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슬기 기자]
/사진제공=제이와이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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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으로 시청자에게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을 줄 몰랐어요. 제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많이 됐다고 하더라고요. 여운이 꽤 오래가는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손여은은 최근 종영한 SBS 토요드라마 ‘언니는 살아있다!’(극본 김순옥, 연출 최영훈)에서 공룡그룹의 장녀 구세경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회사를 독차지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마하지 않는 인물이다. 손여은의 첫 악역 연기였다.

“처음에는 ‘구세경 역을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많았어요. 전작 캐릭터들과는 색깔이 완전 달랐기 때문이죠. 하지만 ‘해야지’라는 생각이 더 컸기 때문에 열심히 했어요. 구세경을 만나고 시간이 정말 빠르게 지나갔는데 사랑을 많이 받아서 참 좋네요. 입체적으로 잘 표현된 것 같아요.”

‘언니는 살아있다’에는 악녀 3인방이 있었다. 손여은과 다솜, 양정아다. 세 사람은 ‘누가 더 많은 악행을 저지르나’ 대결을 할 정도로 각자 강렬한 연기를 펼쳤다. 이 가운데서도 손여은은 설득력 있는 악역 연기로 호응을 받았다. 그토록 나쁜 악행을 저질렀는데도 극 말미 시한부 선고를 받자 시청자들은 ‘살려 달라’고 요청했다.

“예상 외 반응이었어요. 세경이가 나쁘긴 했지만 그 안에서 용서와 화해, 사랑을 보여주거든요. 사실은 우리 모두가 마음속으로 바라는 걸 세경이가 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마음이 가지 않았나 싶어요. 연기를 하면서 느꼈습니다. ‘중요한 건 사랑이구나’라고요. 다소 현실적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연기를 하다보니까 저도 공감이 많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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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이란 시간 동안 구세경으로 살아서였을까. 손여은에게 구세경은 남다른 캐릭터였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데다 평소 자신에게 없던 모습을 꺼내려 노력했기 때문. 품이 가장 많이 든 작품이자 캐릭터였다.

“그렇게 화려한 모습으로 연기를 한 것도, 화를 내고 악을 쓴 것도 처음이었어요. 제 속에 그런 모습들이 있긴 하겠지만 역시나 남이 된다는 것은 쉽지 않더라고요. 저랑 똑같은 캐릭터를 어떻게 만나겠어요. 최대한 이해하는 거죠. 연기를 계속 하다보면 사람들을 이해하는 폭도 넓어지는 것 같아요. 다양한 사람에 대한 이해심이 많아야 캐릭터 분석에도 좀 쉽더라고요. 삶과 연기는 다 연결돼 있는 것 같아요.”

2005년 SBS 드라마 ‘돌아온 싱글’로 데뷔한 손여은은 데뷔 13년 차 배우다. KBS2 ‘각시탈’ ‘마스터-국수의 신’, KBS1 ‘대왕의 꿈’, MBC ‘구암 허준’,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피고인’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서 연기하며 스펙트럼을 넓혔다. 그렇게 쌓아온 내공이 이제야 빛을 발하게 됐다.

“그동안 힘든 적이 정말 많았어요. 작품이 없거나 연기가 안 될 때 등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죠. 제일 고민은 ‘연기가 왜 안 되지?’였어요. 고민하고 또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발전한 것 같은데 그 모습을 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여은은 ‘언니는 살아있다!’로 연기력과 흥행성을 입증했다.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평소에 겁이 많은 편이예요. 그나마 연기할 때는 도전을 제일 많이 하는 편이죠. 캐릭터 맡을 때마다 ‘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이 있는데 하고 나면 묘하게 재밌고 기뻐요. 선물과도 같죠. 앞으로도 작품을 통해 연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게 제 연기 모토죠. 다음번에는 달달한 로맨스코미디물을 만나고 싶네요.”

박슬기 기자 ps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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