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2016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의 연출을 맡은 방송인 송은이/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2016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의 연출을 맡은 방송인 송은이/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누군가를 웃게 하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인 동시에 보람된 일이다. 나로 인해 상대가 미소를 짓는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코미디언 송은이는 이를 일찌감치 알았고, 여전히 깨닫고 있는 중이다. “웃음을 주는 건 숭고한 일”이라는 그가 큰 웃음을 위해 과감한 도전에 나섰다. 8월 26일부터 진행되는 ‘2016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의 총 연출자로 나선 것. 집행위원장인 동시에 절친한 동료 김준호의 적극적인 제안을 이번엔 외면하지 못 했다.

누구보다 웃음과 다른 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일에 열정적인 송은이. 그의 손길이 닿아 많이 달라졌을 코미디 페스티벌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더불어 아직도 하고 싶은 일이 많고, 계획 역시 빼곡한 송은이의 내일도.

10.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의 연출을 맡았다. 의외의 행보다.
송은이 :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은 올해로 4회를 맞는 국제 코미디 페스티벌 행사이고, 멜버른과 토론토 등에는 못 미치지만 따라가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김준호가 집행위원장이며, 전유성 선배가 명예집행위원장으로 있다. 김준호가 무슨 생각으로 하자고 한 줄은 모르겠지만(웃음) 올해 총 연출로서 전체적인 기획을 맡았다.

10. 연출을 맡게 된 계기가 있었나.
송은이 : 김준호의 적극적인 프러포즈가 있었다. 2회 페스티벌의 때 옹알스의 무대에 오른 적이 있다. 3회는 참석을 못했고, 올해는 연출자로서 참여하게 된 것이다. 김준호가 ‘(부산국제영화제의) 강수연이 돼야 한다’며(웃음) 제안을 했다. 같은 코미디언으로의 숙제이니까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10. 김준호에게 프러포즈를 받은 건 언제인가.
송은이 : 사실 매년 받았지만, 그간 여력이 없었다. 할 수 있을 거란 고민의 시간도 필요했다. 지켜보다 결정했다. 전과는 다르다는 느낌을 받아야 할 텐데,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책임감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10. 전체적인 기획을 맡는다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것인가.
송은이 : 몇 년 동안 해온 프로그램이 있고, 해외 팀도 있다. 조직에서는 큰 그림을 그리고 여기에 가지와 줄기, 열매를 맺는 건 다 내가 하고 있다. 아티스트 의전을 비롯해 홍보, 행사의 진행을 차질 없이 하는 것 등 모든 일을 진행한다. 국내 콘텐츠는 조직과 상의를 하지만, 기획은 전적으로 맡아 담당한다. 작품을 선정하고, 스케줄을 조율하고 극장 대관부터 공연의 시스템을 만들고 무리 없이 진행하는 것이 기획의 일이다. 개막식의 라인업까지 맡았다. 올해는 더 화려하게 해볼 생각이다.

10. 연출의 경험은 있나.
송은이 : 코미디 축제의 연출은 처음이다. 지난해 무지개 축제의 연출을 맡은 적은 있다. 지금으로써는 어떤 날은 재미있고, 어떤 날은 힘들다.(웃음) 꼼꼼하게, 빈구석이 없게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까지 변수를 줄여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정신이 없긴 한데, 재미있다.

10. 송은이가 연출을 맡은 것만으로 기대가 높다.
송은이 : 우선 ‘부산국제페스티벌’은 회를 거듭할수록 축제로써의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지금까지 팝업 스토어의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상설공연 같은 느낌으로 바뀌어 간다. 참여하고 싶은 해외 아티스트들의 창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올해 처음으로 영문과 중문으로 된 홈페이지도 개설했다. 로고도 처음으로 만들었다. 퍼니와 버디인데, 퍼니라는 등대 아이디어는 김대희가 내놓은 것이다. 초안의 디자인은 김경아가 잡았다. 그런 것들이 모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서로 아이디어를 내며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10. 달라지는 점이 있을까.
송은이 : 매년 페스티벌에는 옹알스가 주목을 받았다. 그들처럼,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을 통해 해외로 갈 수 있도록 해보자는 의미로 ‘코미디 몬스터’라는 공연을 새롭게 준비했다. 좀비, 호러가 소재인데 활동을 하고 있는 코미디언들이 모였다. 대사가 없이 웃길 수 있는 코미디이다. 기대해도 좋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공연들을 준비한 만큼 볼거리가 많은 페스티벌이 될 것 같다.



송은이/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송은이/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10. 시행착오를 겪을 것 같기도 하다. 어려운 점은 없나.

송은이 : 코미디언끼리 모여 회의를 하면, 1시간 중에 40분은 농담을 하고 20분만 진지하게 이야기를 한다.(웃음) 물론 그런 즐거운 수다 속에서 아이디어가 나오긴 한다. 김준호가 많은 부분을 내게 맡겼다. 각자 역할을 나누는 것에 있어서 업무 분담을 했다. 그것에 대한 시행착오는 물론 있다.

10. 연출 송은이가 가장 기대하고 있는 무대는 무엇인가.
송은이 : 다 재미있을 것이다. 쇼그맨, 코미디 몬스터, 투맘쇼 등 모든 것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기발하고 재미있게 완성될 것이다.

10. 페스티벌의 연출을 맡으면서 코미디에 대한 철학이 달라지기도 했나.
송은이 : 확고해지는 건 있다. 웃음을 주는 건 정말 숭고한 일이다. 그걸 더 확실하게 느끼게 됐다. 한편으론 웃음을 주는 이들에게 조금은 엄격한 잣대가 있는데, 그것 역시 우리의 숙제라고 생각한다. 예전보다 얼마나 더 웃길까 하는 시선, 궁금증도 있을 것이다. 그저 즐기며 되는데, 그런 것들도 계속 고민하고 풀어야 한다.

10. 전과 달리 코미디언이 설 무대가 줄어들었다.
송은이 : 흐름이 있는 것 같다. 공연 코미디가 활성화될 때가 있고, 또 예능이 떠오를 때도 있다. 나는 방송사별로 3개씩 공개 코미디가 있을 때 시작해서 신인 때도 쉰 적이 없다. 후배들은 그때와는 상황이 달라 어려울 것이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과 같은 공연이 숨통 트이는 창구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 페스티벌이 코미디의 활성화, 후배들에게 좋은 무대를 제공하는 장이 됐으면 좋겠다.

10. 총 연출인 만큼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다.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송은이 : 맞다. 악역이고, 아쉬운 소리를 많이 한다. 공연이 끝나면 안 만나줄 것 같다.(웃음) 후배들이 다행히 잘 따라와 주고, 홍보단으로 선정한 10명이 있는데, 최근에 새벽 3시까지 홍보 촬영을 했는데도 잘 해줬다. 지금까지는 답장도, 전화도 잘 받아준다.(웃음)

10. 앞서 페스티벌에서 해외 팀의 공연을 본 적이 있다. 객석의 온도차가 심했는데, 그에 대한 해결방안도 마련했나.
송은이 : 홍보 포인트를 다르게 하고 있다. 외국 공연이라고 해서 펼쳐놓고, 국내 분들이 오길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것이다. 어학당 등 재외국인 커뮤니티 등과 제휴해서 볼 수 있도록 마련했다. 개별 마케팅으로, 빈 객석을 두지 말자가 목표이다.

10. ‘대부’ 이경규도 참여한다. 기대감이 더 커졌다.
송은이 : 흔쾌히 개막식의 진행도 해주신다고 해서 감사할 따름이다. 최근 ‘홍대 코미디 위크’를 통해 무대에 오르신 걸 봤는데, 입담에 놀랐다. 방송과는 또 다르고, 더 재미있다. 이경규 역시 어려울 때일수록 웃음을 주는 일이 많아져야 된다고 하시더라. 그의 공연은 티켓 오픈 후 바로 매진된 공연이기도 하고. 부산에서 열리는 만큼 더 의미 있다고 하시더라.

송은이/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송은이/사진제공=FNC엔터테인먼트

10. 못하는 것이 없는 이미지가 됐다. 송은이가 듣고 싶은 수식어는 무엇인가.

송은이 : 사실 가장 불리고 싶은 호칭은 ‘가수’이다.(웃음) 그렇게 불리고 싶다. 꿈이니까. 이제는 방송인도 좋고, ‘언니네 라디오’를 하고 있어서 ‘언니’라는 표현도 좋다.

10. ‘언니네 라디오’를 통해서 청취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김숙과의 팟캐스트 ‘비밀보장’도 화제이고.
송은이 : 사실 방송을 23년 해오면서 제작진의 마인드가 생긴 것 같다. 제작에 대한 생각을 은연 중에 한 모양이다. 공교롭게도 김숙이 갑작스럽게 어떤 프로그램에서 하차 통보를 받은 적이 있었다. 충격을 받았는지, ‘하와이로 갈 것’이라고 하더라.(웃음) 붙잡고는, 이제 우리도 우리의 방송을 만들 때라고 이야기 했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비밀보장’이다. 우리끼리 재미있는 걸 하자는 생각이 들었고, 개인적으로 김숙이 가장 웃기다고 생각한다. 그런 그와 더불어,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한 것이 시기적으로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이렇게 잘 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다. 하면서 욕심도 생기더라.후배들에게도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 후배들이 꽤 있다. 노하우는 다 알려주고 있고, 제 2, 3의 ‘비밀보장’이 나오길 바란다.

10. 남자 버전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잘 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 같다.
송은이 : 남자 버전은 두 번의 녹음을 했는데, 송은이의 자체 심의에 걸려 나가지 못하고 있다.(웃음) 사실 방송보다 더 엄격하게 따진다. 김숙과도 처음엔 파격적으로 녹음을 해서 여러 차례 다시 하기도 했다. 팟캐스트와 그간 쌓아온 이미지를 바꿀 수는 없을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초반에는 계속 다시 하는 게 많았다. 체계가 잡힐 때까지는 계속했다. 우리가 들었을 때 재미없는 것과 내가 상대의 입장일 때 기분이 나쁠 것 같다면 내보내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또 10명이 웃어도 1명이 기분 나쁘게 생각한다면, 그것 역시 하지 말자고 했다. 웃기되, 과한 건 안 했다.

10.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면 좋을까.
송은이 : 아시아에 유일한 코미디 페스티벌이다. 아시아 국가들이 모여 같이 즐길 수 있는 장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 출신들이 멜버른에 갈 수 있도록 가교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를 못하면 한계가 있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부분은 조직위가 긴밀하게 몇 년 동안 다른 국제 페스티벌과 이야기를 하면서 고민하고 있다. 해설, 동시통역 등도 고려하면서 코미디적인 해결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자유롭게 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늘 숙제이다.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이 K-코미디의 한류의 가교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10.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
송은이 : 다행히도 아직 그런 생각은 안 들었다.(웃음) 개그맨이 되고 마지막 콩트가 유재석과 한 ‘겨우겨우 서커스’이다. 그게 마지막이었는데 후배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마이크를 잡는 건 편한데, 공개 코미디는 여전히 떨린다.

10. 내년에도 연출을 맡을 생각이 있나.
송은이 : 모르겠다.(웃음) 올해 잘 하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이렇게 열심히 해도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이 나올 것이다. 내년엔 내가 할지, 또 다른 누군가가 할지 모르겠지만 시스템을 좀 갖춰놓자는 것이 목표이다. 올해보다 다음 해, 계속 나아질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10. 올해 꼭 하자고, 계획했던 일이 있나.
송은이 : 사실 하려던 것이 굉장히 많았는데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로 인해서 지금 결혼도 미루고 있다.(웃음) 연말에는 김숙과 토크 콘서트도 하고 싶다. 원래 계획을 했었는데, 줄곧 청취자들과 만나는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비밀보장’을 좋아하는 청취자들과 같이 놀러 가고 싶다. 축제든, 어떤 형태로든 야외 페스티벌 같은 분위기로 말이다. 머릿속에는 수많은 계획이 있다.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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