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른 이승열, 장필순, 선우정아, 김오키, 조용필, 엑소(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른 이승열, 장필순, 선우정아, 김오키, 조용필, 엑소(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른 이승열, 장필순, 선우정아, 김오키, 조용필, 엑소(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회 측은 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시상식 후보자 명단을 발표했다. 후보자 면면이 무척 다채롭다. 장필순이 5개 최다부문에 오른 것을 필두로 조용필, 이승열, 윤영배 4개 부문, 엑소, 선우정아, 김오키, 옐로우 몬스터즈, 김예림, 자이언티, 로큰롤라디오이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외에도 크레용팝, 아시안체어샷, 에프엑스, 자우림, 글렌체크, 진보, 김지훈 트리오 등이 2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 재즈의 대모’ 박성연은 ‘공로상’을 미리 수상했다. 한국에 이렇게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을 아우르는 시상식은 현재로서 ‘한국대중음악상’이 유일하다. ‘한국대중음악상’ 후보를 보면 한해 한국 대중음악 농사를 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니 말이다. 이유가 뭘까?

‘한국대중음악상’은 여타 국내 시상식과 달리 가수보다 음반과 곡에 주목하고 판매량이 아닌 음악적 성취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상을 총 4개 분야 24개 부문으로 나누고, 각 장르마다 작품성을 위주로 후보를 선발해 상을 준다. 가령 엑소의 경우 단순히 음반을 많이 팔아서 후보에 오른 것이 아니라 장르적으로 ‘댄스&일렉트로닉’ 부문으로 분류돼 에프엑스, 글렌체크, 지드래곤, 크레용팝, 포미닛과 함께 후보로 오른 것이다. 때문에 여타 시상식 후보에 오른 것과는 체감이 다르다.

한편으로 재즈 색소포니스트 김오키의 경우 재즈 장르의 특성상 인지도나 판매량이 높지 않기 때문에 여타 시상식에서는 외면당하지만, ‘한국대중음악상’에서는 ‘재즈&크로스오버’ 부문에 당당히 후보로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단지 음악적 완성도를 기준으로 해서 말이다. 이는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그래미 어워드’와 같은 방식이기도 하다.

공로상을 수상하는 재즈 보컬리스트 박성연. ‘한국 재즈의 대모’ 박성연은 재즈클럽 야누스를 현재까지 35년 동안 운영해 재즈 불모지인 한국에 재즈 연주자들이 설 무대를 마련하는데 평생을 헌신해왔으며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공로상을 수상하는 재즈 보컬리스트 박성연. ‘한국 재즈의 대모’ 박성연은 재즈클럽 야누스를 현재까지 35년 동안 운영해 재즈 불모지인 한국에 재즈 연주자들이 설 무대를 마련하는데 평생을 헌신해왔으며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공로상을 수상하는 재즈 보컬리스트 박성연. ‘한국 재즈의 대모’ 박성연은 재즈클럽 야누스를 현재까지 35년 동안 운영해 재즈 불모지인 한국에 재즈 연주자들이 설 무대를 마련하는데 평생을 헌신해왔으며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선정 기준은 뭘까? 김현준 선정위원은 “한 해에 공식적으로 유통된 앨범 모두가 대상”이라고 말했다. 즉, 2013년의 앨범을 평가할 경우 2012년 12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12개월 동안 발매된 앨범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한국대중음악상’은 여타 국내 시상식 중 개최일이 가장 늦다. 이에 대해 김현준 선정위원은 “공식 발매된 모든 앨범을 대상으로 1차 장르 후보를 꼽는 것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며 “장르분야 후보를 정한 후 이들 명단을 토대로 ‘올해의 앨범’ ‘올해의 노래’ ‘올해의 음악인’ ‘올해의 신인’ 네 개 종합분야 후보를 정한다.”라고 말했다.

최종 수상은 학계, 대중음악평론가, 음악담당기자, 음악방송 PD. 시민단체 관계자 등 각계 전문가 64명의 의견을 모아 결정한다. 김현준 선정위원은 “작품 자체 완성도를 큰 기준으로 하는데 거기에는 선정위원이 60여명의 주관이 개입될 것”이라며 “순수하게 음악적 완성도를 보는 것과 대중적 활동 및 방송 판매량을 고려하는 개인차가 있을 것이다. 그것은 선정위원의 주관에 달린 것”이라고 말했다. 박은석 선정위원은 “선정위원의 주관까지도 전문성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러한 시각을 존중한다”라며 “어디까지나 음악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창남 선정위원장은 “서로 다른 평가기준에서 어떻게 교집합을 찾아내느냐가 선정 과정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선정위원의 ‘전문성’은 ‘한국대중음악상’이 가장 고려하는 부분이다. 곡을 추리는 과정에서 선정위원들은 각자가 전문성을 지닌 ‘록-모던록 분과’ ‘팝-댄스&일렉트로닉 분과’ ‘랩&힙합-알앤비&소울 분과’ ‘재즈&크로스오버 분과’를 중심으로 선정에 임한다. 이에 대해 김현준 선정위원은 “64명의 선정위원들이 모든 장르의 음악에 정통하기는 힘들다. 각자의 특화된 성향을 반영해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대중음악상’의 선정과정은 다소 심각할 정도다. 수십 명의 선정위원이 지난한 토론 과정이 이어진다. 일부를 들여다보자. 올해에는 작년까지 시상을 해온 ‘영화 TV 음악 부문’을 폐지했다. 이유가 뭘까? 박은석 선정위원은 “영화 TV 음악 부문을 다룰 경우 단순한 삽입곡이 아닌, 영상을 위해 창작된 음악, 즉 오리지널 스코어를 심사하게 된다. 그럴 경우 클래식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런 음악은 우리가 심사하는 바운더리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작품을 빼놓고 심사를 하기에는 해당 후보군의 음악들이 아직 많지 않다”라며 “스코어 곡들 중 작품성이 뛰어난 곡이 있다면 각 장르 분과에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국대중음악상’이 선정을 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고민을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지난한 선정결과 덕분에 ‘한국대중음악상’ 그 이름처럼 한해의 한국대중음악을 골고루 돌아볼 수 있는 음악인들의 잔치로 치러질 수 있게 된다. 여타 시상식에서 이미 상을 받은 가왕 조용필부터, 최고의 아이돌 스타 엑소 외에 훌륭한 앨범을 만들어낸 장필순, 이승열, 선우정아, 윤영배를 비롯해 옐로우몬스터즈, 써드스톤, 바세린 과 같은 록밴드, 김목인, 강아솔, 김태춘, 김대중 등 포크, 블루스 계열 뮤지션, 진보, 자이언티와 같은 알앤비 뮤지션, 나윤선, 박성연, 김오키, 서영도 일렉트릭 앙상블, 김성배, 살롱 드 오수경 등 재즈 연주자들까지 장르 구분 없이 모두가 후보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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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왜 이런 풍성한 시상식이 매해 예산 부족에 허덕이고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비영리 단체인 시상식이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일. 무엇보다도 수상자 선정의 독립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다보니 스폰서 받기가 쉽지 않다. 이해관계에 얽힐 위험 때문에 음반 제작 관련 업체의 스폰서는 일절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선정위원들은 무보수 명예직으로 심사에 임한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철저하게 음악에 대한 신념으로 평가에 임하는 것이다. 공정성을 고집하려다보니 살림살이가 나아지질 않는다. 2009년에는 최소한의 지원을 하던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산을 취소하면서 시상식이 파행될 뻔 했던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한국 땅에서 뮤지션, 업계와 이해관계를 떨치고 권위를 지키며 상을 준다는 것은 이다지도 힘들다.

제11회 ‘한국대중음악상’은 2월 28일 예스24 무브홀에서 개최된다. 해외에서 열리는 여타 시상식에 비하면 단출하게 열리는 것이다. 김창남 선정위원장은 “올해는 안타깝게도 주요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서 작은 공간에서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며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가 갖는 상의 의미, 이 땅에서 음악을 하는 음악인들의 영광스러운 잔치는 퇴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사진제공. 한국대중음악상 사무국, SM엔터테인먼트, PMC네트웍스, 매직스트로베리사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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