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유진 기자]
배우 이연수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이연수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원조 CF퀸 배우 이연수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80년대 설현’으로 통한다. 과거 50여개 CF를 소화하며 브라운관을 장악했던 화려한 과거에서 비롯된 별명이다. 당시 인기는 지금의 아이돌 못지않았다. 채널을 돌릴 때마다 이연수의 광고가 나왔고, 학교 매점을 찾는 삼립빵 배달 트럭에는 이연수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장식돼 있었다. 하교 후 집에 가면 이연수를 보기 위해 찾아온 남학생들 무리들이 반겼을 정도. 최근 텐아시아와 만난 이연수는 이런 이야기가 나오자 “요즘처럼 CF 많이 찍는다고 어디서 대우받는 시절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시대를 잘못 타고난 것 같다”며 웃었다.

“TV 광고를 비롯해서 잡지, 백과 등 정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광고를 찍었어요. 연달아 표지를 찍고 이러니까 항상 바빴던 것 같아요. 그땐 아이돌 같은 게 없을 때라 좀 눈에 띄는 아역이 나오면 돋보이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런 친구들한테 일이 몰렸는데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많이 했어요. 1년 전속계약 하면 800만 원 정도 받았던 것 같아요. 수입 관리는 전적으로 엄마가 하셨죠.”

학창시절 유명세와 함께 고생이 뒤따랐다. 지금이야 많은 친구들이 연예인을 꿈꿀 정도로 인정받는 직업이지만, 당시에는 교실보다 촬영장에 있는 날이 많은 이연수를 향한 부정적 시선이 많았다. 또 소속사나 매니저 같은 체계가 없다보니 자연스럽게 어머니가 직접 스케줄을 관리했고, 이를 악용한 이들로 인해 계약금을 받지 못한 경우도 허다했다. 이연수는 “어머니가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 무거운 짐도 직접 다 나르시고 촬영장 데려다주시고 그랬다. 힘드셨을 거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배우 이연수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이연수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바쁜 일상이 계속되면서 평범한 삶을 꿈꾸게 된 이연수는 지난 1993년 돌연 은퇴했다. 10여 년간 방송계를 떠나 혼자 사업도 해보고, 결혼 준비 중 상처도 받으며 여러 성장통을 겪었다. 2003년에는 우연한 기회로 중국 드라마 ‘강산미인’에 출연해 재도약의 계기도 만들었다. 그는 “아마 그 시간이 없었더라면 저는 지금과 많이 달랐을 거다. 덕분에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내 자신이 뿌듯했던 시간이다”라고 회상했다.

홀로 타국에서 고생하고 나니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용기가 생겼다. 한국에 돌아와 국내 복귀에 나선 이연수는 소속사를 찾는 대신 직접 브로슈어를 만들어 방송국을 찾아 다녔다. 이때 ‘호랑이 선생님’에서 함께한 배우 조경환을 만나면서 MBC ‘슬픈 연가’에 출연할 수 있었다. 국내 복귀 후 첫 작품이었다. 이후 방송을 본 타 방송사 PD들과 영화감독들을 통해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잘 풀리나 싶더니 다시 고비가 찾아왔다.

“그때 혼자 스케줄 관리도 힘들고 더 탄력 받아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소속사에 들어갔는데 3년간 일이 하나도 안 들어왔어요. 계약 기간 끝날 때까지는 나갈 수도 없으니까 다시 혼자서 일을 잡으러 다녔죠. 그렇게 3년을 보내고 나니까 다시는 소속사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기더라고요. 지금도 소속사가 필요한 상황인데 좋은 사람들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 때문에 지치니까 믿을 건 제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도 들어요.”

김유진 기자 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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