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클라운
씨클라운
그룹 씨클라운이 팬들의 고민을 직접 들어주는 이색 마케팅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신곡 ‘암행어사’로 활발히 활동 중인 씨클라운은 ‘암행어사’ 인트로 부분에 삽입한 전화번호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전화번호는 ’010-8810-8615′로 씨클라운은 직접 이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아 진지하게 상담을 나누는 상담사로 거듭나고 있다. 고민 상담의 내용에는 제한이 없다. 교우 관계, 진로, 다이어트, 가정사 등 어떤 고민이든 상관 없이 멤버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지난 17일 시작된 이 서비스는 한때 전화가 폭주해 통화 가능한 시간이 20초 내외에 불과할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씨클라운도 “고민상담 전화로 많은 분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팬들과 직접 고민을 상담하는 아이돌이라니! 쉽게 상상이 되질 않는다. 게다가 수화기 너머로 직접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로망까지 담았다. 그래서 텐아시아가 직접 시도해봤다.

먼저 제대로된 검증을 위해 씨클라운에게는 기자라는 사실을 절대 비밀로 했다. 사전에 씨클라운이 전화 상담을 하는 시간을 알아내 기습적으로 전화를 걸었다. 기자의 목표는 씨클라운의 리더 롬. 호주에서 태어난 롬은 어린 시절부터 수영과 서핑 그리고 춤을 접해 타고난 어깨와 운동 능력을 자랑한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카카오 복근과 등 근육을 공개하기도 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씨클라운의 대표 몸짱이기에 롬에게 ‘봄맞이 다이어트 방법’을 묻기로 결정하고, 전화를 걸었다.

드디어 ‘딸각’하는 수화기 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씨클라운이 아닌 소속사 관계자인 듯한 낯선 목소리. 당황했지만, “안녕하세요. 롬 오빠 바꿔주세요!”라고 당당히 외쳤다. 관계자는 “잠시만요”라며 수화기를 놓았고, 이윽고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다음은 롬과 통화한 내용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다.

롬 : 안녕하세요. 씨클라운 롬이에요.
기자 : 오, 로..로..롬오빠에요? 안녕하세요. 진짜 전화 받으실 줄 몰랐어요.
롬 : 아, 정말요? 받았어요.
기자 : 전화로 고민 들어주는 이벤트를 한다고 하셔서… 정말 아무 고민이나 이야기해도 돼요?
롬 : 정말 아무 고민이나 상담해도 돼요. 아 이름이 뭐에요?
기자 : OOO이에요.
롬 : 아, OOO이요? 예쁜 이름이네요.
기자 : 고마워요. (웃음) 오빠가 정말 유명하신 몸짱이시잖아요.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통해서 카카오복근을 많이 봤는데 (롬 : (웃음)) 봄도 다가오니까 다이어트나 몸만들기를 하려는데 운동이나 식이요법 좀 가르쳐주실 수 있나요?
롬 : 일단 제일 중요한 게 식이요법이에요. 저는 먹는 것 조절하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솔직히 먹는 것만 조절해도 여자분들 경우는 살이 많이 빠지시는 것 같아요.
기자 : 아, 진짜요?
롬 : 저는 아무래도 운동을 정말 좋아하다보니까 체질이 많이 먹으면 바로 살이 찌지 않아요. 운동을 꾸준히 해와서 그런지 기초대사량이 높아서 아무리 먹어도 바로 살로 가진 않아요. 그런데 많은 여성분들이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들었어요.
기자 : 맞아요. 운동하기 힘들어요. 그럼 롬 오빠는 헬스장 가서 따로 운동하시는 거예요? 아니면 멤버들이랑 집 앞에서 같이 뛰면서 운동하는 거예요?
롬 : 멤버들은 운동 안 해요. 시켜도 안 하는 애들이에요. 그런데 애들이 말하기에는 제가 좀 독하대요. 맨날 아침 여섯 시나 일곱 시에 일어나서 나가서 뛰거든요. 저희 숙소가 그…그… 산 속에 있어요.
기자 : 아, 산 속에 사세요?
롬 : 네~ 네네. 서래마을 그 쪽에…
기자 : 아.. 서래마을이 산이었나요?
롬 : 네 거기가 산책하기가 편하더라고요.
기자 : 아, 그럼 술도 안 마셔요?
롬 : 아, 그러진 않아요. (웃음) 먹을 때는 먹죠. 운동한다고 술이나 기름진 음식이나 아예 안 먹는 것은 아니에요. 일주일 두 번씩은 그냥 완전 폭식하고.
기자 : 그럼 저랑 같이….
롬 : (당황한 듯) 네? 아 나쁘지 않아요. 나중에 한 잔해요. 허허허.
기자 : 왠지 몸 관리를 하시니까 과음도 안 하실 것 같아요.
롬 : 네. 그런데 사람이다 보니까… 아니요. 운동을 제일 좋아해요.
기자 : 덕분에 고민 해결 잘 됐어요.
롬 : 아, 정말요? 안 된 것 같은데. (웃음)
기자 : 아니에요. 전화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롬 : 저도요.
기자 : 거짓말인 것 같은데…
롬 : 진짜, 진짜에요. 영광이에요.
기자 : 항상 응원할게요. 더 멋진 활동 보여주세요.
롬 : 감사합니다. OO씨. 다음에 언젠가 만나게 된다면 한 잔해요. 음악방송도 와주세요.

사실 고민 해결은 되지 않았다.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운동 방법이나 식이요법을 원했지만, ‘덜 먹고 운동을 열심히 한다’는 만고불변의 다어이트 진리만을 다시 되새겼다. 롬의 생활 습관이나 사는 곳을 알아내고, 씨클라운의 다른 멤버들이 운동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낸 인터뷰가 돼버렸다.

그러나 씨클라운의 전화 고민 상담은 진짜인 것으로 밝혀졌다. 텔레마케터의 상담처럼 속전속결 필요한 말만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귀를 기울여주고, 고민 상담이 제대로 됐는지 걱정해줬다. 또한, 먼저 이름을 묻고 다정하게 이름을 말하는 성의까지 보였다.

씨클라운의 소속사 예당엔터테인먼트 관계자에 따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전화가 온다. 정확한 사연은 밝힐 수 없지만, 10~20대 팬들뿐만 아니라 30~50대 일반인 등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양한 고민을 이야기한다. 도박, 외도, 학교폭력 등 심각한 사연까지 있다”며 “최근에서는 아랍에서도 국제전화가 왔다”고 밝혔다.

씨클라운은 단순한 전화 상담만으로 이벤트를 끝내지 않을 계획이다. 사연을 접수하면 추첨을 통해 씨클라운이 직접 찾아가 공연도 펼친다. 팬의 사랑만 받는 것이 아니라 팬에게 직접 사랑을 돌려주고, 나아가 아이돌 그룹으로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관계자는 “우리가 문제를 직접 해결해줄 수는 없지만, 직접 찾아가는 이벤트도 함께 진행해 더욱 관심을 주시는 것 같다”며 “추첨된 사연의 주인공이 제주도에 있어도 꼭 찾아가겠다”고 전했다.

씨클라운은 ‘암행어사’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며 전화 상담 이벤트도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통화. 최진실 true@tenasia.co.kr
사진제공. 예당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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