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오엔(Sioen)
시오엔(Sioen)
시오엔(Sioen)

사진 촬영을 위해 텐아시아 스튜디오로 들어오는 시오엔(Sioen, 벨기에 발음으로 시운). 자신의 노래 ‘Crusin’ ’이 배경음악으로 깔리자 “또 이 노래야?”라며 지겹다는 듯 익살맞은 표정을 지었다. 실제로 이 곡은 2000년대 중반 국내 라디오에서 상당히 많이 흘렀다. 하지만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없다. 처음 듣고 빨려들 듯 좋아하게 된 ‘Crusin’ ’은 도무지 질리지 않아 오랫동안 즐겨 들었다. 사실 이 곡은 해당 음반을 수입한 국내지사가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면서 제대로 홍보조차 되지 못했다고 한다. 순수하게 노래의 힘으로 알려진 셈. 그런데 어느 날 ‘노래의 주인공’ 시오엔이 한국에 온다는 소식이 들렸다. 작년 11월 첫 내한공연을 가진 그는 내친 김에 한국 팬들을 위한 베스트앨범 〈Crusin’〉까지 발매했다. 이 앨범을 들어보면 시오엔의 매력이 단지 ‘Crusin’ ’만으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클래식, 월드뮤직, 뮤지컬음악 등을 아우르는 그의 재능은 놀라울 정도. 정작 직접 만난 시오엔은 장난기 가득한 미남 청년이었다. 그리고 솔직했다.

Q. 한국에 두 번째 내한한 소감이 어떤가?
시오엔:굉장히 좋다. 해외 공연을 다니는 것은 음악적으로 좋은 모험의 기회다. 지구 반대편까지 와서 이렇게 활동하는 것은 축복받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작년 11월 내한공연 후 팬들이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언제 다시 오느냐고 메시지를 남겨주셔서 이렇게 다시 올 수 있게 된 것 같다.

Q. 이번에는 한국에 20일정도 체류(4월 4일~24일)를 한다. 한국 음식은 어떻던가?
시오엔: 불고기, 김치, 삼계탕 등이 좋았다. 많은 음식을 먹었는데 이름이 어려워서 기억은 못 하겠다.(웃음)

Q. 2004년쯤에 한국에 ‘Crusin’이란 노래가 참 많이 나왔다. 별 홍보 없이 순수하게 노래의 힘으로 히트한 곡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인기를 알고 있었나?
시오엔: 광고에 내 노래가 쓰인 것은 알았는데 라디오에서 많이 나온 것은 몰랐다. 작년 11월 처음 한국 공연을 했을 때도 매진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번 대전 공연에서도 사람들이 1시간 반 동안 사인을 받으려 줄을 서 있더라. 또 한국 레코드점에 가니 예전 내 앨범을 팔고 있었다.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시오엔(Sioen)
시오엔(Sioen)
시오엔(Sioen)

Q. ‘Crusin’ ’이 벨기에에서는 엄청나게 큰 인기를 누린 곡이라고 들었다.
시오엔: 나를 알린 첫 히트곡이다. 벨기에에서 몇 달 동안 1위를 했고, 이런 저런 편집앨범에도 실렸다.

Q. 이번에 한국에 베스트앨범 〈Crusin’〉을 발표했다. 한국 내 음반사를 찾기 위해 칠리뮤직에 직접 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 연이 닿은 과정을 설명해 달라.
시오엔: 다른 나라를 가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레코드점에 가는 것이다. 작년 11월 한국에 왔을 때 레코드점에 가니 점원이 라세린드 앨범을 권해줬다. 그 앨범 뒤에 칠리뮤직 마크가 찍혀 있어서 그걸 보고 연락을 하게 됐다.

Q.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클래식, 재즈를 좋아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음악은 어떻게 익혔나?
시오엔: 아버지가 음악 교사셨고, 어머니는 탱고 댄서로 활동하셔서 집에서는 늘 다양한 음악이 흘렀다. 아버지의 권유로 어렸을 때부터 약 11년 간 플루트를 배웠다. 14세에는 캠프에 갔다가 아프로큐반 퍼커션을 배웠다. 어머니가 탱고 춤을 출 때 퍼커션으로 반주를 하곤 했다. 16세 무렵에는 록 밴드를 결성해 너바나, 펄 잼을 카피하기도 했다. 나중에 벨기에에서 열린 음악페스티벌에 참가했을 때 공연하러 온 에디 베더와 직접 만나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Q. 유튜브에서 시오엔이 혼자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을 노래하는 영상을 봤다. 중간에 재즈 스탠더드 ‘Autumn Leaves’를 삽입해 연주하던데, 재즈도 익혔나?
시오엔: 한때 재즈 피아노도 배웠다. 사실 ‘Autumn Leaves’를 보사노바 풍으로 바꾸고 코드도 바꿔보는 과정에서 ‘Crusin’ ’이 탄생했다.(웃음) ‘Crusin’ ’의 기초가 된 곡인 셈이다.

시오엔(Sioen)
시오엔(Sioen)
시오엔(Sioen)

Q. 작곡은 주로 피아노로 하나?
시오엔: 처음에는 기타로 작곡을 했었다. 닐 영, 사이먼 앤 가펑클 등의 기타연주를 카피하곤 했다. 그런데 기타로 곡을 만들어보니 내 개성이 담기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내가 퍼커션을 배운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피아노에 도전해보게 됐다. 피아노를 배운 것은 19세 때다. 피아노가 점점 익숙해지면서 잼도 해보고 녹음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작곡할 때 주로 피아노를 사용한다.

Q. 프로 뮤지션으로는 어떻게 정식으로 데뷔하게 됐나?
시오엔: 고등학교 때 밴드를 했을 때에는 약 80여회 공연을 했다. 그런데 다른 멤버들은 음악적 야망이 없었고, 단지 술과 여자들에게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난 밴드를 그만두고 솔로로 활동하게 됐다. 2000년 9월부터 자작곡으로 솔로 공연을 시작했다. 이후 2003년에 데뷔앨범을 내기 전까지 215회 정도 공연을 했다.

Q. 이번 베스트앨범을 들어보니 클래식, 월드뮤직, 뮤지컬음악 등 여러 장르의 요소가 들어있어서 놀랐다. 가령 의 경우에는 뮤지컬 소품처럼 들리기도 하더라.
시오엔: 벨기에에서는 흔한 스타일의 음악을 카피하면 관심을 못 받는다. 그래서 여러 가지 장르를 섞어서 새로운 음악을 창조해내는 것에 몰두했다. 편곡 과정에서 다양한 색을 입히려 노력한다. ‘Wild Wild West’의 경우 마카로니웨스턴에 자주 등장하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느낌을 시도했다. ‘I’m Not Ready To Love You Like I Do’는 듀라셀 건전지 선전에 나오는 북치는 토끼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나의 멜로디는 피아노에서 나온다. 그리고 편곡으로 또 다른 느낌을 만든다.

Q. 이런 이야기를 하면 무례할지 모르겠지만, 베스트앨범을 들어보니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음악이 떠올랐다.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있다면?
시오엔: 인터뷰를 하러 여기 오는 길에 루퍼스 웨인라이트를 들으면서 왔다.(웃음) 난 그의 굉장한 팬이다. 그와 닮았다고 말한다면 나에게는 큰 칭찬이다. 실제로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공연에 가려고 다섯 번이나 티켓을 구입했는데 내 공연과 겹쳐서 한 번도 못 갔다. 그 외에 블러의 데이먼 알반은 나의 음악적 영웅이다. 매번 다른 스타일의 음악을 시도하는 모습을 매우 존경한다.

Q. 벨기에 음악은 국내 팬들에게는 낯설다. 벨기에 대중음악계는 어떤가? 어떤 장르가 각광받고 있나?
시오엔: 벨기에에는 약 10년 전부터 인디 신의 붐이 일었다. 요즘 가장 잘 팔리는 음악은 인디음악이다. 그리고 벨기에에는 여름에만 200개 넘는 페스티벌이 열릴 정도로 라이브 음악이 각광받는다. 라이브를 잘 한다는 소문이 나면 인기를 얻는데 유리하다.

시오엔(Sioen)
시오엔(Sioen)
시오엔(Sioen)

Q. 시오엔은 따로 밴드가 있나? 라이브는 어떻게 하나?
시오엔: 벨기에에 함께 연주하는 밴드가 있다. 밴드와 공연할 때는 피아노보다는 기타를 주로 잡는다.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가 연주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Q. 혹시 한국음악은 들어본 적이 있는가?
시오엔: 3호선버터플라이의 앨범을 구입했다. 지난주에는 3호선버터플라이의 멤버와 술도 마셨다. 그리고 검정치마,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음악도 알고 있다. 한국의 인디밴드를 체크했다. 그리고 모임 별을 정말 좋아한다. 모임 별은 정말 좋은 뮤지션이다. ‘더 크리에이터스 프로젝트’라는 사이트에서 모임 별의 음악을 알게 됐다. 다프트 펑크 앨범에 대한 글을 보려고 들어갔는데 옆에 메뉴에 모임 별의 영상이 뜨더라. 클릭을 해서 봤는데 정말 좋았다. 모임 별의 페이스북에 글도 남겼다.

Q. 케이팝도 들어봤나? 한국의 아이돌 댄스뮤직 말이다.
시오엔: 흠… 그것은 다르다. 엔터테인먼트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잘 생긴 사람들이 나와 멋진 춤을 추고 노래를 하는데, 난 그런 음악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멜로디가 별로 새롭지 않고 인위적인 느낌이 든다. 하지만 케이팝이 유럽에서 인기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14,15세짜리 청소년들이 케이팝을 참 좋아한다.

Q. 자신의 음악을 말로 정의한다면?
시오엔: 글쎄…. 음악을 단어나 장르로 정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틀에 갇혀있는 느낌이 든다. 난 모험적인 마인드를 가진 싱어송라이터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다양한 음악을 듣고 내 작품에 담으려 한다.

Q.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인사 부탁드린다.
시오엔: See you soon! 한국에 얼른 다시 오고 싶다. 팬들 덕분에 한국에 올 수 있었다. 정말 고맙다. 페이스북, 트위터에 계속 메시지를 남겨 달라.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채기원 ten@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