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어디가?’ 속 아빠들과 아이들
‘아빠!어디가?’ 속 아빠들과 아이들


‘아빠!어디가?’ 속 아빠들과 아이들

아버지는 쇠락하고, 아빠가 부상한다. 권위의 상징이었던 아버지는 이제 대중매체를 통해 시대의 퇴물처럼 묘사되는 반면, 다정하고 따듯한 아빠는 이상향처럼 그려진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MBC ‘일밤’의 아빠!어디가?’다. 이 프로그램이 흥하면서, KBS2 ‘해피선데이’의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육아 예능프로그램이 유행처럼 번졌는데, 이 프로그램들에 출연하는 아빠들은 모두가 아이들에게 친구와 같은 존재다. 친구같은 아빠를 뜻하는 용어도 생겼다. 친구를 뜻하는 프렌드(Friend)와 아빠 대디(Daddy)를 합친, 프렌디(Friendy)가 그것이다.

TV 속 프렌디 열풍 속에 현실 속의 아빠들은 ‘나 역시 내 아이에게 친구와 같은 아빠가 되고 싶은’ 일종의 부성을 느끼는 동시에,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아빠가 되어야만 한다’는 심리적 압박 속에 끼어있다. 실제 많은 아빠들이 ‘아빠!어디가?’를 보며 ‘나도 내 아이와 함께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정작 실행으로 옮기기가 만만치 않은 현실이 ‘좋은 아빠’가 되지 못한다는 스트레스로 이어진다고 토로한다. 비단 여행 뿐 아니다. 오늘날 프렌디 1세대라고 불러볼 수 있는 젊은 아빠들은 권위주의적인 아버지 아래에서 자랐다. 이들 대부분은 친구같은 아빠와 소통한 경험이 없기에, 자신의 자녀와 친구가 되는 법에도 서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대와 가정이 요구하는 아빠의 역할은 과거 자신의 ‘아버지와는 크게 다르다.

고민에 빠진 ‘낀세대’ 아빠들, 그래도 프렌디가 되기 위한 고군분투는 멈출 수 없다.

‘아빠!어디가?’속 안정환(위,왼쪽) 부자와 윤민수(위, 오른쪽) 부자, 그리고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추성훈 부녀(아래)
‘아빠!어디가?’속 안정환(위,왼쪽) 부자와 윤민수(위, 오른쪽) 부자, 그리고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추성훈 부녀(아래)
‘아빠!어디가?’속 안정환(위,왼쪽) 부자와 윤민수(위, 오른쪽) 부자, 그리고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추성훈 부녀(아래)

‘아빠!어디가?’라는 질문이 새삼스럽다. 어린시절을 돌이키면 아빠에게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은 ‘아빠!어디가?’가 아닌 ‘아빠!언제와?’였다. 아빠는 그만큼 가정에서 잠시 머물던 존재였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엄마 역시도 아빠만큼 경제활동을 많이 하게 된 오늘날, 양육은 더 이상 엄마만의 몫이 될 수 없다. 이런 변화 속에 새로운 부성의 이미지, 아이들과 일상을 공유하는 프렌디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프렌디는 변화한 사회의 요구이기도 하지만 아빠들 스스로도 ‘아버지’ 보다는 ‘아빠’가 되고자 욕망한다. 대부분의 젊은 아빠들은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아빠!어디가?’에 출연하는 30대 젊은 아빠들 중 윤민수는 아들 윤후와 친구처럼 대화한다. 송종국이나 안정환 역시 아이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한다. 40대이지만 이종혁 역시 아들 준수와 친구처럼 살가운 관계다. 다소 보수적이고 권위적이었던 김성주나 성동일은 프로그램을 통해 차츰 친구같은 아빠로 변화해갔고, 그것이 요즘 아이들이 원하는 아빠상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아빠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이의 성격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지기도 했으니, 다정다감한 프렌디는 트렌드가 아닌 당연한 시대적 요구이며 받아들여야하는 변화가 됐다.

이런 변화 속에 아빠들은 심리적 압박을 느끼기도 한다. 과거에는 경제부양만으로도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여겨졌지만, 오늘날은 아이와 많은 것을 공유해야지만 ‘좋은 아빠’의 범주에 들 수 있다. 그렇다고 경제부양의 책임이 없어진 것도 아니다. 새로운 책임이 추가됐다. 그러니 ‘아빠!어디가?’를 보고 아이와 여행을 할 시간을 내지 못하거나 그럴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되지 못하는 아빠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프렌디가 되는 것이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오늘날 아빠들 스스로가 ‘아빠와 친구가 된 경험’이 거의 없는 세대다. 그들 역시도 권위적인 가장 아래에서 양육되었기에, 아이와 친구처럼 소통하는 법이 낯설다. ‘낀세대’라고 할 수 있는 1세대 프렌디들은 두 마리 토끼(경제적 능력과 다정한 아빠의 역할)를 다 잡는 것에 어려움을 토로하며 지쳐간다.

한국사회에서 프렌디가 부상하게 된 것의 시작점이 IMF 금융위기라는 점을 돌이켜보면, 오늘날 아빠들의 고민은 아이러니컬한 측면도 있다. 금융위기 속에 전통적인 아버지의 권위가 흔들렸고, 이를 대체하게 된 부성의 이상향이 오늘의 프렌디인만큼 변화한 사회는 아빠들의 경제적 역할에 대한 부담을 덜어줄 필요도 있다. 물론 경제부양능력은 아빠의 전통적 역할이며 가정에서 중요한 역할이지만, 아빠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만큼 경제적 부양능력에도 균형은 맞춰져야 한다. 대중매체 역시도 프렌디의 전제를 ‘경제적으로 풍족한 아빠’로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또 사회는 프렌디를 이상향으로 그리는 것에만 몰두하지 말고, 아빠가 프렌디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형태로 변화해야한다. 예컨대, 직장에서는 아빠들의 육아휴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번지는 등, 아빠들이 일과 가정에서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사회적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제공. 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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