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N 2 〉| 새로 쓴 한국형 수사물의 패러다임
“우리는 TEN이에요!”
1년 반의 기다림. ‘한국형 범죄수사물’의 기준점을 제시하겠다던 그들에게는 짧지만 밀도 깊은 시간이었고, 팬들에게는 정말 애가 타는 시간이었다. 4년 반의 준비기간을 거쳐 탄생한 < TEN > 시즌 1은 ‘수사물=미드’라는 공식을 깨뜨리고 ‘케이블 드라마’의 수준을 끌어올린 수작이었다. 4월 10일 상암 CGV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선 이러한 기대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취재열기가 뜨거웠고, 전작의 ‘성공 신화’를 등에 진 주연배우들의 얼굴은 붉게 상기됐다.

“진짜가 나타났다!”
〈 TEN 2 〉| 새로 쓴 한국형 수사물의 패러다임
다르지만 똑같은, 같지만 조금은 다른. < TEN 2 >은 ‘텐’스러운 드라마를 표방한다. 시즌 1에서는 몇 번을 곱씹어보아야만 이해가 되는 복잡한 구성과 장치들 때문에 ‘어려운 드라마다’라는 원성을 사기도 했다. 그런데도 < TEN 2 >의 이승영 감독은 “이번에 작품을 하면서 꼭 시청자를 100% 이해시키는 드라마는 만들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다시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한 사람들이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찍는 것, 그리고 그 퍼즐을 맞춰가며 정보의 재생산하고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즐거움 확장의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 안하무인격 태도에는 이유 있는 자신감이 깔려있었다.

‘한국적인 수사물’의 영역을 창조해내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다. 미드에서나 나올 법한 화려한 화면 구성과 다채로운 효과들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한국적인 것’이라 할 수 있는 인물들의 감정선을 강조하는 영리함도 엿 보인다. 개별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매몰되지 않고, 피해자의 감정 혹은 피의자라 할지라도 이유 있는 범행처럼 느껴지게 하는 치밀한 감정선의 구성은 < TEN >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그들은 왜 자리를 비워두어야 했을까?
〈 TEN 2 〉| 새로 쓴 한국형 수사물의 패러다임
사실 지상파·케이블 할 것 없이, 이상하리만치 ‘범죄수사물’의 영역은 무주공산이었다. 미국의 < CSI > < Criminal Mind > < Law and Order SVU >부터 영국의 < Sherlock >까지 소위 ‘수사물’에 대한 대중의 사랑은 뜨겁다 못해 넘쳐흘렀고, ‘미드·영드’는 하나의 문화 코드가 되어 수많은 ‘폐인’을 양산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항상 대중의 니즈를 적극 반영해 온 ‘방송가’가 두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 생경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닐 것이다.

아예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간간히 모습을 보이던 ‘수사물’ 드라마들은 그 존재의 흔적조차 희미하다. 그 만큼 임팩트 있는 작품이 없었다는 얘기다. 영화판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드라마 영역에서도 전형적인 ‘한국적인 드라마’가 존재한다. 눈 밑에 점을 붙이고, 삼각도 모자라 사각 오각 관계를 형성하고, 알고 보니 너와 나는 배다른 형제였다는 그런 식의 이야기. 그간 방영된 범죄수사물 또한 이러한 ‘일반화의 오류’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복잡해진 콘텐츠만큼이나 똑똑해진 대중들에게, “한번만 더 믿고 봐주십쇼!”하는 ‘방송가의 클리셰’가 결례처럼 느껴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범죄 수사물계의 드림팀’, 비상할 준비를 마치다
〈 TEN 2 〉| 새로 쓴 한국형 수사물의 패러다임
< TEN 1 >은 시즌 2를 위한 전조였다. 시즌이 넘어가면서 배우들을 그대로 캐스팅 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 TEN 2 >가 시즌 1에서 미처 말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마무리’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에서는 지난 시즌 시청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던 ‘F’의 실체가 밝혀진다. 시즌 1에서는 ‘TEN’ 팀이 서로 모이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관계 생성’의 파트였다면, 이번 시즌에서는 새로운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헤쳐 나가는 인물들의 고군분투가 다뤄진다. ‘TEN’ 팀의 일원들은 개개인이 모두 특출한 능력을 갖췄지만, 그들의 진가는 네 명이 모두 모일 때 드러난다. 1년 반의 기다림, 다시 모인 그들의 활약이 더욱 궁금해지는 이유다.

<별책부록: TEN에 대한 이모저모>

- 극 중 남예리(조안)에게 붙이는 청테이프 뒷면에는 거즈를 ‘한 장’ 덧댄다는 사실! 그런데 피해자 사진에 나온 소품사진 촬영 때는 테이프를 그대로 사용해서 보조출연자 중에는 머리카락까지 잘라낸 사람도 있었다는데……. 조안의 한 마디.“죄송해요. 제가 공식적으로 사과드릴게요.”

- ‘F’는 정말 누굴까. 점점 실체를 드러내는 F. 여자(Female)·얼굴(Face)·금요일(Friday) 외에도 F의 또 다른 의미가 있다면? 이승영 감독 曰 “조금 힌트를 드리자면, F에는 영원(Forever)의 의미도 있어요. 시즌이 지나면 알게 되실 겁니다.”

- 지난 시즌, 소나기가 내릴 때 네 명이 한 화면에 등장하는 장면은 시즌 1의 영상미의 절정을 보여준 컷 중 하나! 아니, 그런데 전화박스가 도로위에 있는 건 옥에 티 아닌가요? 이승영 감독의 한 마디. “그대로 두려니 아무리해도 앵글이 안 잡히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대놓고 찍자했죠. 하하”

- 조안의 청테이프 장면이 연기가 아니라면? 조안은 실제로 폐쇄공포증이 있기 때문에 촬영 때 정말 겁에 질려서 힘들어 했다는 후문. 조안 의 한마디. “눈물, 콧물 다 쏟았어요. 이번엔 아주 제대로 저의 쌩얼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 시즌 2의 부제 ‘Understand’로 정할 때, 단어가 담고 있는 숨은 의미를 고려했다는 이승영 감독. ‘Under+Stand’라고 해서 ‘아래에 서다’라는 의미가 있다는데……. 인물들의 관계 속에서 이것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

- 4·5부에서 비 오는 날인데도 질주하는 장면을 촬영했다는 이승영 감독. 의도한 것도 있지만 하늘이 내린 기회라는 생각이었다고. 또한 세상의 끝에서 만난 ‘F’의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서 CG와 헬기촬영은 물론 프리즘 프레임을 사용했다는데……. < TEN >하면 역시 영상미죠!



글.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편집.홍지유 jiyou@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