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결혼하는 여자
세 번 결혼하는 여자
SBS ‘세 번 결혼하는 여자’ 18회 2014년 1월 11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은수(이지아)는 준구(하석진)에게 냉랭하게 대하고, 다미(장희진)는 준구와의 관계 폭로를 빌미로 소속사로부터 재계약 협박을 받는다. 결국 재계약에 합의 한 다미는 소속사 대표의 배신으로 결혼과 은퇴를 번복한다는 사실이 이르게 세상에 알려진다. 이에 준구와의 관계 역시 발각될 위기에 처한다. 은수는 다미를 찾아가 준구와의 관계를 덮어줄 것을 이야기한다. 한편 슬기(김지영)는 채린(손여은)의 눈치를 보며 은수에게 전화를 하려다 실수를 해 혼이 나고, 이에 서러워 운다.

리뷰
TV를 거쳐간 수 많은 드라마가 ‘결혼의 의미’를 묻는다. 단순히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하고 가족을 이루고 ‘그럭저럭’ 사는 것을 넘어, 부부 사이의 의미나 그들을 둘러싼 관계까지. 어느 하나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 많은 드라마들은 그렇게 허공에다 ‘결혼의 의미’를 묻곤 한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는 당사자의 행복으로 귀결되지만, 그 끝은 모호한 경우가 많다. 그만큼 결혼이라는 건 개인마다 다르게 정의 내려질 수 밖에 없는 가장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 밖에 없는 사회 제도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이해할 수 없는 은수(이지아)의 행동들과 그에 따르는 무책임한 결과, 그리고 이어지는 준구(하석진)와 태원(송창의) 및 슬기(김지영) 등의 태도 등을 통해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결혼에 대한 의미를 찾는 과정을 드러냈다.

은수에게 결혼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여생을 보내는 것이었지만, 때로 그 사랑하는 이가 살아온 가족까지 함께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다. 결국 이혼을 택했고, 그 사항을 고려해 새로운 결혼을 택했지만 거기에는 남편의 과거라는 변수와 딸 슬기에 대한 변수가 생겼다. 이혼을 하고, 딸과 따로 살면서까지 ‘여자로서의 행복’을 택했지만 여전히 관계망 속에서 은수는 고통 받는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결혼의 의미 근처에도 도달하지 못한 은수는 계속해서 혼란을 느낀다.

준구 역시 정략 결혼 실패 이후 은수를 택했지만, 자신의 과거와 성격이 결국 은수와 매 순간 부딪히게 된다. 조건에 맞는 결혼에서 아내가 사랑을 찾아 자신을 떠났기에, ‘자신에게 충실할 수 있는 여자’를 골랐던 준구는 부모님이 보여줬던 것처럼 결혼의 의미를 자신에게 종속된 한 존재를 통해 얻는 행복으로 이해했지만 은수와 어머니는 확실히 다른 존재였다. 사랑했던 전 부인과 딸을 지키기 위해, 부모의 뜻에 따라 ‘가족의 평화’를 위해 결혼을 택한 태원 역시도 자신의 감정적 희생이 담보된 결혼으로 모든 것이 평화롭게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갈등은 잔존한다. 이들 역시도 초혼에서 얻지 못한 것들을 재혼을 통해 충족하려고 하지만, 초혼의 교훈이 재혼의 행복에 필요충분조건이 아닌 것처럼 초혼과 재혼은 완벽히 독립된 존재로 또 다른 갈등이 불씨가 된다.

이들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때로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지나친 확신과 믿음에 찬 선택을 하고 그 결과를 혹독하게 치르는 동안,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속 인물들의 결혼과 사랑이 단 한 번도 ‘아름다운 방식’으로 그려진 적이 없다는 것은 흥미로운 사실이다. 실제로 은수의 재혼은 준구와 다미(장희진)의 비밀을 품고 있는 상태였고, 주하(서영희) 조차도 결혼식장에서 광모(조한선)가 도망가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태원의 재혼 역시도 채린(손여은)이라는 불안요소를 품고 있는 채였다. 이 모든 것을 목도한 현수(엄지원)와 태희(김정난)가 미혼인 채 있는 것은 차라리 ‘결혼’이라는 불행을 본능적으로 피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그 동안 이해되지 않았던 수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답답하고 모호하게만 느껴졌던 것은 결국 ‘세 번 결혼하는 여자’가 그리고 있는 수많은 결혼들이 단 하나도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수현은 이 드라마에서 철저히 ‘결혼’이라는 굴레가 갖고 있는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모든 등장 인물들은 ‘결혼’으로 행복해 지는 것이 아니라 불행해 지고 갈등을 빚는다. 그것이 당사자들 간의 문제 때문이든, 아니면 각 가족들간의 갈등 때문이든 결국 인생의 ‘불행’을 몰고 오게 된다는 것은 동일하다. 그렇게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결혼’이 인생의 종점에서 찾는 행복이 아니라 인생의 가장 큰 오점이자 지옥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속 어리석은 인물들은 기어이 그 결혼을 지키려 한다는 점이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를 보는 마음이 그리 편치만은 않은 것은 단순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결정나는 판타지가 아니라서가 아니다. 이 답답한 인물들을 보는 시선이 지독히도 건조하기 ?문이다. 이 세계를 만들고 지탱하는 조물주가 꾸역꾸역 결혼을 지켜가려는 이들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그 모든 사건들을 물기 하나 없는 디스토피아로 만드는 이상,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기묘한 우울감은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수다 포인트
- 미자(사랑과 야먕)와 화영(내 남자의 여자)의 2014년 판인 것 같은 다미. 헤어스타일이라도 좀 다를 순 없을까요?
- 다미와 마주하고 앉은 은수 사이에 곱게 놓여 묘하게 거슬리던 가방. 혹시 이것도 PPL은 아니죠?
- 어디 이 드라마 보고 나면 무서워서 결혼하겠습니까…

글. 민경진(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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