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lfgang Muthspiel - Vienna Naked
Wolfgang Muthspiel - Vienna Naked
지난달 25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위치한 오디오가이 스튜디오에서는 기타리스트 볼프강 무스필과 베이시스트 래리 그레나디어의 듀오 공연이 열렸다. 일반 공연장이 아닌 안방만 한 크기의 스튜디오에서 40명 관객 한정으로 열린 공연으로 객석에서 연주자의 숨소리가 들렸다. 덕분에 관객들은 두 최정상급 연주자의 농밀한 앙상블을 바로 코앞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한국에 처음 오는 무스필은 기타 본연의 소리를 잘 살린 편안한 연주부터 다양한 이펙터를 활용한 스릴 넘치는 기타 운용, 노래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음악을 유감없이 선사했다. 매 순간마다 다른 그림을 선사하는 마법과 같은 장면이었다.

오스트리아 출신인 볼프강 무스필은 90년대 중반 재즈의 메카 뉴욕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차세대 기타리스트들을 발굴해온 게리 버튼을 비롯해 데이브 리브먼, 피터 어스킨, 폴 모션, 밥 버그, 게리 피콕, 돈 앨리어스, 브라이언 블레이드 등 거장들과 함께 한 무스필은 재즈와 클래식, 다양한 음악을 결합해 고유의 스타일을 정립함으로써 재즈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현재 고향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정착해 활동 중인 무스필은 자신이 설립한 레이블 메트리얼 레코드(Material Record)를 통해 정력적인 음악적 행보를 선보이고 있다. 여기까지 그의 소개를 읽으면 상당히 심각한 연주자가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중요한 것은 무스필이 누가 들어도 공감할 수 있는 서정성을 내포한 연주자라는 사실이다. 25일 첫 한국 공연을 앞둔 볼프강 무스필을 만났다.

Q. 한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 볼프강 무스필(Wolfgang Muthspiel)은 어떻게 발음하나?
볼프강 무스필: 독일 식으로 발음하는 것이 맞다. 무츄필, 묻+슈필 이런 식으로 발음한다.

Q. 볼프강이 태어난 오스트리아는 세계적인 클래식 강국으로 잘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에 어떤 음악을 주로 들었나?
볼프강 무스필: 어린 시절에는 클래식을 들으며 자랐다. 여섯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했다. 아버지가 합창단의 지휘자셨고, 내 두 형제들 모두 클래식 뮤지션이다. 비틀즈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클래식, 오스트리아 민속음악을 들으며 성장했다.

Q. 비틀즈를 좋아했다면 록도 즐겨 들었나?
볼프강 무스필: 지미 헨드릭스와 글렌 굴드를 동시에 좋아하던 시절이 있었다. 록도 많이 좋아했지만 록 기타리스트가 되고 싶을 정도는 아니었다. 난 재즈라는 장르를 접하기 전에 이미 즉흥적으로 연주하는 것을 좋아했다. 아이들이 정식으로 피아노를 배우기 전에 아무렇게나 건반을 누르면서 음악을 알아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Q. 즉흥연주에 빠진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볼프강 무스필: 악기를 배우기 전에 친형 크리스천 무스필과 함께 집에 있는 피아노, 기타, 플루트, 트롬본 등을 가지고 놀면서 음악을 알아나갔다. 마치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흙장난 하듯이 악기를 가지고 논 것이다. 당연히 처음부터 재즈와 같은 소리를 낸 것은 아니다. 어디선가 들었던 음악을 흉내 내서 연주한 것이다. 마음대로 연주하면서 즉흥음악의 매력을 알아나갔다. 그렇게 연주한 것을 녹음해서 주변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나눠주기도 했다.

Q. 친형 크리스천 무스필과 듀오 앨범도 여러 장 냈다. 어렸을 때 하던 음악들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을까?
볼프강 무스필: 하하 그렇다. 우리 둘은 음악을 너무 사랑하는 마음으로 즐겼지만, 그 중에 선의의 경쟁을 하기도 했다. 매우 좋은 의미에서의 경쟁이었다. 난 미국 정통 재즈에 관심을 갖게 됐고, 형은 유러피언 아방가르드 음악 쪽으로 갔다. 우리는 서로의 음악을 배우고 공통적인 부분을 찾아가면서 성장했다.
볼프강사진
볼프강사진
Q. 미국 버클리음대에서는 기타리스트 믹 구드릭에게 사사했다. 그와의 만남은 어땠나?
볼프강 무스필: 그는 정말 훌륭한 선생님이자 친구다. 그에게 큰 고마움을 가지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 그가 나에게 한 말은 “네 기타 소리는 팻 메시니같다”였다. 난 미국에 유학을 왔을 때 클래식 기타, 재즈 기타 양쪽으로 장학금을 받았다. 때문에 약간의 자만심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믹은 날 보자마자 팻 메시니와 비슷하다는 지적을 한 것이다.

Q. 팻 메시니를 닮았다는 지적을 듣고 기분이 어땠나?
볼프강 무스필: 팻 메시니와 소리가 비슷하다는 것을 나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난 당시까지 팻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으니까. 믹 구드릭이 좋은 점을 지적했다. 스승의 그러한 직언은 학생에게 큰 도움이 된다. 나도 그렇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학생들이 상처받을까봐 쉽지 않다. 그래도 그렇게 이야기해주는 것이 옳은 일이다.

Q. 90년대 중반으로 들어오면서 볼프강 무스필, 벤 몬더 등이 재즈기타 계에 신흥 강자로 부상하게 된다. 지금은 많은 기타리스트들이 당신의 스타일을 좇고 있다.
볼프강 무스필: 그런가?(웃음) 벤 몬더를 무척 좋아한다. 그는 환상적인 연주자다. 내 기타 연주에는 유럽의 클래식과 미국의 비밥과 같이 전혀 다른 요소들이 섞여 있다. 그래서 재즈를 공부하는 이들이 색다르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벤 몬더나 나나 클래식 기타의 어법을 자주 사용하는 편이다.

Q. 볼프강 무스필의 또 다른 매력이라면 특유의 서정성(Lyricism)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볼프강 무스필: 물론이다. 서정성은 내 음악에서 굉장히 큰 부분이다. 느리고 서정적인 음악들을 좋아한다.

Q. 뉴욕에서 게리 버튼, 데이브 리브먼, 피터 어스킨, 폴 모션, 밥 버그, 게리 피콕, 돈 앨리어스 등 거장들과 작업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연주자가 있다면?
볼프강 무스필: 무척 많다. 같이 작업한 뮤지션들은 모두 나의 스승이나 다름없다. 폴 모션과 함께 연주하면서 특히 많이 배웠다. 믹 구드릭이 무명인 나를 폴에게 소개시켜줘서 함께 연주할 수 있었다. 돈 앨리어스도 나의 초기 지지자 중 한 명이다. 내가 유명하지 않을 때부터 함께 연주하며 많은 뮤지션들을 소개시켜줬다. 중요한 것은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할 때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면 안 되고 상대방의 음악에 유연하게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아름다운 작품이 나오게 되고, 연주자도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Q. 뉴욕에서 한창 활동을 하다가 다시 고향인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 이유가 있나? 본인의 레이블 매트리얼 레코드도 설립했다.
볼프강 무스필: 15년 동안 뉴욕에서 활동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다. 유럽이 그리웠다. 내 레이블은 뉴욕에서 처음 시작을 했는데 제대로 운영을 하려면 내 나라에서 하는 것이 수월할 것 같았다.
Wolfgang Muthspiel - Vienna Nak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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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이번에 한국에서 래리 그레나디어와 듀오로 연주를 한다. 당신은 듀오 앨범도 많이 냈다. 듀오의 매력은 뭘까?
볼프강 무스필: 듀오는 너무 재밌는 작업이다. 가장 좋은 점은 연주자가 둘 뿐이기 때문에 음악적 반응이 즉각적으로 온다는 것이다. 둘이서 긴밀하게 교류하면서 시시각각 음악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Q. 국내에서는 드러머 브라이언 블레이드와 단 둘이서 녹음한 ‘프렌들리 트래블러스(Friendly Travelers)’가 좋은 반응을 얻었다.
볼프강 무스필: 브라이언과는 덴마크 워크숍에서 만났다. 당시 마크 존슨, 맷 팬맨 등 여러 베이시스트들이 돌아가면서 트리오를 이뤄 연주를 했다. 그런데 막상 공연을 할 때에는 베이스가 없었다. 그래서 둘이 리허설을 하는데 너무 재미있는 사운드가 나오는 거다. 그 전까지는 베이스가 없을 때에는 내가 기타로 베이스를 짚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좋은 음악이 나오는 거다. 그것이 레코딩까지 이어지게 됐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Q. 저 세상에 있는 연주자들을 포함해서 듀오로 연주해보고 싶은 연주자를 단 한 명만 꼽는다면?
볼프강 무스필: 음…. 조니 미첼.

Q. ECM에서 차기작이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소개 부탁드린다.
볼프강 무스필: 래리 그레나디어, 브라이언 블레이드와 트리오로 연주를 했다. 이미 녹음을 마친 상태로 내년 5월에 앨범에 나온다. 전부 나의 자작곡이다.

Q. 음악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볼프강 무스필: 다른 연주자의 음악을 듣고 그것을 최대한 연주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에게 낯선 코드들을 익숙해질 때까지 연주해보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안 쓰는 근육을 써서 그것을 강하게 만드는 것과 같다. 그런 식으로 자기 안에 많은 음악이 쌓이면 누구와 함께 연주를 하더라도 긴장하지 않고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다.

Q. 당신의 음악은 경계가 없어 보인다. 자신의 음악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볼프강 무스필: 난 내 음악을 정의하는 것을 멈췄다. 그저 재미있게 연주할 뿐이다. 내 음악을 어떻게 분류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끌리는 것을 따라갈 뿐.

Q. 혹시 한국 연주자와 교류가 있었나? 알고 있는 한국 연주자가 있다면?
볼프강 무스필: ‘전송이’라는 한국 연주자를 만난 적이 있는데 매우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스위스에서 그녀를 가르친 적이 있다. 지금은 버클리음대에서 학생으로 공부하고 있다. 재즈 보컬리스트이면서 뛰어난 피아노 연주자이고 빅밴드 편곡까지 해낼 정도로 다재다능하다. 아마도 한국에 돌아온다면 좋은 활약을 하지 않을까 기대된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플러스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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