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지원 기자]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에서 범죄자들로 팀을 꾸려 더 악질의 범죄자를 잡는 형사 오구탁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상중. /서예진 기자 yejin@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에서 범죄자들로 팀을 꾸려 더 악질의 범죄자를 잡는 형사 오구탁 역으로 열연한 배우 김상중. /서예진 기자 yejin@
2014년 OCN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드라마 ‘나쁜 녀석들’이 영화로 재탄생했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나쁜 녀석들: 더 무비’다. 영화는 강력 범죄자들을 모아 더 악질의 범죄자들을 소탕하던 형사 오구탁(김상중 분)이 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치고 복직한 이후의 일을 그린다. 간암 투병 중인 오구탁은 거동이 불편하지만 눈빛만큼은 예전 그대로 강렬하다. SBS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를 13년간 진행해온 김상중은 “전달자 역할만 하다가 직접 처단할 수 있어 통쾌했다”고 말했다. 범죄자 소탕에 직접 나선 ‘그알 아저씨’ 김상중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10. 드라마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어떤 점이 괜찮던가?
김상중: 일장일단이 있다. 드라마는 19세 이상 관람가라서 어둡고 그 수위에 맞게 이야기를 풀어나갔는데, 영화는 15세 관람가로 수위는 낮아졌지만 조금 더 유쾌하고 상쾌하고 대중적이다. 영화는 드라마보다 스케일이 크고 볼거리도 많고 액션도 업그레이드됐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드라마에서 오구탁(김상중 분)이 이야기를 끌고 갔던 것과 달리 영화는 박웅철(마동석 분)이 이끌어간다. 동석이 액션이면 액션, 유머면 유머까지 중심을 잘 잡아줬다. 영화에서 오구탁은 흐름이 잘 연결될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한다. 튀거나 돋보이려 하지 않고 전체적인 숲이 잘 다듬어지도록 연기했다.

10. 예전에 연기했던 캐릭터를 다시 연기한다는 재미가 있지 않았나?
김상중: 5년이 지난 캐릭터의 모습을 연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오구탁은 내가 연기했던 캐릭터 중에 최애 캐릭터 중 하나다.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알리는 역할을 했지만 통쾌한 한 방은 날리지 못했다. 물론 방송으로 인해 해결의 물꼬가 트이고 공론화돼 법이 만들어지기도 하고 여론이 형성돼 재수사되기도 하는 등 좋은 면이 있다. 그래도 이 고구마 같은 답답함을 표출할 수 없었다. ‘나쁜 녀석들’과 오구탁을 통해 범죄자들을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데서 오는 대리만족이 있다. 그래서 오구탁에 애정이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큰 스케일에서 다시 연기할 수 있다는 점에 기대가 컸다. 한 번 해봤던 캐릭터라 연기할 때 덕을 본 점도 있다.

10. 드라마는 11부작이었지만 영화는 1편이다. 이야기가 압축되면서 쾌감이 약해진 면도 있지 않나? 드라마 팬이라면 아쉬워할 것 같다.
김상중: 응징에 대한 방법은 드라마가 더 가차 없었다. 영화를 기획할 때 제작자는 여러 가지 대안을 두고 고민했을 것이다. 추석에 개봉하는 만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유쾌하고 상쾌하게 볼 수 있게 하자고 결정한 것이 아니겠다. 드라마를 본 분들이라면 영화는 더 강렬할 거라고 기대해 아쉬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드라마를 안 본 분들은 영화를 통해 ‘나쁜 녀석들’이 어떤 녀석인지 알게 될 것이다. 그러면 팬덤도 더 넓어지지 않을까. 내가 속 편하게 속편을 만들 수 있다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번 편이 잘 돼야 한다.(웃음)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의 한 장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의 한 장면.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10. 영화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낸 적이 있나?
김상중: 내가 동석에게 많이 제공했다. 동석이 ‘그알’을 엄청 좋아한다. 만나면 영화가 아니라 ‘그알’ 얘기만 한다. ‘그알’에 나올 법한 미제사건, 살인사건 등에 관심이 많다. 또한 영화의 소재로 활용해보고자 하는 의욕도 있다. 그래서 내가 ‘이러이러한 것들이 괜찮다’고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알’ 1000회 때 단행본을 동석에게 선물로 줬다.

10. 마동석도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내지 않나?
김상중: 동석이 애드리브할 때 그가 가진 귀여운 면모가 드러난다. 마블리라고 불릴 수밖에 없다. 나는 마큐티라고 부른다.(웃음) 동석은 뜬금없는 애드리브를 하지 않는다. 전체적인 흐름에 녹아들 수 있는 것만을 한다. 그런 것들이 관객들에게도 재미를 선사한다.

10. 2013년 개봉작 ‘우리 선희’ 이후로 영화가 오랜만이다. 의외다. 그 동안 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
김상중: 영화와 드라마를 놓고 비교해본다면 나는 드라마를 비교적 더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영화계에서 덜 찾게 되는 게 아닐까. 기회가 되면 언제든지 영화를 할 의사가 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작품이냐를 기준으로 본다면 지금까지 (한꺼번에) 여러 개의 시나리오가 들어온 적은 없었다. 다시 말하면 내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누가 되지 않는 캐릭터여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악역이라고 안 할 생각은 아니다. 터무니없지 않고 진정성과 타당성이 있는 악역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김상중은 “오구탁이라는 캐릭터를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내가 날리지 못하는 한 방을 이 캐릭터가 대신해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예진 기자 yejin@
김상중은 “오구탁이라는 캐릭터를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내가 날리지 못하는 한 방을 이 캐릭터가 대신해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예진 기자 yejin@
10. ‘그알’ 진행자로서 책임감도 있을 것이고 배역 선택에도 영향이 있을 것 같다.
김상중: ‘나쁜 녀석들’의 오구탁, ‘역적’의 아모개, ‘더 뱅커’의 노대호처럼 캐릭터가 아니라 이제는 ‘그알’의 김상중으로 보는 분들이 많다. 30년간 연기를 하면서 13년간 진행을 맡은 프로그램이다. 단점도 있지만 ‘김상중 하면 이것’이라고 떠오를 만큼 브랜드가 생긴 것이기도 하다. 행동도 더 조심하게 되고 책임감도 가지게 된다. 딱딱하고 무섭고 너무 이성적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도 있기 때문에 평소에 아재개그를 많이 하는 거다.(웃음) 만약 작품에서 희화화한 캐릭터를 맡았다면 토요일에 TV에 나와서 “그런데 말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과 겹쳐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대한 애착이 크고 내가 프로그램 덕을 본 것도 있다. 프로그램에 누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앞으로도 (캐릭터를) 선택하려고 한다.

10. 오구탁은 나쁜 녀석이라고 해야 할까, 착한 녀석이라고 해야 할까?
김상중: 나쁜 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제도권에서 평가한다면 나쁜 놈이다. 형사로서 과잉 수사를 하고 교도소에 간 걸로 평가한다면 나쁜 놈이 맞다. 그러나 우리는 법으로 풀지 못한 억울한 일이 많다. 사람을 죽이고도 무죄판결을 받고 음주운전으로 한 가정을 파괴시키고도 집행유예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풀려났다고 그들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나. 그러나 현실에서는 법이 아닌 다른 기준으로 심판할 순 없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그들을 대신 응징해주는 것이다.

10. 시사 프로그램을 오래 진행하면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회의적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김상중: 자괴감이 크다. 13년 전 했던 얘기를 지금도 하고 있고 앞으로도 하고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조금씩 변화되고 있는 것도 확실하다. 그래도 우리 사회에 좋은 경찰, 좋은 정치인, 좋은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굴러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더 좋은 세상, 더 정의로운 세상, 진실된 세상,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들자고 계속 외치고 있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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