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심은경 / 사진=쇼박스 제공
심은경 / 사진=쇼박스 제공
“‘특별시민’을 찍기 전과 후로 제 연기 인생이 나뉠 것 같아요.”

심은경은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 촬영 내내 긴장을 풀지 못했다. 최민식·곽도원·문소리 등 베테랑 배우들 사이에서 주눅 들지 않고 어깨를 나란히 해야 했다. 연기 경력이 꽤 되는 심은경이라도 대선배들 사이에서는 눈치가 보였다. 자신이 맞게 하는지 의문이 들고, 고민이 됐다. 그런 심은경에게 최민식은 “연기할 때는 선배와 후배가 없다”고 조언했다. 선배들의 조언과 응원은 심은경에게 자양분이 됐다. 그리고 ‘특별시민’은 심은경에게 ‘특별한’ 작품으로 남게 됐다.

“최민식·곽도원 선배 사이에서 힘들지 않았다고 하는 게 거짓말이겠죠? 촬영 하는 내내 긴장의 연속이었어요. 초반 리딩 때 긴장이 너무 돼서 감을 잘 못 잡았는데, 최민식 선배가 연기할 때 선배와 후배는 없다, 눈치 보지 말고, 자유롭게 당당하게 하라고 말씀해줬어요. 그런 조언들을 꾸준히 해줬고, 지켜봐줬어요. 배우고 얻었던 것들이 많았죠. 연기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인간 심은경으로서도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어요.”

‘특별시민’은 현 서울시장 변종구(최민식)가 차기 대권을 노리고 최초로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치열한 선거전 이야기다. 심은경은 겁 없이 선거판에 뛰어든 광거 전문가 박경 역을 맡았다. 신선한 아이디어와 순발력으로 변종구 캠프에서 승승장구하는 인물이다. 심은경은 “촬영을 하면서는 박경을 연기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지배를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박경은 관객, 유권자 입장에서 정치의 세계를 보여주는 인물이다. 중요한 역할이다. 그동안의 캐릭터는 명확한 감정이 있고, 그걸 토대로 보여주는 게 많았다. 그런데 박경은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관객들에게 박경이 느끼고 고민하는 걸 잘 전달하는 것이 숙제였다”면서 “매 순간 집중을 하지 않으면 소화할 수가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박경은 나에게 또 한 번의 도전이자 숙제였다”고 말했다.

심은경 / 사진=쇼박스 제공
심은경 / 사진=쇼박스 제공
어려움을 느낀 심은경에게 도움을 준 건 역시 최민식이었다. 촬영이 없는 날에도 방문해 심은경을 지켜봤다. 그는 “긴장되고 떨리고 기가 죽었지만 점차적으로 극복해나갔다”고 했다.

“최민식 선배는 이미 연기와 물아일체가 됐어요. 경지를 뛰어넘은 거 같아요. 어디서 그런 에너지가 나오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 기에 압도될 때가 많았죠. 제가 맡은 박경이 변종구를 어려워하지만 자기의 주장을 얘기하는 것처럼, 저도 최선을 다했어요.”

연기를 하지 않을 때 최민식은 심은경을 불러 농담도 많이 건넸다. 그렇지만 심은경은 “처음에는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몰랐다. 지금도 유연하게 받아치지는 못하지만 확실히 편해진 부분들이 있다”고 미소를 지었다.

심은경은 자신의 연기 인생을 ‘특별시민’ 전과 후로 나누었다. 그만큼 특별했던 작품이었다. 그는 “아역까지 통틀어서 다른 거 생각하지 않고 연기 하나만 생각했던 과정이었다”고 떠올렸다.

“연기는 물론 인간적으로도 한 꺼풀 벗겨졌어요. 이제는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신이 생겼죠. 작품을 하면서도 항상 불안한 마음이 공존했거든요. ‘특별시민’을 통해 내가 어떻게 연기하는 사람인지 알게 됐어요. 예전에는 부족한 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죠. 그걸 받아들이면 너무 힘들 것 같았거든요. ‘특별시민’은 제 부족함을 내려놓고 나의 길을 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준 작품이에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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