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기억 한 켠 속 숨쉬는 풋풋한 추억
" />KBS 드라마스페셜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

KBS 드라마스페셜 단막 2013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 2013년 6월 19일 오후 11시 10분

다섯 줄 요약
백혈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경숙(이기광)은 소원이 하나 있다. 죽기 전에 첫사랑과 첫키스를 하는 것. 경숙의 단짝 친구인 치현(이주승)과 명수(김창환)는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그런데 경숙이 찍은 첫사랑 상대가 하필 치현 자신이 짝사랑하고 있던 국화(전수진)라니. 경숙을 대신해서 사랑의 큐피트 노릇을 하던 치현은 점점 마음이 아파오고,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했다는 경숙에게 급기야 화를 내고 만다.

리뷰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의 ‘내 친구’는 시한부 인생이다. 곧 죽음을 맞이할 것을 암시하듯이 신 사이사이 ‘석별의 정’이 BGM으로 흐른다. 그러나 그러한 상황을 심각하게, 슬프게 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영화 50/50처럼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극중 인물들은 ‘뒈진다’ ‘죽는다’를 무심히 내뱉고, 아파서 힘들어하다가도 좋아하는 누나가 남자친구와 헤어졌다는 말에 잠을 청한다. 이들에게 죽음은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이들이 무서워하는 건, 함께 할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들은 무엇이든 같이 하려 한다. 머리를 깎고, 동해를 가고, 사소한 진실을 밝히려 애쓴다. 이제는 친구가 첫사랑과 첫키스를 할 수 있도록 대상을 구해주려 노력한다. 첫사랑, 첫키스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혼자 하는 것이 맞지만, 여기에 친구를 끌어들인다. 예쁜 누나와 키스하고자 하는 일에 멀쩡한 친구를 아픈 사람으로 만들어 동참시킨다. 자신이 사랑할 상대를 친구에게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친구의 첫사랑에게 대신 고백해 주고, 대신 달래준다. 이들에게 소원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무엇이든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함께 할 시간이 그마저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할 뿐이다.

친구는 떠났다. 6개월밖에 못 산다고 했는데, 그 6개월이 지나고 하루가 지나고 또 지나고, 2학년이 되었을 때까지도 살아 있던 친구는, 떠났다. 하지만, 아직 첫사랑을 잊지 못했다는 치현의 고백 안에 친구는 살아 있다. 함께 탔던 자전거로, 함께 바라보던 별로. 내 친구는 ‘아직’ 살아있다.

수다 포인트
-지금은 동안시대 : 고등학생을 연기한 90년생 이기광, 89년생 이주승, 86년생 김창환, 88년생 전수진
-콩 싫어도 대신 먹을 만큼 너 좋아하는 거야 : 오글거림은 청춘의 특권
-추억의 명장면 : ‘반칙왕’의 출근신에 이은 주번씬

글. 김진희(TV 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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