말처럼 돼요.(웃음)
10. 코믹 연기가 딱 맞죠?
인교진 : 저는 코믹이 맞아요. 사실 제 역량이 부족해서 그런 걸 수도 있어요. 전혀 다른 사람을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맞을 수 있지만, 저는 저만이 할 수 있는, 제 코드가 있는 것도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맡은 역할들에 모두 인교진의 정서가 배어 있어요. 똑같이 재미있는 걸 하면서도 ‘어떻게 다르게 해볼까, 가지치기를 해볼까’ 고민하는 걸 좋아해요. 진지한 모습은 많이 달라져야 해서 제 안에 있는 모습을 끄집어 내서 하는 게 편해요. 이제 진지한 역할 안 들어오면 어쩌죠?(웃음)
인교진 : 황용식(강하늘 분)의 둘째 형 두식이로 잠깐 나왔죠. 임상춘 작가, 차영훈 PD와 ‘백희가 돌아왔다’에서 호흡을 맞춘 인연으로 출연했어요. ‘백희가 돌아왔다’에서도 역할 이름이 두식이었죠. 좋은 기회를 주셔서 아주 좋은 드라마에 족적을 남겼습니다.
10. 짧았지만 반응은 뜨거웠어요.
인교진 : 드라마 모니터링을 할 때 온라인 실시간 톡(Talk)을 보거든요. 그게 중독성이 있어요.(웃음) ‘동백꽃 필 무렵’은 제가 특별 출연이어서 쌓아온 서사가 없지만, 강렬한 안상을 남기고 싶어서 충청도에서 연세가 있는 분들이 쓰는 말투까지 썼죠. 좋아해 주셔서 굉장히 뿌듯했습니다. 하하.
10. 충청도 출신으로 사투리를 마음껏 쓸 수 있어서 신났을 것 같아요.
인교진 : 아주 즐거웠죠. ‘동백꽃 필 무렵’ 보면서 강하늘 씨가 연기하면 따라 하고 그랬어요. 대사가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10. ‘실시간 톡’을 보면서 인상 깊은 말이 있었습니까?
인교진 : ‘인교진 최고다’ ‘없었으면 어떡할 뻔했느냐’ ‘나의 나라는 인교진이 살렸다’ 이런 말들만 기억납니다. ‘이가 왜 저러냐’, ‘저게 말이 되냐’ 같은 부정적인 말들은 기억 안 나요.(웃음) 그걸 보고 있으면 아내가 TV를 보면서 모니터링을 하라고 하죠.
10. ‘나의 나라’를 찍으면서 체력적으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인교진 : 지방에서 촬영을 많이 해서 집에 잘 못 갔어요. 가족들이 잘 있는지가 가장 걱정됐고, 체력적으로도 물론 힘들었죠. 한여름에 단발머리를 해서, 죽을 뻔했습니다. 여성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감탄했죠. 머리카락이 뜨거워지고 목덜미까지 뻣뻣해지더라고요.
10. 이번 드라마에 대한 아내의 평가는 어땠습니까?
인교진 : 아내는 잘 못된 게 보여도 이야기를 안 해요. 제가 뭘 하든 ‘잘 했다’고 하죠. 돌려서 말하지도 않고, 매일 ‘오빠 믿어’라고 해줘요. 참 대단한 사람입니다.
10. 아내에게 똑같이 하나요?
인교진 : 저도 그래요. 작품을 보고 제가 아쉬우면 당사자도 알아요. 아쉽다고 생각하는데 굳이 또 이야기를 하는 건 별로일 것 같아요. 서로 괜찮다, 잘했다고 힘을 주죠.
인교진 : ‘동상이몽2’는 배우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한 제 입장에서는, 많은 이들이 좋아해 주고 받아주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매회 재미있게 촬영했습니다. 그동안 배우로서 제대로 보여준 게 없었는데, ‘동상이몽2’를 하면서 잘 된 게 있죠. 사실 ‘동상이몽2’만 하는 사람으로 아는 분들도 있어요.(웃음) 그래도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10. 부부 사이의 애틋함도 커졌을 것 같아요.
인교진 : 카메라고 찍어서 보니까 저도 모르는 제 모습을 보게 돼요. 신기하더군요. 그러면서 가족애도 커지고요. 부정적인 면은 제 삶을 시청자들이 다 아는 것일 수 있겠지만, 1년 8개월 동안 아내와 정말 행복하게 잘 한 것 같아요.
10.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건 힘든 일인데, 그걸 잘 하시는 것 같습니다.
인교진 : 어릴 때는 성숙하지 못하잖아요. 제 걸 좀 더 좋아 보이려고 하고, 아닌 걸 맞는 것처럼 말하기도 하고요. 아버지가 ‘솔직함이 너의 가장 큰 무기가 되도록 만들어라’라고 항상 말씀하셨어요. 어디가 아프면 아프다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괜찮다고 하면 아무도 모른다고 말이죠. 자신이 처한 상황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라는 좋은 가르침 덕분에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요.
10. 고민은 없습니까?
인교진 : 연기자로서의 고민은 다음 작품에서 어떻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까, 만족스럽게 표현할까에 대한 것이에요. 20년째 하고 있죠. 직업의 연속성, 잘 하다가도 하향세를 그리는 게 우리 직업의 특성이니까 잘 유지해야 한다는 걱정이 있죠. 지금 저의 가장 큰 고민은 아래층에 사는 형님이 애들이 너무 뛴다고 이야기를 해서, 이사를 가야 하나…아주 큰 고민입니다. 오늘도 아내와 이야기를 나눴어요.
10. 연기자로 살아온 20년을 돌아보면 어때요?
인교진 : 2000년 MBC 공채 탤런트로 시작해서 어느새 20년째 연기를 하고 있어요. ‘신인’이라는 소리를 10년 동안 들었고요. 사람들이 저를 모르면 신인인 거죠. 오디션을 볼 때도 “신인입니다. 그런데 오래 했습니다”라고 소개했죠. 그런 시절이 길었는데, 항상 이야기하는 거지만 제 가치를 알아주고 높게 평가해주는 아내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그로 인해 느지막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기회가 왔어요. 역할이 크고 작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걸 꾸준히 하고 싶습니다. 굵고 짧게 보다 가늘고 길게, 제 걸 잘 보여주면서 살고 싶어요.
10. 2020년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인교진 : 작품을 오래 쉬고 싶지는 않아요. 감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좋은 시기에 작품을 만나서 하고 싶고, 예능도 저에게 맞는 게 있으면 출연하면서 바쁘게 보내고 싶어요. 인간 인교진으로서, 아빠와 남편으로서도 바쁘게 일할 수 있는 한해가 됐으면 해요. 건강하게!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