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엄밀하게 말하면,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은 의문문이다. 상대의 안녕을 묻는 말. 그러나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안녕을 묻고 답하면서, 우린 단 한 번이라도 스스로의 안녕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을까. 대개의 경우,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안녕하신가영이라는 ‘병맛’에 가까운 이름은, 한없이 진지하고 무거울 수도 있는 이름이다. 우리는 지금, 정말로 안녕한 상태일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무엇이 우리를 안녕하게 만들 수 있을까. 따뜻한 노래 한자락이면, 우리는 안녕해질 수 있을까.

안녕하신가영
안녕하신가영
ABOUT 안녕하신가영 본명 백가영. 좋아서 하는 밴드의 베이시스트 출신 싱어송라이터. 2013년 12월 싱글 ‘우리 너무 오래 아꼈던 그 말’을 발표하며 솔로로 데뷔했다. 안녕하신가영은 본명 ‘가영’에서 착안한 이름. 장난과 재미가 반쯤 섞인 이름이지만, 백가영은 ‘안녕하신가영’이란 안부 인사가 따뜻하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란다.

ABOUT ‘좋아하는 마음’ 안녕하신가영의 두 번째 EP. 동명의 타이틀곡 ‘좋아하는 마음’을 포함해 총 5곡이 수록돼 있다. 안녕하신가영(이하 백가영)은 “사람이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 기쁨, 슬픔, 외로움, 그리움 등의 앞에는, 원초적으로 좋아하는 마음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단순하지만은 않은, 그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0. 미리 준비해온 인사말이 있어요. 가영 씨, 오늘도 안녕하신가영?
백가영 : 하하하. 네, 안녕하세요.

10. 지난 1월 30일에 단독 공연이 있었죠. 잭 블랙과 정면대결을 하게 됐는데,(이날 방송된 MBC ‘무한도전’에는 잭 블랙이 출연했다) 어땠나요?
백가영 : 직접 정면으로 봤다면 더 좋았을 텐데.(웃음) 공연이 무척 재밌었거든요. 그래서 지금까지도 기분이 좋아요. 에너지를 많이 얻었고 울컥하는 것도 많았어요. 관객 이벤트라는 걸 처음으로 받아봤거든요. 무대에서 울컥해서 노래를 못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이번에는 몇 부분 노래를 못할 만큼 감동 받았어요.

10. 1집 ‘순간의 순간’(2015)이 워낙 좋은 반응을 얻었잖아요. 그게 새 앨범 작업에도 영향을 주던가요?
백가영 : 사실 평가나 판매량에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어요. 다음 앨범에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무엇인지, 그걸 어떻게 음악적으로 풀지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욕심을 부리게 됐어요. 전작에 대한 부담감은 없고 창작에만 몰두하는 편이에요.

좋아하는 마음
좋아하는 마음


10. 새 EP 타이틀이 ‘좋아하는 마음’이에요. 어쩌다 이 주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요?
백가영 : 짝사랑에 대한 곡을 써보고 싶었어요. 짝사랑은 분명 설레고 떨리는 것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되게 슬픈 거잖아요. 많은 분들이 그 슬픔의 감정을 잘 캐치하고 있으시더라고요. 지금 사랑을 하고 계시는 분들은 ‘오빠, 이거 내가 오빠한테 들려주고 싶은 노래야’라고 하거든요.(웃음) 그런데 이 노래를 듣고 슬프다고 느끼는 분들 가운데에는 사랑을 안 하고 있거나 짝사랑을 하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그게 무척 솔직한 거라고 생각해요. 짝사랑은 정말 힘든 건데, 그걸 좀 풀어보고 싶었죠.

10. 당신은 무엇을 보면서 좋아하는 마음이 드나요?
백가영 : 음~ 어려운 질문이네요. 웃긴 얘긴데, 저는 음악을 생각하면 그래요. 아직까지 음악이 재밌고, 기대되는 것도 많거든요. 슬픈 노래를 쓰고 있긴 하지만,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창작을 하려고 해요.

10. 앞으로 기대 되는 것들이라는 게…
백가영 : 앞으로 들려드릴 곡도 많고요, 여러 가지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려고 하는데 그걸 어떻게 풀어나갈 수 있을지도 궁금해요. 점점 들어주시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걸 요즘 많이 느끼고 있거든요. 그래서 기분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아요.

10. 타이틀곡의 제목도 ‘좋아하는 마음’이죠. 가사를 보면서, 생각 참~ 많은 사람이겠다 싶었어요.(웃음)
백가영 : 사색을 많이 하는 편이이에요. 혼자 작업을 늘 하고 있죠. 그렇다고 해서 당장 음악을 만든다는 건 아니고요, 항상 곡을 쓸 준비가 되어 있어요. 그러다보니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편이고요.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데, 어떻게 하면 이 이야기를 잘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보면 조금씩 깊숙이 들어가게 돼요.

10. 그러다 보면 오히려 미궁에 빠질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좋아하는 마음’도 단순히 생각하면 마냥 아름답기만 한 것 같지만, 깊이 들어가면 외로움도 보이고 슬픔도 보이잖아요. 그런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뭔가를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아요.
백가영 : 그죠. 저 혼자 습작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다른 분들에게 결과물로 들려드려야 하는 거니까요. 하면서 저도 더 깊어지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마음’ 같은 경우에도 처음에는 정말 단순하게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결국 그 좋아하는 마음 때문에 슬퍼질 때도 되게 많잖아요. 그런 걸 보여드리려고 했고, 전달도 잘 된 것 같아요.

10. 좋아하는 마음 안에서 여러 가지 감정이 비롯되는 거니까, 곡의 정서를 이끌어가는 것 역시 어려운 문제였을 것 같고요.
백가영 : 이 곡은 그래도 다른 곡들에 비해서는 쉽게 됐어요.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오히려 확실했기 때문에 좀 더 담담하게 얘기할 수 있었죠. 마냥 밝게만 푸는 게 아니었으니까요. 듣는 분들도 ‘왜 이렇게 슬퍼요?’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제 마음을 많이 알아주신 것 같아요. 다행이죠.

10. 그러면 감정을 풀어내는 게 가장 어려웠던 노래는 무엇인가요?
백가영 : ‘무표정’이요. 제 이야기를 많이 담아서 그런지, 쉽게 써지지 않더라고요. 제목부터가 ‘무표정’이기 때문에 가장 조촐하고 간소하게, 하지만 진심을 전하고 싶었던 곡이었어요. 그래도 조금은 원하던 대로 되지 않았나 싶은데.(웃음)

10. ‘좋아하는 마음’의 가사에도 “좋아한다고 또 말하면 꼭 가벼운 진심 같아”라는 가사가 나오죠. 가사를 쓰는 것도 비슷할 것 같아요. 진심을 담아서 썼는데 혹 가볍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라는 고민, 없었나요?
백가영 : 안 할 수는 없죠. 팬 분들의 기대를 충족시켜드리고 싶은 부분도 있고요.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진심을 담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런 부담은 많이 안 느끼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10. 어떻게 단어를 골랐는지도 궁금해요. 어려운 말은 없는데 가사가 참 예뻐요.
백가영 : 말씀하신 대로 어려운 말을 많이 안 하려고 해요.(웃음) 중요한 건 메시지니까, 어렵게 풀면 받아들이기도 어려울 것 같았죠. 습작을 할 때, 멜로디가 없는 상태에서 가사를 먼저 쓰는 편이거든요. 처음에는 산문 같은 글을 먼저 쓴 다음에 그걸 계속 수정해나가요. 어느 정도 음절이 정해지면 부담스러운 단어나 입에 안 붙는 단어는 조금 더 편안하게 바꾸는 작업을 해요. 수정을 많이 하는 편이죠.

10. 신기하네요. 대부분 멜로디를 먼저 쓰고 가사를 나중에 붙이잖아요. 그런 방식은 시도해본 적 없나요?
백가영 : 그렇게 할 때도 있는데요. 제가 정말 전하고 싶은 글이나 가사에는 어느 정도 멜로디가 숨어있을 때가 많아요. 가사에서 나오는 분위기가 있는데, 그게 멜로디와 어느 정도 연결이 되는 것 같아요. 멜로디만 나올 때도 있는데, 저는 그건 좀 어렵더라고요. 개인차가 있을 것 같아요. 가사와 멜로디가 동시에 떠오를 때도 있고요.

10. 가사랑 멜로디가 동시에 떠오른다니. 방금 엄청 천재 같아 보였어요.(웃음)
백가영 : 꼭 그렇게 써주세요. 하하하.

안녕하신가영
안녕하신가영


10. 개인적으로 3번 트랙 ‘숨비소리’를 너무너무 좋아해요. 이번 인터뷰도, 사실 그 곡을 듣고 나서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로요.
백가영 : 정말 신기해요. 많은 분들이 그 노래를 좋아해주시더라고요. 제주도에 직접 가서 쓴 노래에요. 우연히 해녀 박물관에 갔다가 숨비소리라는 걸 처음 알게 됐어요. 박물관 2층에서 해녀 분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하고 있었는데, 마침 제가 갔을 때 딱 숨비소리가 나오는 부분이 재생되고 있었죠. 처음에는 이상한 소리라고 생각해서 봤는데, 바닷물 소리와 숨비소리와 해녀 분의 내레이션이 같이 나오는 걸 들으니 정말 아름답더라고요. 그러면서 슬펐어요. 뭍에 나가 있는 자식들이 얼마나 그리우시겠어요. 숨비소리가 꼭, 보고 싶은 아들딸들의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어요.

10. 노래에선 숨비소리가 아름다운 멜로디로 표현되잖아요. 실제의 숨비소리는 어떤가요?
백가영 : 마냥 아름다운 소리라고는 못하겠어요. 어쨌든 숨을 고르는 소리니까요. 그리고 숨비소리도 해녀 분들에 따라 다르더라고요. 각자 다른 음색을 가지셨으니까.(웃음) 유튜브에서 찾아볼 수도 있고요, 박물관에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10. 지금 상상하기로는 거칠고 처절한 소리가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쨌든 ‘숨’이란 생명, 삶과도 직결돼 있으니까요. 또 그렇기 때문에 접근이 조심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백가영 : 어려웠던 건 있어요. 제가 알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을 테니까요. 경험해보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내가 잘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도 했고요. 그렇지만 꼭 노래로 만들고 싶었어요. 사실 가사는 해녀 박물관에서 나와서 쭉 쓰기 시작했거든요. 그 때 받았던 감동으로 작업을 하다보니까 술술 나왔던 것 같아요.

10. 복 받은 직업이네요. 내가 받은 감동을 고스란히 음악으로 표현해낼 수 있다는 게.
백가영 : 정말 그래요. 그리고 그걸 많이 알아주실 때에도 힘을 많이 얻기도 하고요. 내가 혼자 이만큼 표현했는데도 막상 듣는 분들이 알아주시지 않으면, 사실은 힘이 빠지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반응이 좋아서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구나 생각해요.

10. 내 의도가 정확히 통했을 때만큼, 내가 상상 못했던 반응을 볼 때의 쾌감도 있을 것 같아요.
백가영 : 사람들의 반응은 정말 곡을 발표해봐야 알아요. 제 예상과 100% 일치하는 경우가 없거든요. 이 곡은 마니아를 노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대중적으로 사랑받을 때가 있고요, 반대의 경우도 있죠. 그것 역시 재밌어요. 생각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사랑 받을 때.

10. 그런가 하면, 슬프고 처절한 사건 역시 노래가 될 때도 있어요. 그럴 땐 또 사람 할 일 아니구나 싶기도 하고요.(웃음)
백가영 : 그런 경험이 정말 도움도 많이 되고 곡으로 만들어질 때가 많긴 한데요, 막상 그 상황에 놓여 있을 때에는 노래로 만들겠단 생각을 못해요. 건드릴 수가 없더라고요.

10. 어쨌든 노래를 위해 힘들었던 때를 복기해야 할 때가 많잖아요. 심지어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닌데, 힘들어하면서도 혼자 꾸역꾸역.(웃음) 그래서 뮤지션들에겐 지우고 싶은 기억이라는 게 없을 것 같아요.
백가영 : 그렇죠. 결국 다 재료가 되는 경험들이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 괜찮아지기도 하니까요. ‘그래도 좋았어’라고 생각하는 거죠. 늘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는 거고, 결국 그런 모든 일들이 다 지금의 나를 만드는 거니까요.

안녕하신가영
안녕하신가영


10. 마지막 트랙이 ‘꿈을 꾸는 꿈’입니다. 음악이 당신의 꿈이 됐던 건 언제였나요?
백가영 : 학생 때였어요. 중학교 때까진 정말 꿈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웃음) 어릴 적 배우던 피아노도 중학교 입학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만 두게 됐죠. 다만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무척 좋아하긴 했어요. 고등학생이 돼서 생각해보니까 음악 말고는 좋아하는 게 없는 거예요. 직접 찾아서 하는 건 음악뿐이었죠. 그렇다고 특별히 잘하는 게 있는 것도 아니었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직업으로 정하게 됐고, 지금도 그게 틀리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해요.

10.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까요? 단순히 좋아하는 것에서 머무르지 않고, 직접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데에는 분명 어떤 계기가 있었을 텐데요.
백가영 : 어릴 때 피아노 학원 다닐 때부터, 뭔가 만들어 내는 걸 좋아했어요. 지금 들으면 말도 안 되는 음악이지만요.(웃음) 중학생 때도 케이크워크라는 프로그램 같은 게 있었거든요. 그걸 다운로드해서 이것저것 만들기도 했고, 디지털 피아노로도 뭔가를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들려주기도 했죠. 그게 결국엔 지금까지 연결된 것 같아요.

10. 처음 시작했던 악기는 무엇이었나요?
백가영 : 베이스요.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우긴 했는데요, 중학교 입학하면서 그만뒀어요. 고등학교 때 음악을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베이스 기타를 시작했죠.

10. 그게 의외이긴 했어요. 베이시스트 출신 싱어송라이터가 흔하진 않잖아요. 작곡은 어떻게 해요?
백가영 : 곡을 쓸 때는 베이스로 쓰진 않지만, 그래도 도움이 많이 되긴 해요. 어쨌든 베이스가 음악의 중심을 잡아주는 악기이니까요. 제가 처음부터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던 사람이 아니어서, 곡을 쓰면서도 악기에 중점을 많이 뒀거든요. 그게 결국에는 저한테 도움이 많이 됐어요.

10. 처음 노래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언제 생겼나요?
백가영 : 좋아서 하는 밴드가 싱어송라이터 집단 같은 콘셉트였거든요. 자기가 쓴 곡은 자기가 부르는. 처음에는 다른 멤버들 노래만 도와주는 정도로 시작했다가, 나중에 재밌어 보여서 저도 곡을 쓰기 시작했죠. 노래도 정말 재미삼아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한 번 노래를 하니까, 피드백이 확실히 많더라고요. 당황스럽기도 했는데, 재밌었어요.

10. 꽃잠프로젝트의 거정 씨 역시 가장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결국 보컬이라고 하더라고요.
백가영 : 맞아요. 우리도 음악을 들을 때, 멜로디나 보컬을 가장 많이 의식하잖아요. 악기로만 활동할 때랑 보컬로 활동하기 시작했을 때랑, 피드백이 너무 달랐죠. 게다가 저는 베이스니까 더 관심을 못 받았거든요.(웃음) 노래를 하면서 무대에 서니까 너무 다르더라고요. 그리고 음악을 본격적으로 만들다 보니까, 음악의 개성과 색깔을 보컬이 좌우하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같은 음악이라도 누가 부르냐에 따라서 참 다르잖아요.

10.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객원 가수를 기용하기도 하죠. 가영 씨는 어때요? 예를 들어 내가 쓰고 싶은 음악이 내 보컬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객원 가수를 쓸 생각도 있나요?
백가영 : 글쎄요. 만약 그런 경우라면 안녕하신가영으로는 발표하지 않을 것 같아요. 갑자기 다른 분이 들어와서 안녕하신가영이라는 이름으로 노래를 낸다면, 혼선이 생기지 않을까요? 나중에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지만, 노래가 나오는 곡이라면 내 목소리는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식의 작업은 또 다른 형식으로 발표할 수 있으니까요.

안녕하신가영
안녕하신가영


10. 나이 얘기를 해서 미안한데, 올해 서른이 됐죠. 나이란 어쩌면 숫자에 불과한 것이기도 하지만, 마음가짐에 변화를 주기도 하잖아요. 어땠어요?
백가영 : 오히려 좋았어요. 앞자리를 넘긴다는 게 신선하기도 했고. 이제 삼십대가 됐으니 동안으로 살자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했어요.(웃음) 한 살 씩 먹어가면서 내가 놓쳤던 것들을 알게 돼서, 그것도 의미가 있어요. 예전에는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틀렸을 때가 많았다면, 지금은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겠는 것도 많고요. 재밌어요. 그리고 지금쯤 되니까 앞으로 같이 갈 사람들이 확실해지잖아요. 그런 사람들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홀가분해요. 새로운 삼십대의 시작이 돼서 기대도 되고. 아, 이거 약간 쿨한 척인가? 아직까진 진짜 좋은데. 하하.

10. 꿈꾸던 뮤지션의 모습이, 처음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와 지금이 다를 것도 같아요.
백가영 : 예전엔 구체적으로 꿈을 꾸기 이전에 뭔가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어요. 뭔가를 실현시키기 위해 열심히 쫓아갔던 게 제 20대였죠. 음악을 하면서도 변화가 많았기 때문에 정신없이 달려왔어요.

10 그러면 30대가 된 지금의 꿈은 무엇인가요?
백가영 : 며칠 전 단독 공연 때도 말씀드렸는데, 저는 지금의 재밌는 마음으로 평생 음악을 하는 게 꿈이에요. 그러면 조급해 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차근차근 천천히, 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고 활동도 꾸준히 하고 싶어요.

10. 가영 씨를 안녕하게 만드는 건 무엇인가요?
백가영 : 결국은 저도 음악을 하는 사람인지라, 결과물인 것 같아요. 누가 시켜서 앨범을 내는 건 아니잖아요. 저는 회사도 없기 때문에, 사실 데드라인 같은 것도 없어요. 언제 어떤 음악을 들려드리겠다는 게 실은 저 스스로의 약속이죠. 그렇지만 그 약속이 저로 하여금 계속 음악을 하게 만들어요. 앞으로보 비슷하지 않을까요?

10.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 안녕하신가영?
백가영 : 네. 상당히 안녕해요. 하하.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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