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면 충분한 스토리 내 맘으로 넌 들어왔어’ 누군가가 눈 안에 ‘콕’ 들어오거나 가슴에 ‘콱’ 박히는 건 생각보다 굉장히 짧은 시간 동안 이뤄진다. 하루에도 수많은 연예인이 브라운관과 스크린 속에서 웃고 울고 노래하며 우리와 만나지만, 그 중에서도 제대로 ‘필(feel)’ 꽂히는 이들은 손에 꼽힐 정도.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어느 순간 그야말로 내게로 와 꽃이 된, 꽂힌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편은 SBS ‘상속자들’에서 지독한 짝사랑을 선보인 최영도 역의 김우빈, 아이돌 그룹 엑소의 무한 긍정 에너지 찬열, tvN ‘식샤를 합시다’의 미스터리한 806호 거주자 구대영 역을 맡은 비스트의 윤두준이다. 참, 이들은 먹는 것 하나도 남다르다.

#우빈아, 나중에 엄마 밥 꼭 먹어야 해

SBS ‘상속자들’ 최영도 역의 김우빈
SBS ‘상속자들’ 최영도 역의 김우빈
SBS ‘상속자들’ 최영도 역의 김우빈

187cm의 큰 키, 얼핏 스치기만 해도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날렵한 눈매, 비상하는 새처럼 날카롭게 위로 솟은 각진 눈썹, 어느 것 하나도 쉬워 보이지 않는 외모다. 이런 그가 SBS ‘상속자들’에서 폭주하는 열여덟 청춘, 최영도를 연기했다. 탁월한 신체조건과 개성 있는 외모, 끝내주는 연기력으로 여자는 물론 남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았지만, 정작 난 그에게 조금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게 사실. 하지만 청춘의 열기에 조금은 지친 듯, 조용히 웅크리고 숨죽이며 밥상과 마주한 18화 장면을 본 순간, 김우빈 절대 지지자로 단숨에 돌아섰다. 2011년 KBS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서 날것 그대로의 폭발적인 에너지로 그저 내지르기만 했던 그가 2년이 지난 지금 자신만의 감정과 성숙함, 섬세함으로 아픔을 보듬어 주고 싶은 소년을 선보였다. 영도의 찰나의 심리 변화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는 눈동자부터, 음식을 씹고 넘기는 적절한 속도와 타이밍, 발개진 눈에 맺혀 흐르지는 않던 눈물, 여기에 은상을 좋아하는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 호흡을 가다듬던 시간의 여백까지,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김우빈의, 김우빈을 위한, 김우빈에 의한 완벽한 장면을 완성했다.

#찬열아, 넌 뭘 해도 성공할 것 같아

MBC every1 ‘엑소의 쇼타임’ 속 찬열
MBC every1 ‘엑소의 쇼타임’ 속 찬열
MBC every1 ‘엑소의 쇼타임’ 속 찬열

선택 한 번 시원시원해 결정장애자의 로망이 될 것 같은 소년. 원하는 게 있으면 직접 나서는 행동파에 똑 부러지고 꼼꼼하기까지 하다. MBC every1 ‘엑소의 쇼타임’ 2화에서 막창, 삼겹살, 떡볶이까지, 엄청난 식사량을 선보인 엑소 멤버 중 눈에 확 들어오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찬열이다. 눈도 동글 코도 동글, 귀엽기만 해 보였던 외모이지만 팀의 키(184cm)와 목소리(얇은 미성일 거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남자답지만 부드러운 로우톤)를 담당하고 있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다. 그런 그가 팔을 걷어붙인 채 양손에 집게와 가위를 들고 막창과 삼겹살을 거침없이 잘랐을 때, ‘저게 바로 훈남 선배의 표본이지!’하고 외치게 되었다. 어미 새가 된 마냥 멤버들을 위해 음식을 주문하고 굽고 자르며 분주히 움직였던 그. 떡볶이 가게에서는 이것저것 요구하던 멤버들의 의견을 깔끔하게 정리해 적절히 주문했던 건 물론, 어묵은 먹기 좋게 잘라달라고 말하는 세심함도 드러냈다. 또한, 떡볶이를 한창 먹던 도중 “음료수 먹고 싶은 사람?”이라고 묻고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챙겨오기까지 했으니! 어디에 있든, 뭘 하든 허투루 하는 법 없어 보이는 이 남자, 어떤 일을 했든 성공했을 게 분명하다.

#윤두준, 먹방계의 신흥 강자 예약이요!

tvN ‘식샤를 합시다’ 구대영 역의 윤두준
tvN ‘식샤를 합시다’ 구대영 역의 윤두준
tvN ‘식샤를 합시다’ 구대영 역의 윤두준

단순히 침만 꼴깍 삼킨다든가 과장된 표정으로 음식을 게걸스럽게 먹는다 해서 먹방이 가능해지는 건 결코 아니다. 음식에 대한 절대적 호감도를 지닌 이가 일상의 한 장면처럼 자연스럽게 보이게 연기할 때, 진정한 먹방이 탄생한다. 그런 점에서 윤두준은 가히 탁월하다. tvN ‘식샤를 합시다’의 구대영 역을 맡은 그는 ‘맛있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브라운관을 뚫는 듯한 사실적인 연기로 알려주고 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음식의 비주얼보다 그가 먹는 장면 그 자체에 눈이 가니, 발군의 실력을 뽐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화에서 선보인 자장면 신을 본 후 다음 날 저녁으로 바로 자장면을 사 먹었을 정도니, 이건 오직 그의 연기 덕분이라고 할 수밖에. 게다가 트레이닝복에 패딩 조끼 차림의 옆집 백수 오빠 코스프레를 해도 훈훈한 외모를 가릴 수 없어 지켜보는 즐거움 또한 있다. 세탁소에 들러 슈트로 언제 갈아입을 것인가 하고 기다리게 되는 건 나만이 아닐 터! 쌍꺼풀 없이 진한 눈매에 성대에 마이크를 장착한 듯 울림 있는 목소리로 능청스럽게 연기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이돌 출신이 아닌 그저 가능성 있는 배우의 화려한 등장이라 말해도 손색없을 것이다.

글. 이정화 lee@tenasia.co.kr
사진제공. SBS, MBC every1,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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