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한혜리 기자]
이학주03
이학주03
‘나만의 색(色)’. 자신만의 색깔이 있다는 건 정체성이 확실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이것이 배우란 직업에 적용될 땐 더 큰 의미로 확장된다. 가상의 인물이나 타인의 삶을 연기하는 배우로선 정체성을 의미하는 ‘색(色)’은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 있다. ‘배우’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야 하면서도, 늘 다른 ‘역할’의 색을 입어야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배우는 정체성의 정도(正度)를 지켜야 하는 법이다. 이와 같은 정체성의 정도를 지킬 줄 아는 신인 배우가 나타났다. 바로 배우 이학주였다.

이학주는 지난해 방송된 tvN ‘오 나의 귀신님(이하 오나귀)’에서 극 중 김슬기의 동생 신경모로 출연한 바 있다. 당시 이학주는 신인답지 않은 능청스런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첫 드라마 데뷔였던 이학주는 시청자에게 생소한 얼굴일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신인(新人)’이라는 표현과 딱 맞아떨어졌던 이학주는 낯선 얼굴에도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존재감을 각인 시켰다. “첫 드라마여서 굉장히 떨렸어요.” 떨렸다는 그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오나귀’ 속 이학주는 신경모란 인물, 그 자체를 연기했다.

‘오나귀’ 이전 이학주에게는 놀라운 이력이 하나 있다. 지난해 열풍을 몰고 온 영화 ‘검은 사제들’을 기억하는가. 이학주는 ‘검은 사제들’의 원작인 단편 영화 ‘12번째 보조사제’ 속에서 보조사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바 있다. 이학주가 연기한 보조사제가 바로 ‘검은 사제들’에서 강동원의 최부제로 발전한 원작 캐릭터였던 것. 당시 연출가 장재현 감독과 유난히 합이 잘 맞았던 이학주는 감독의 특별한 배려를 통해 어려운 라틴어 연기도 흠 없이 소화해낼 수 있었다. 이로 인해 이학주는 지금의 소속사를 만나기도 했다. “지금의 소속사 본부장님께서 ‘12번째 보조사제’ 작품을 인상 깊게 봤다고 하셨어요. 소속사와의 인연이 어쩌면 ‘12번째 보조사제’ 작품 덕이 아닐까요. 하하. 여러모로 고마운 작품으로 남았네요.”
이학주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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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규 선배님을 가장 닮고 싶어요.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는 부드럽고 인자한 모습을 보여주셨잖아요. 또, 영화 ‘구타유발자’를 보면 악랄하고 강렬한 모습이시란 말이에요. 많은 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최고의 배우’라는 자리에 계신 것 같아요.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가장 닮고 싶은 배우로 한석규를 꼽은 이학주. 한석규처럼 다양한 모습을 갖고 싶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이학주의 바람은 그리 먼 꿈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실제로 마주한 이학주의 얼굴은 다양한 느낌을 담고 있었다. 트렌디한 홑꺼풀의 눈에 남자다운 인상을 남기는 턱은 소년의 악의 없는 눈웃음과 남자의 카리스마를 동시에 느끼게 했다. 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내고 싶다는 이학주의 소원은 헛된 것이 아님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매력으로 ‘평범함’을 꼽았다. 평범하다, ‘색’ 다른 점 없이 보통이다. 눈에 띄지 않는다는 뜻도 있겠지만, 달리 해석하자면 어떤 색(色)도 소화해낼 수 있다는 뜻이 될 수 있다. ‘평범’이란 매력은 그렇다. 마치 흰 도화지 같은 매력인 것. 늘 다른 배역의 색을 입어야하는 배우의 입장에선 가장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배울 학(學), 두루 주(周). 부모님께서 두루 두루 많은 걸 배우라는 의미로 ‘학주’라는 이름을 지어주셨어요.” 어쩌면 이학주는 자신의 이름처럼 부족하거나 넘치지도 않게 각양각‘색(色)’의 연기를 배워나가는 중 일지도 모른다.

이학주는 오는 4월 개봉할 영화 ‘날 보러 와요’를 통해 2016년의 출발선을 끊는다. 이학주는 2016년 달려 나갈 자신에게 힘찬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파이팅 할 수밖에 없어요. 건강해야 열심히 일 할 수 있잖아요. 아프고 다치면 제 손해니까. 하하.” 다양한 색을 입기 위해 준비돼 있는 배우 이학주. 그의 응원처럼 몸도 마음도, 건강한 배우로 성장하길 기대해본다.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구혜정 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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