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니엘 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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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니엘의 시간은 흐른다. 예전과 다르게 흐른다. 자기 자신에게 몰두하며 살아왔던 최다니엘은 이제 남은 시간을 타인과 함께 나누고 싶어 한다. 그의 시간은 지금 어디쯤에 와 왔을까. 과거를 살피고,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전 ‘열한시’ 정도, 그 즈음 어딘가에 서 있는 듯 보였다.

Q. ‘열한시’를 선택한 이유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 함께 한 김현석 감독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싶은데.
최다니엘:
맞다. 감독님 아니었으면 안 했을 거다.

Q. 감독님이 뭐라고 하면서 함께 하자고 하던가? 지완 역은 김무열 씨가 맡기로 했던 캐릭터였다. 부담이 없지 않았을 것 같은데.
최다니엘:
원래는 나에게 먼저 제의가 들어온 캐릭터였다. 스케줄 등 여러 문제로 못하게 되면서 김무열 씨에게 갔던 건데, 촬영이 도중에 스톱되면서 다시 나에게 왔다. 크랭크인 1주일 앞두고 다시 제의를 받은 거라서 고민을 많이 했던 게 사실이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투입되다보니 불안한 부분도 많았고. 솔직히 말하면 이번 작품은 나를 놓고 임했다. 배우로서의 욕심보다는 작품에 잘 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했다.

Q. 본격 SF인 줄 알았는데, 스릴러 느낌이 많이 나는 영화였다. 연기한 입장에서는 어땠나? 촬영하면서 느꼈던 것과 결과물에 차이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최다니엘:
촬영할 때는 무거운 느낌의 영화가 나올 줄 알았다. 할리우드 구조를 닮은, 킬링 타임용 영화 말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감독님 색이 많이 묻어난 영화로 완성된 것 같다. 김현석표 스릴러가 탄생한 느낌이다. 감독님 특유의 썰렁 개그도 있고.

Q. 윤아와 수지 언급 개그?(멀지 않은 미래를 그린 영화에는 ‘소녀시대’ 윤아와 ‘미쓰에이’ 수지가 하루 차이로 결혼 발표를 했다는 내용이 등장한다.)
최다니엘:
(웃음) 김현석 감독님 페르소나인 박철민 선배가 유머를 맡아주셨는데, 그런 것들이 기존 스릴러 영화와는 많이 달랐던 것 같다. 스릴러라고 하면 숨통을 조이는 긴장감이 먼저인데, ‘열한시’는 뭐랄까. 우디 앨런 영화 같은 편안함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볼 테면 봐!” 내버려두는 그런 스타일의 스릴러가 나온 게 아닌가 싶다.

Q. 할리우드에는 시간여행을 그린 작품이 굉장히 많은데, 재미있게 본 게 있나?
최다니엘:
마이클 J. 폭스 주연의 ‘백 투 더 퓨처!’ 또 뭐였더라? M자 머리의 배우가 출연한 영화도 굉장히 재미있게 봤었는데… 똑같은 오늘이 반복되는 이야기… (Q. 빌 머레이 주연의 ‘사랑의 블랙홀?’) 아, 맞다! 그 영화!(웃음) ‘이프 온리’도 기억에 남는다. 그러고 보니, 하루를 되돌린다는 점에서 ‘이프 온리’는 ‘열한시’와 비슷하네. 사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할리우드 영화들과 쉽게 접목이 안 됐다. 글로 봤을 때는 “이게 무슨 말이야? 그래서 (미래로)갔다 왔다는 거야, 뭐야?” 이랬다.(웃음) 영상으로 나온 완성본을 보고 나서야 예전에 봤던 할리우드 영화들이 떠올랐다.
최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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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자간담회 때 “타임머신이 있다면 성경시대로 가고 싶다”고 했다. 왜 성경시대인가?
최다니엘:
인간의 뿌리를 얘기할 때, 흔히 두 가지를 거론하잖아. ‘원숭이에서 시작이 됐다!’ 혹은 ‘신이 창조 했다!’

Q. 진화론이냐 창조론이냐? 과학적으로는 진화론을 많이들 믿는다.
최다니엘:
그렇지. 교과서에 그렇게 실려 있으니까. 어떤 사람들은 두 개를 짬뽕해서 ‘창조가 된 후, 원숭이에서 진화가 됐다!’ 그러고. 그래서 그 시대로 가보고 싶다. 그러면 우리의 뿌리를 정확히 알 수 있을 테니까.

Q. 근원에 대한 관심이 많나보다.
최다니엘:
어릴 때부터 그런 쪽에 관심이 많았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하늘은 어째서 파랗고, 나무는 왜 혼자 자랄까’ 그런 것들이 너무 신기했다.

Q. ‘왜 태어났을까?’에 대한 답은 찾았나?
최다니엘:
사실 올해가 나에게는 굉장히 특별하다. 내 인생의 ‘영순위’를 나름 찾았거든.

Q. 뭔가, 그 ‘영순위’가?
최다니엘:
예전에는 인기 얻고, 돈 버는. 속된말로 내 배때기 채우는 일에만 치중하며 살았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런 생각을 했다. ‘배우는 눈에 안 보이는 어떤 문화를 파는 사람인데, 내가 혹시 내 이득을 위해서 건강하지 못한 문화를 생산해내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그게 과연 내 삶의 목적인가?’라는 의구심이 든 거다. 그 해답을 최근 나얼 씨와 교회를 다니고 성경을 읽으면서 어느 정도 찾았다. 적어도 내가 어떻게 해야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들은 들어선 상태다.

Q. 어떤 계획들을 세웠나?
최다니엘:
유한적인 것들 말고, 무한적인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 성금기부 같은 유한적인 것들은 자칫 잘못하면 나 스스로를 위선적으로 만들 수 있으니까. 내가 평생 책임지지 못하면 받는 사람도 불행해 질 수 있고 말이다.

Q. 눈에 보이지 않는 걸로 도움을 주겠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당신의 진실이 상대에게 가 닿지 않을 수도 있고.
최다니엘:
그러니까 이런 거다. 조금 더 넒게 보면 문화에는 건강한 문화와 덜 건강한 문화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우리 주위에는 그럴싸하게 포장된 건강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음악, 영화, 인터넷, 예능 모든 분야에서 말이다. 그것이 꾸며졌다고 해서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본질을 생각할 여유를 앗아간다는 점에서 나쁘다고 하는 거다. 문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대중에게 인스턴트 음식을 주고 싶지는 않다. 그런 점에서 무형의 것을 통해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거고.

Q. 세상을 바꿔 보고 싶다는 건가? 아니면, 당신이라도 좋은 걸 보며 살겠다는 건가?
최다니엘: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바꿀 수 없다고 해서, 나쁜 걸 알면서도 묵인하는 건 아니지 않나. 결국 ‘나는 왜 태어났나’ 하는 고민과 이어지는 부분인데, 미약한 힘이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보람될 것 같다.
최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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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런 것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
최다니엘:
왜 그런 거 있잖아. 눈에 보이지 않고 설명할 수도 없는데, 느껴는 지는 거. 애인이 옆에 있는데 공허한 느낌과 비슷하달까. 한창 많은 사랑을 받았을 때 그런 느낌이 강하게 왔다. 괜히 더 공허하고, 괜히 더 외롭고, 그랬었다.

Q. 그때의 당신…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뭔가 내 것이 아닌 걸 쥐고 불안해하는 사람 같았다. 인기를 즐기는 사람도 많은데, 당신은 아닌 것 같았다.
최다니엘:
정확하게 봤다. 힘들때 사람들은 기댈 곳을 찾는다. 어떤 사람은 특정한 사람에게, 어떤 사람은 명예나 재물에, 어떤 사람은 신앙에…

Q. 당신은 신앙이군.
최다니엘:
맞다. 많은 영향을 받았다.

Q. 아까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했는데, 시간은 어떤 것 같나. 타임머신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시간을 정복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투영된 물건인데.
최다니엘:
너무 어마어마한 것들은 우리가 보지 못한다. 지구에 살고 있지만 지구를 보지 못하듯, 시간을 살지만 우리는 그 시간을 못 본다. 비유를 하자면 우리는 책에 적힌 글자고, 시간은 책 같은 느낌이다. 인간은 책에 적힐 수는 있지만 책일 수는 없는 거지. 그런 부분에서 시간은 인간 욕망의 정점이 아닌가 싶다. 뭔가를 정복하고, 갖고 싶은 무한대 욕망의 ‘끝’ 말이다.

Q. 그런데 그 욕망에 결국은 지지. 죽음으로!
최다니엘:
그래서 또 절망하고.

Q. 한편으로는 죽음이 과연 ‘지는 것일까’ 싶기도 하다.
최다니엘:
그건 여러 가지 얘기들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인데, 죽는다는 건 어떻게 보면 이득일 수도 있다.

Q. 어떤 면에서?
최다니엘:
누구나 도피하고 싶은 마음이 있잖아. 일탈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블루마블 게임에서 땅을 다 사면 무인도에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비슷한 게 아닐까 싶다.(웃음)

Q. 시간에 대해서 질문을 조금 더 하자면, 당신은 스스로의 시간을 잘 통제하고 있나?
최다니엘:
그러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을 ‘잘 쓴다/못 쓴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기준을 어디에 두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오늘 아침에 뭘 먹고, 점심에 어디를 가고’ 하는 코앞의 시간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는 게 좋은지’ 길게 내다볼 필요가 있다는 거다. 일에 치여 산다는 것은 그런 생각조차도 못하면서 산다는 거니까.

Q. 주관이 굉장히 확고하게 선 것 같다. 기억하는지 모르겠는데, 2년 전에 만났을 때 그런 얘기를 했었다. “지금 막 살아 보고 있다”고. “방탕까지는 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핀은 잡고 있는 중”이라고.
최다니엘:
으하하하하.
최다니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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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때는 굉장히 불안해 보였는데, 오늘은 완전히 딴 사람 같다. 여러 고민과 복잡한 생각들이 가닥을 잡은 느낌이다.
최다니엘:
예전에는 내가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라는 인지가 부족했다. 내 손에 든 무기가 날카롭다는 걸 몰랐던 거다. 그걸 느꼈을 때, 비로소 책임감이 섰다.

Q. 요즘 누굴 자주 만나나? 누굴 만나서 이런 얘길 하나? 나얼?
최다니엘:
나얼 형은 콘서트 준비로 요즘 많이 바쁘다. 이런 얘기들… 평소에 할 일이 없으니까 인터뷰에서 이렇게 떠드는 거지.(웃음) 평소에는 혼자 생각하는 편이다.

Q. 일기는 지금도 쓰나?
최다니엘:
요즘엔 글보다 음악을 많이 듣는다. 라디오 진행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음악과 가까워지게 됐다.

Q. 아, 라디오! ‘더 가까이… 최다니엘입니다’(새벽 3-5시)를 진행하다가 최근 ‘최다니엘의 팝스팝스’(오전 11-12시)로 옮겼다. 새벽에 할 때는 종종 들었었다.
최다니엘:
갑자기 민망해지네~

Q. 밤에 전파를 타는 라디오와 오전에 하는 라디오는 청취자 자체가 다르다. 당신은 밤에 더 어울리는 분위기인데…(웃음)
최다니엘: 안 그래도 초반에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너무 졸려요” “아침인데 왜 이렇게 나른하게 하세요~” 라는 반응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기도 했고.(웃음)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활기차게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란 어려운 법이니까. 불가능한 일이고. 그래서 프로그램 형식이나 내 목소리 높낮이에 신경 쓰기보다는 진솔하게 다가가자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

Q. 올해 부산영화제때 ‘여성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재해석해 프로젝트에 홍보대사로 참여했었다. 언제 여성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나? 설마 골반이 아름다울 때라고 하지는 않겠지?(인터뷰 며칠 전 ‘최다니엘 이상형은 골반미인!’이라는 헤드라인 기사가 포털메인에 크게 걸린바 있다.)
최다니엘:
으하하하하. 저, 여기 물 좀… 갑자기 목이 마르네. 아니, 그게… 이상형 질문에 “치마보다 바지 입은 여자가 좋다”고 하니까 디테일하게 말해달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건강한 여성이 좋다. 골반이 예쁘다는 건 건강하다는 증거 같다~” 이런 식으로 얘기했는데, 골반만 기사 제목으로 ‘딱’ 나갈 줄이야.(웃음)

Q. 하하. 각설하고. 어느 순간 여성이 가장 아름다워 보이나?
최다니엘:
여성들마다 고유의 매력이 있잖아? 그걸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지혜롭고 아름다워 보인다. 가령 옷을 입을 때 자신의 장점은 부각시키고 단점은 보완하는 센스를 부릴 줄 아는 사람. 그런 사람은 자신감도 있어 보이고, 좋은 것 같다.
최다니엘
최다니엘
Q. 그럼 남자는? 남자는 언제 멋있어 보이나?
최다니엘:
남자? 열심히 일할 때. 사냥 잘 하고, 열심히 돈 벌어 올 때?(웃음)

Q. 당신은 그러고 있는 것 같나?
최다니엘:
나는… 나는 그러지는 못했던 것 같다. 사냥을 잘 하려면 뭔가 싫은 것도 해야 하는데, 나는 그런 걸 잘 못하는 편이다.

Q. 타협을 얘기하는 건가? 작업하다가 당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나면 어떻게 대응했나?
최다니엘:
일단 내 의견을 이해시키려고 했다. 상대가 나를 이해시키려고 한 말에 공감이 안 가면 절대 굽히지 않았고. 그러니까 나 스스로 납득이 안 되면 귀 막고 “그건 아니잖아요!” 이랬었다. 그런 면에서 ‘열한시’는 조금 달랐다. 이 작품을 할 때는 내가 먼저 상대의 의견을 듣고 물어보려고 했다. 왜냐고? 아까 말했듯이 ‘열한시’는 나를 내려놓고 임한 작품이다. 배우로서의 욕망을 떠나서 이 안에서 내가 잘 쓰여지기만을 원했다. “감독님 어떻게 해야 해요?” “이렇게 하는 게 좋은 것 같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해 볼게요!” 하면서 무조건 따랐다. 어떤 사람은 그걸 보고 “저게 무슨, 배우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답은 없는 거잖아. 배우가 능동적이야 한다는 것도 어떻게 보면 선입견이다. 그런 것들에 반박하며 촬영했다는 점에서, ‘열한시’는 내게 의미가 남다른 작품이다.

Q. 그렇게 해 보니까, 어떤 것 같나.
최다니엘:
예전에는 “저에게 없던 새로운 면을 끄집어 내주신 감독님 감사해요!”라고 말하는 배우들을 보면서, “애걔~ 그런 게 어디 있어? 자기는 자기가 가장 잘 알지!” 했었다. 그런데 ‘열한시’를 찍고 나서는 그런다. “그럴 수도 있겠다!”(웃음)

Q. 차기작은 어떻게 되나? 어떤 작품으로 좋은 영향을 줄지 궁금하다.
최다니엘:
아직 결정된 게 없는데, 나도 참 궁금하다. 아마 내가 작품을 찾아간다기보다, 작품이 나를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글,편집. 정시우 siwoorain@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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