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12-4신보
12-4신보
음악에 빠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경험이 있는가? 노래가 종일 귓가에 맴돌고 입 밖으로 튀어나와 곤혹스러웠던 경험이 있는가? 완벽하게 취향을 저격해 한 시도 뗄 수 없는 음악, 때문에 ‘일상 파괴’라는 죄목으로 지명 수배를 내리고 싶은 음악들이 있다.

당신의 일상 브레이커가 될 이 주의 음반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전인권밴드
전인권밴드


사건명 전인권밴드 겨울이야기
용의자 전인권밴드
사건일자 2015.12.11
첫인상 “(전략)이제는 먹을 것도 입을 것도 너무나 많지만, 남과의 비교, 상대적 박탈감, 내가 원하는 나와 현실의 나와의 괴리감에서 비롯되는 외로움. (중략) 평범한 하루의 소중함, 감사함, 그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친구들과의 어울림. 소중한 일상에 감사하고,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해 하며, 하얀 눈송이 같이 새로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 보아요.” -전인권밴드의 말-
추천트랙 ‘눈눈눈눈’. 노장 아티스트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그것이 궁금하다면 이 곡을 들어보라. 몽환적이고 복고적인데 동시에 젊고 모던하다. 여기에 마지막 ‘엣지’를 더하는 건, 역설적으로 전인권이 머금은 세월. 느긋하게 노래를 풀어놓는 그의 목소리에는, 제 아무리 세련된 편곡일지라도 따라잡기 힘든 깊이감이 있다. 한 가지 더 당부를 전하자면, 반드시 가사를 음미할 것. 백발이 성성한 아저씨도 이토록 낭만적일 수 있다.
출몰지역 오는 30일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전인권 토크콘서트 ‘송 버드(Song bird)’가 개최된다.

못


사건명 재와 연기의 노래
용의자 못 (이이언, 조남열, 이하윤, 송인섭, 유웅렬)
사건일자 2015.12.15
첫인상 밴드 못이 돌아왔다. 무려 7년만의 귀환. 이이언은 자신의 공연 세션 연주자였던 조남열, 이하윤, 송인섭 ,유웅렬을 정식 멤버로 영입, 5인조로 체제를 정비했다. 이후 못의 행보는 부지런했다. 지난 10월부터 매달 한 장의 싱글 앨범을 발표, 다양한 실험을 이어왔으며 내년 2월에는 이 곡들을 모아 정규 앨범을 발매할 예정이다.
추천트랙 ‘재와 연기의 노래’. 기존의 못을 기다려온 팬들이라면 쌍수를 들고 환영할만한 트랙이다. 서늘한 느낌의 일렉트릭 피아노와 더 서늘한 느낌의 이이언의 보컬이 노래의 포문을 열며 청자들을 미지의 세계로 안내한다. 정교한 기타 연주를 비롯해, 치밀하게 계산된 듯한 사운드가 긴장감을 더하고 나아가 시각적, 공간적 이미지를 그려낸다. 가장 짜릿한 순간은 얼음 요새 같은 이 곡에서 불의 섬광을 발견할 때. ‘재’가 ‘죄’로 들리는 착각 또한 듣는 재미를 넓힌다.

빌리어코스티
빌리어코스티


사건명 보통의 겨울
용의자 빌리어코스티(홍준섭)
사건일자 2015.12.17
첫인상 빌리어코스티는 ‘비코즈 아이 러브 유(Because I Love You)’에서 따온 빌리(Bily)와 ‘어쿠스틱(Acoustic)’에서 따온 어코스티(Acoustie)를 합친, 홍준섭의 1인 밴드다. 2004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 파란난장이란 9인조 밴드로 출전, 금상을 차지했으며(대상은 스윗소로우가, 은상은 정준일이 수상했다), 이후 약 10여 년간 유명 가수들의 세션 기타리스트로 활동해왔다. 2013년 첫 솔로앨범을 발매한 뒤 ‘한국의 존 메이어’라는 별명을 얻으며 여성팬들의 사랑을 누리고 있다.
추천트랙 ‘사랑한다는 한마디’. 빌리어코스티는 늘 웰메이드 팝의 정수를 선보였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노랫말, 제임스 모리슨을 연상시키는 탁성은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클래식한 현악 선율로 시작하는 타이틀곡 ‘사랑한다는 한마디’는, 그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임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1,2절에서 차분히 쌓아올린 드라마는 고스란히 후렴구의 절절한 감성으로 이어지고, 한층 과감해진 탁성은 폭발력을 배가시킨다. 겨울을 더욱 춥게 만드는 곡이지만, 겨울에 들어야 제 맛이 날 곡이다.
출몰지역 2016년 2월 20일과 21일 서울 마포구 KT&G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열리는 ‘민트페스타vol.50’에 참여한다.

언니네 이발관
언니네 이발관


사건명 혼자 추는 춤
용의자 언니네 이발관(이석원, 이능룡, 전대정)
사건일자 2015.12.17
첫인상 “모름지기 밴드란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하는 법이거늘.” 1994년 결성된 언니네 이발관은 리더 이석원이 문제의식과 함께 출발했다. 과거 그는 국내 유/무명 밴드들이 외국 커버곡으로 공연 의 대부분을 채우는 모습에 회의를 느끼고, 자신의 첫 공연을 모두 자작곡으로 채우며 본격적인 인디시장의 막을 열었다. 이번 싱글은 지난 2008년 정규 5집 발매 이후 7년 만에 발표하는 것으로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곧 발매될 정규 6집의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추천트랙 ‘혼자 추는 춤.’ 간소함이란 치밀함의 다른 이름. ‘혼자 추는 춤’을 들으며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이다. 반복되는 리프와 단순한 멜로디, 소규모의 악기 편성, 화려하지 않은 편곡이지만 5분이 넘는 런닝타임을 긴장감 있게 끌어간다. 여기에 언니네 이발관 특유의 날카로운 가사가 어우러지며 시작부터 침을 꼴깍 삼키게 만든다. “회사원이 회사에 출근하듯 매일 작업실에 나와 곡을 만들고 성에 차지 않아 버리고 새로 만들기를 6년”했다던 멤버들의 노고는, 충분히 가치 있는 것이었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술탄 오브 더 디스코


사건명 니온 라이트(Neon Light)
용의자 술탄오브더디스코 (나잠수, JJ핫산, 김간지, 지, 홍기)
사건일자 2015.12.18
첫인상 2006년 결성된 술탄오브더디스코(이하 술탄)는 초창기 댄서 위주의 멤버 구성을 바탕으로 퍼포먼스 위주의 그룹으로 활동하며 특유의 B급 코드로 많은 팬들을 모았다. 이후 2010년 현재와 같은 멤버의 진용을 확립한 뒤 정통 디스코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하는,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밴드가 됐으며 토니 마세라티 등 거장과의 작업으로 음악적 완성도를 한 단계 진화시켰다.
추천트랙 ‘니온 라이트’. 누군가 ‘오리지널리티’가 무엇이냐고 묻거든, 이어폰을 꺼내들어 술탄의 ‘니온 라이트’를 듣게 하라. 술탄과 발라드, 서로 정 반대 끝에 있는 듯한 조합이다. 실제로 곡 초반 30초가량은 플레이리스트를 다시 확인해야 했을 정도로 낯설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리듬이 가해지고 훵크와 재즈의 공기가 노래를 감쌀수록 술탄의 색깔이 분명해진다. 결국 발라드 역시 술탄이란 장르의 한 갈래로 확장되는 셈이다. 수많은 뮤지션들이 수만 번 반복해 얘기하는 ‘자기 화(化)’라는 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출몰지역 오는 30일 경기도 화성시 동탄복합문화센터 반석아트홀에서 개최되는 ‘송년 인디콘서트’에 참여한다.

정키, 거미, 시스코
정키, 거미, 시스코


사건명 밸류(Value)
용의자 정키, 시스코, 거미
사건일자 2015.12.19
첫인상 그야말로 역대급 콜라보레이션이다. 국내 유망 프로듀서 정키와 알엔비 여제 거미, 그리고 시스코가 만났다. 시스코는 90년대 중반, 알엔비 팬들 사이에 우상처럼 군림하던 그룹 드루힐의 멤버. 국내에서는 휘성의 ‘인컴플리트(Incomplete)’ 원곡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신곡 역시 가사적인 측면에서 ‘인컴플리트’와 맥을 같이 하니, (영어 실력이 출중하다면) 가사를 비교해 듣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테다.
추천트랙 ‘위다웃 유(Without you)’. 고백컨대, 앨범 정보를 접하기 전까지는 외국 알엔비 팝발라드의 리메이크 곡일 거라 생각했다. 한국인의 손에서 탄생한 곡임을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이야기다. 멜로디 라인은 물론, 전화기의 자동응답 메시지 소리 등 여러 장치를 통해 90년대 알엔비의 향수를 물씬 자아낸다. 시스코의 보컬이 마음껏 제 기량을 뽐내기에 제격인 셈. 여기에 2절부터 등장하는 거미의 목소리는 색다르되 어색하지 않다. 잘 짜인 조합이다.

레트로펑키
레트로펑키


사건명 커먼 센스(Common Sense)
용의자 레트로펑키(오지훈, 최현준)
사건일자 2015.12.21
첫인상 프로듀서 오지훈과 싱어 최현준으로 이루어진 2인조 남성 그룹. 중학교 동창인 두 사람은 5년 전 레트로펑키를 결성해 음악작업을 시작, 지난 7월 첫 싱글 ‘스무살’을 발표하며 데뷔를 알렸다. 레트로펑키는 자신의 음악을 ‘생각이 많은 남자아이가 늙지 않은 채 죽어서, 다음 생에 음악으로 다시 태어난 모습’으로 비유한 바 있다. 이번 싱글 앨범 역시 방황과 결핍의 정서를 그려내며 동시대 청춘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추천트랙 ‘가짜 어른’. 훵크와 일렉트로닉이 적절히 섞인 뼈대에 그루브 넘치는 보컬이 얹혔다. 반면 가사에는 감성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 자이언티와의 비교도 심심찮게 나올 듯 하다. 미니멀한 편성이 세련된 매력을 부각시키고,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베이스 리프나 후렴구 멜로디는 강한 중독성을 자랑한다. 종종 단점으로 지적받던 한국어 가사의 각진 발음도 제법 맛있게 소화해낸다. 눈 여겨 볼 신인이 등장했다.

윤종신
윤종신


사건명 월간 윤종신 12월호
용의자 윤종신
사건일자 2015.12.23
첫인상 윤종신이 자신의 2015년을 돌아보는 곡. 올해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던 갈등과 부대낌과 그 속에서 느낀 고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노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다짐 모두를 ‘탈진’에 담아냈다. 앨범 커버에 이종격투기 선수 남의철의 모습을 담은 것 역시 노래의 메시지와 일맥상통한다. 윤종신은 최근 남의철 선수의 경기를 보며 크게 감정이입했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에 결국 큰 위로를 받아 커버 모델로 선정했다는 후문이다.
추천트랙 ‘탈진’. 윤종신은 자신의 어떤 모습도 부정하지 않는 뮤지션이다. 설령 그것이 헛손질만 하다 탈진에 이른 모습일 지라도 말이다. ‘나이’를 부른 윤종신이 그러했고, 김도향의 ‘시간’을 쓴 윤종신이 그러했으며, ‘탈진’을 발표한 윤종신 또한 그러하다. 말랑한 팝 록 위로 펼쳐지는 윤종신의 이야기는 사뭇 비장하다. 모두가 그를 좋아할 수는 없겠지만, 확실한 것은 이렇게 인간적인, 부끄럼 없이 다 보여주는 뮤지션은 그리 흔치 않다는 것이다.

이은호 기자 wild37@
편집. 김민영 kimin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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