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 : “지금까지 내가 이 신에서 돋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생각했다면, 이젠 작품이 이 신에서 이 인물에게 원하는 게 뭘까 생각하게 됐어요. 그 안에서 정확히 내 몫을 해내는 연습을 한 거죠. 제겐 굉장한 변화예요.” (씨네21과 인터뷰 중)

김래원은 스스로 알고 있었다. 군 제대 후 갑자기 다른 사람으로 변했다는 것을. 심하게 말해 망가졌다. 드라마 ‘천일의 약속’, 영화 ‘마이 리틀 히어로’에서 보여준 김래원은 실망스러웠다. 자기 관리 실패였다. 연기는 물론 성품과 소문마저도. 김래원이 이렇게 사라지나 싶을 정도였다. 위기의 순간, 김래원은 다시 살아났다. 영화 ‘강남 1970’과 드라마 ‘펀치’에서 그는 매서운 눈빛을 되찾았고, 극을 장악했다. 완벽하게 부활한 그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10LINE 김래원
10LINE 김래원
유하 감독
: 김래원이 주연한 영화 ‘강남 1970’의 감독. 누가 뭐래도 김래원을 부활시킨 일등공신이다. (영화 ‘강남 1970’이 드라마 ‘펀치’에 앞서 촬영을 마쳤다.) 유하 감독은 마치 예상이나 했다는 듯 “김래원이 제대로 포텐이 터졌다”고 개봉 전부터 자신했던 터다. 유하 감독은 이전에도 김래원에게 러브콜을 보냈으나 그때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이번 작품을 통해 만난 게 서로에게 ‘윈윈’이 됐다. 누가 뭐래도 유하 감독은 남자 배우를 잘 조련하는 감독이다. 권상우가 그랬고, 조인성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는 김래원이 그 혜택을 톡톡히 봤다. 또 유하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공개한 ‘연기를 하면서 디테일을 더욱 잡게 됐습니다. 감독님 덕분입니다’는 김래원의 문자가 이를 증명한다.

백용기, 박정환 : 영화 ‘강남 1970’, 드라마 ‘펀치’에서 김래원이 맡은 역할들. 넝마주이에서 조직의 2인자까지 올라서는 백용기는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 김래원은 오직 ‘돈’만을 쫓는 백용기를 더욱 입체적인 인물로 만들었다. 긴장하고 불안해하면서도 자신의 욕망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은 물론 거친 액션까지, 김래원은 ‘나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 또 박정환은 명석한 두뇌, 빠른 판단력과 행동, 치밀한 전략까지 선과 악을 넘나드는 승부사다. 동시에 딸을 향한 부성과 애틋한 눈물, 죽음을 앞둔 회한의 감정까지. 박정환의 모습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김래원은 ‘강남 1970’에서 유하 감독을 만나 마음을 잡고, ‘펀치’에서 더 업그레이드됐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조재현 : 드라마 ‘눈사람’(2003)과 ‘펀치’(2015), 두 편의 작품에서 김래원과 호흡을 맞춘 배우. 10년 이상의 격차를 두고 호흡을 맞춘 조재현은 김래원을 이렇게 평가했다. “김래원을 ‘눈사람’ 이후 오랜만에 만났는데 굉장히 성숙해졌고, 연기의 깊이도 깊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드라마 ‘펀치’가 사랑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배우들의 호연을 빼놓을 수 없다. 능글능글하면서도 표독한 조재현의 연기는 명불허전이다. 그리고 그에 맞서 김래원도 전혀 밀리지 않고 팽팽히 대립했다. 조재현은 “배우로서 자세가 변하지 않았다”며 김래원을 높게 평가했다.

오태식 : 영화 ‘해바라기’(2006)에서 김래원이 맡은 역할. 그리고 김래원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오태식은 고교 중퇴 후 맨주먹으로 거리의 양아치들을 싹 쓸어버린, 싸움만 하면 피를 본다는 이유로 ‘미친 개’라고도 불린 인물이다. 교도소를 다녀 온 태식은 덕자(김해숙)와 그의 딸 희주(허이재)와 함께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김래원은 오태식을 통해 자신이 가진 역량을 쏟아 부었다. 이전에 보여주지 않았던 거친 남성미부터 따뜻함까지, 김래원이 보여준 오태식은 뛰어났다.

김자효 : 영화 ‘청춘’(2000)에서 김래원이 맡은 역할. ‘청춘’은 김래원을 알린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김래원은 청룡영화상 신인상을 들어올렸다. 도시에서 경남 하동으로 전학 온 평범한 고3 학생 자효는 같은 반 여학생 하라(윤지혜)와의 성관계 그리고 하라의 죽음 등으로 방황한다. 큰 충격을 받은 자효는 대학생이 된 뒤 오로지 섹스에만 몰두하다 남옥(배두나)을 만나 그 상처를 치유한다. 제목 그대로 미숙한 청춘의 이야기다. 당시 청춘이었던 김래원은 자신의 맞춤옷을 입었다. 김래원의 시작을 알렸다.

김영광 : 김래원을 ‘롤모델’로 꼽은 배우. 김영광은 김래원과 작품에서 만난 적도, 그렇다고 같은 소속사도 아니다. 그럼에도 김영광이 그를 ‘롤모델’로 꼽은 건 ‘펀치’ 때문이다. 최근 본 작품에서 ‘롤모델’을 정한다는 김영광이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가 ‘펀치’다. 그는 최근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김래원 선배님의 연기를 보면서 저렇게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라고 밝혔다.

() 정다빈 :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2003)에서 함께 했던 배우. 대학 졸업 후 구직활동과 동시에 독립을 택한 남정은(정다빈)과 우격다짐으로 옥탑방에 쳐들어간 이경민(김래원)이 함께 동거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엔 다소 파격적인 ‘혼전동거’를 소재로 했음에도 시청률 40%를 이끌었고, 그해 드라마 최고 커플은 당연히 두 사람 차지였다. 20대 초반의 김래원과 정다빈은 ‘가능성’ 있는 연기자에서 단숨에 스타로 올라섰다. 김래원 특유의 껄렁껄렁한 연기와 정다빈의 털털한 캐릭터가 최고의 궁합을 자랑했다. 이 작품이 첫 주연이었던 정다빈은 당시 인터뷰를 통해 “김래원 씨와 호흡도 잘 맞고, 실제 성격과 비슷해 재밌게 촬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후 아쉽게도 정다빈은 스스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문근영 : 영화 ‘어린 신부’에서 김래원과 호흡을 맞췄던 배우. ‘옥탑방 고양이’로 스타덤에 오른 김래원은 그 이미지를 이어간다. 그리고 상대배우인 문근영 캐스팅이 난항을 겪자 직접 전화를 걸어 꼬드겼다. 그렇게 해서 ‘어린 신부’는 김래원 문근영 조합이 만들어졌고, 결과는 대 성공. 문근영은 ‘국민 여동생’으로 부상했다. 물론 ‘국민 여동생’이란 타이틀은 나중에 족쇄가 되기도 했지만. 그리고 김래원은 ‘옥탑방 고양이’의 인기를 그대로 받았다. 특히 남성 관객들에게 김래원은 그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정려원 : 드라마 ‘어느 별에서 왔니’(2006)에서 김래원의 상대역.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긴 슬럼프에 빠질 뻔했던 정려원은 이 드라마로 새로운 도약을 맞이했다. 첫 사랑의 죽음으로 절망에 빠진 영화감독 최승희(김래원)이 우연히 옛 애인과 똑같이 생긴 강원도 산골 처녀 복실(정려원)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 정려원은 산골 처녀였다가 재벌가의 가족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신데렐라가 되는 인물이다. 특히 극 중 연인 사이였던 두 사람은 ‘열애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극 중 연기가 연기답지(?) 않고, 심상치 않다는 것. 물론 두 배우 모두 “기분 좋은 스캔들이긴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그만큼 두 사람은 작품에 몰입했고, 잘 어울렸다.

Who is next

김래원과 드라마 ‘펀치’에서 부부 호흡을 맞추고 있는 김아중이 영화 ‘나의 PS 파트너’에서 함께 한 지성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편집. 윤소희 인턴기자 sohee816@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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