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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다. 자신의 생존과 승리를 위해 악플도 감수하는 의연함과 대중으로 하여금 그 모습을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받아들이게 만드는 능력. 케이블채널 tvN ‘더 지니어스: 룰 브레이커’(이하 ‘더 지니어스2’)에 출연 중인 이상민에 대한 이야기다.

한때 그룹 룰라의 수장으로 가요계를 호령했던 가수 이상민은 이후 프로듀서, 또 한 업체의 사장 자리를 거쳐 방송인으로 다시 돌아왔다. 굴곡진 인생과 그를 따라다니는 추문은 때로는 돌아온 그를 힘들게 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루머는 솔직함으로, 이미지는 방송으로 바꿔나가는 모습은 ‘이상민’이라는 남자의 매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단시간 내에 바뀌는 걸 원하지도, 바라지도 않아요. 그것도 다 내가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죠.” ‘더 지니어스2’의 우승과 함께 인생의 두 번째 전환점을 맞은 이상민은 지금도 삶에 대한 넘치는 열정으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라고 말한다. 논란도 뚫고 가는 놀라운 남자 이상민, 그의 속내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Q. 임요환과 결승전에서 최후의 1인 자리를 놓고 겨뤘다. 소감이 궁금하다.
이상민: 덤덤하다. 솔직히 ‘더 지니어스2’가 소감을 생각할 만큼 여유로운 프로그램은 아니었거든. (웃음). 생각하지도 않았던, 그리고 개인적으로 인연(?)이 가장 깊었던 상대가 올라와서 놀라웠다.

Q. 당신과 ‘더 지니어스2’를 논하려면 일단 ‘논란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
이상민: ‘더 지니어스2’는 현실이 반영되는 프로그램이다. 마치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 법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그런 드라마. 모두가 나름의 캐릭터를 드러내며 플레이를 하다 보니 그게 마음에 드는 결과가 나올 때도, 그 반대일 경우도 있다.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만큼 그런 구설수는 따라올 것이라 예상했다.

Q. 특히 이번 시즌에서는 연합과 배신이라는 측면이 부각됐다.
이상민: 나로서는 나쁘지 않았다. 나도 처음부터 독하게 마음을 먹었던 건 아니다. 그 계기라면 3회에서 당한 배신과 나를 보던 임요환의 표정? (웃음) 뭔가 ‘내가 존재감 없이 헤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자 독기를 품게 되더라. 그게 이번 시즌에 출연진 모두가 승리에 대한 욕심이 더 강해졌다는 의미가 아니겠나.

Q. 문제는 항상 그런 논란이 있을 때 그 중심에는 당신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상민: 인정한다. 프로그램이 뜨거운 사랑을 받게 되고,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집중해서 보는 시청자가 늘어남에 따라 덩달아 욕도 많이 먹게 됐다. 그것 때문에 6회 이후에는 트위터도 끊었다. 사실 가장 논란이 됐던 건 이두희가 탈락한 후에 내가 했던 충고가 훈계처럼 비친 거다. 나는 충분히 내가 보고 느낀 것을 토대로 할 수 있는 말을 한 것뿐이었지만, 방송으로 보니 내가 봐도 밉상이더라. 편집 과정에서 내가 했던 다른 이야기들이 많이 잘렸다.

Q. 6회 ‘독점게임’에서 발생한 ‘이두희 신분증 은닉’ 사건은 꽤 파장이 컸다.
이상민: 분명 논란이 일만 한 여지는 있었다. 하지만 게임만 놓고 본다면 신분증의 존재 자체가 유사한 플레이가 전략이 될 수도 있다는 증거다. 아쉬웠던 건 연합의 형태에 문제점이 있었다는 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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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적정선에서 신분증을 다시 돌려줄 것으로 기대했는데 끝까지 안 주더라. 시즌1 때였다면 안 그랬을 것 같다.
이상민: 나는 오히려 이두희, 홍진호의 플레이가 의아했다. 시즌1 때 나와 성규의 관계가 그러했듯이, 충분히 이두희와 홍진호도 신분증이 있든 없든 판세를 뒤집을만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임요환을 포섭해 나름의 세력을 구축해서 내가 속했던 연합의 틈새를 파고드는 전략이 필요했다. 게임을 하는 입장에서 블러핑(자신의 패가 상대방보다 좋지 않을 때, 상대를 기권하게 할 목적으로 거짓으로 강한 베팅이나 레이스를 하는 것)이 필요한데, 노홍철은 그게 영혼이 안 느껴질 정도로 강했다면 이 둘은 반대였다. 또 이두희가 데스 매치에서 은지원의 말만 믿고 올인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암전게임’은 이두희에게 충분히 유리한 포인트가 있었다.

Q. ‘불멸의 징표’를 찾는 과정에서는 임요환과도 마찰을 빚었다.
이상민: 워낙 메리트가 크다 보니 필사적으로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날은 메인매치를 포기하다시피 하면서까지 ‘불멸의 징표’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방송에는 임요환을 이용한 것처럼 나왔지만, 애초에 ‘불멸의 징표’는 이게 꼭 필요한 사람에게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임요환이 필요하다면 줘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내가 그걸 사용해서 우승하고 싶지는 않았다.

Q. 그럼 이두희에게 가짜 ‘불멸의 징표’를 넘긴 이유는 무엇인가. 이두희는 이미 정신적으로 꽤 타격을 입은 상태가 아니었나.
이상민: 이두희가 그렇게 순진하게 믿을 줄은 몰랐다. 힘들게 찾은 건데 그렇게 쉽게 줄 리가 있나. 나는 그걸 알아챈 이두희가 가짜 ‘불멸의 징표’를 갖고 거래를 할 것이라 예상했다. 또 가짜 ‘불멸의 징표’는 언제가 한 번은 써야 하는데 그게 좀 더 극적인 순간이면 좋을 것 같다고 느꼈고.

Q. ‘이두희 신분증 은닉’으로 본격화되긴 했지만, 그 이전부터 ‘방송인 연합’에 대한 의혹은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이상민: 출연자가 그날 하는 게임이 뭔지 알고 가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연합은 큰 의미가 없다. 4회에서 이은결이 ‘은지원의 데스매치행’을 배신의 조건으로 내세운 건 게임을 풀어가기 위한 나름의 전략이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반복된 배신으로 신뢰를 잃고 존재감이 없어지니까 ‘방송인 vs 비방송인’ 구도로 몰고 가서 그 중심에 자신이 서려고 한 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논란이 불거진 후에는 출연자들도 많이 위축됐다. 그래서 플레이가 좀 위축됐던 것도 있고.

Q. 그럼에도 이번 시즌의 당신 모습은 압도적이었다. 매번 우승을 차지하며 결승까지 올라갔다는 건 운이 아니라 실력이니까.
이상민: 시즌1 때는 ‘게임의 법칙’이라는 부제에 맞게 게임 룰 안에서 해법을 찾는 데 집중했었다. 다만 이번에는 ‘룰 브레이커’라는 말처럼 다른 방식으로 게임을 풀어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생존하려면 1등만 계속하면 되겠구나’하고. (웃음) 물론 운도 많이 따랐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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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새해가 밝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우승과 함께 상금까지 거머쥐었다. 시작이 좋다.
이상민: 1994년부터 2003년까지 10년이 내 인생 최고의 황금기였다면, 2004년부터 작년까지 10년은 인생 최악의 시간이었다. 작년에 ‘더 지니어스2’에 출연을 결정하면서 2014년 1월 1일까지 내가 탈락하지 않는다면 ‘제2의 황금기’라고 부를만한 10년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결국 나는 살아남았고, 우승했다.

Q. ‘더 지니어스’ 출연은 케이블채널 Mnet ‘음악의 신’이 있어 가능했다. 그때부터 이미지가 조금씩 긍정적으로 바뀐 것 같다. 또 ‘더 지니어스’에서는 그때와는 상반된 모습이 나와서 보는 재미가 더했다.
이상민: 방송을 안 하다가 내게 다시 기회를 열어준 프로그램이 ‘음악의 신’이었다. 이후 ‘더 지니어스’는 내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게 했다. 항상 나는 스스로를 원망할 때가 많았다. 사업이 실패하고 어떤 일을 하다가 난관에 부딪히면 공부하지 않고 음악 해보겠다고 걸어왔던 지난 여정이 후회되는 순간도 있었다. 근데 ‘더 지니어스’가 그 생각을 바꿔놓았다. 시즌1 때 준결승 진출의 기억은 내게는 가능성이었고, 시즌2에 출연해서는 내가 다른 출연자들처럼 많이 배우지는 않았더라도 나도 어떤 부분에서는 ‘천재’구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없는 능력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Q. 그래도 여전히 이미지 변신은 당신에게 있어 꼭 풀어야만 할 숙제일 것 같다.
이상민: 어떤 때는 ‘내가 어느 정도로 더 단단해져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과거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단시간 내에 바뀌는 것을 원하지도, 바라지도 않는다. 그게 다 내가 살아온 세월의 흔적이 아닌가. ‘예쁘게 봐주세요!’ 할 나이는 지난 것 같다. 가수로 21년을 살면서 책으로 내면 5권도 더 될 만큼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과거의 기억을 지우기보다는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기로 했다. 그게 내가 어떤 사건이 터지면 부러 해명하지 않는 까닭이기도 하다. 오늘을 잘 살자는 마음이다.

Q. 2014년에는 어떤 일을 하며 좋은 기억들을 만들어나갈 생각인가.
이상민: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복인 것 같다. 남들은 기회가 주어져도 주저하는 일들을 나는 성격상 꼭 하고야 만다. 지금은 사업을 준비 중이기는 하지만, 언젠가는 프로듀서로서 다시 음악을 할 것이다. 그게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니까.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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