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결산]상반기 방송계를 강타한 10가지 키워드
" />MBC <일밤-진짜 사나이>

군복의 역습
MBC <우정의 무대>부터 SBS <웃찾사>의 ‘그런 거야’까지. 군대는 예능의 단골 소재였다. 많이 활용됐던 소재인 만큼 새롭지 않을 거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tvN <푸른 거탑>과 MBC <일밤>‘진짜 사나이’는 디테일과 캐릭터로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매사에 불만이 많은 말년병장 최종훈과 ‘구멍 1호’ 샘 해밍턴은 각각 두 프로그램의 ‘큰웃음’을 담당. 제작진은 그동안 많이 알려진 ‘전형적인 군대’ 대신 군생활의 디테일한 부분을 더욱 깊이 파고들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잊지 말아야 할 건, 아직 들려줄 군대 이야기가 넘치도록 많다는 사실.

부활! 비호감 캐릭터
‘비호감 캐릭터도 바꿔드립니다~.’
상반기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부활’한 최고의 인물들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강용석과 김구라다. 아나운서 비하 발언에 이은 개그맨 최효종 고소 사건으로 온 국민의 지탄을 한몸에 받았던 강용석 전 국회의원은 지난해 <슈퍼스타 K4> 출전으로 의외의 행보를 보이더니 올 초 tvN <강용석의 고소한 19>에 이어 JTBC <썰전>으로 방송인으로 전업과 동시에 완벽한 부활에 성공했다. 강용석과 <썰전>으로 호흡을 맞춘 김구라 또한 과거 위안부 모욕 관련 발언으로 하차했던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1년여만에 복귀한 데 이어 tvN <택시>, SBS <화신> MC로 활약하는 등 방송중단 전만큼이나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상반기 결산]상반기 방송계를 강타한 10가지 키워드
" />KBS 2TV <직장의 신>

미스김의 독주
‘느라지아’부터 굴착기 운전수까지.
상반기 드라마 속 캐릭터로 독보적으로 각광받은 인물은 바로 KBS 2TV <직장의 신>의 김혜수다. 톱 여배우의 ‘이미지 관리’ 따위는 모두 내던지고 극중 몸에 착 달라붙는 빨간색 내복 ‘느라지아’를 착용하고 극중 홈쇼핑 모델로 나설 때는 상대역인 오지호마저 “누님, 괜찮으시겠어요?”를 연발했다고. 복고풍의 맞춤 정장과 올림머리 등 다소 촌스러울 수 있는 아이템도 극중 미스김 캐릭터와 어우러지며 화제를 낳았다. 이처럼 김혜수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 덕분인지 <직장의 신>은 이 시대 회사원들의 고충과 직장에서의 갑을 관계, 비정규직 문제 등 현실적 소재를 바탕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일밤>의 부활
“바닥까지 떨어졌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되든 안되는 거침없이 해 보자는 용기가 생기더라”(JTBC <썰전>과의 인터뷰에서 ‘일밤’의 한 제작진의 말)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부활 배경에는 ‘막판까지 간’ PD들의 처절함이 숨어 있었다. 2011년 <나는 가수다> 이후 별다른 화제 코너를 내지 못한 <일밤>은 약 1년 반 동안 <집드림> <바람에 실려> <승부의 신> 등 무수한 코너가 폐지되면서 ‘흑역사’를 면치 못했다. 그러다 올 초 첫방송한 <아빠 어디가>가 가족애를 살리는 훈훈한 콘셉트로 관심을 모으더니 2부 코너 <진짜 사나이>까지 초반 방송부터 안착하면서 주말 예능의 1인자로 떠올랐다.



프리선언한 최일구 전 MBC 앵커
프리선언한 최일구 전 MBC 앵커
프리선언한 최일구 전 MBC 앵커

파업 끝, 그러나…
파업은 끝났지만 상처는 진하게 남았다. 지난해 1월 시작된 MBC 노조의 파업은 7개월여가 지난 그해 8월 마무리됐지만 이후에도 파업에 참여했던 일부 노조원은 방송 현장에 돌아오지 못하는 등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아나운서, 기자들의 퇴직 행렬도 이어졌다. 촌철살인 멘트로 화제를 모았던 최일구 전 앵커와 오상진·문지애 아나운서 등이 줄줄이 사표를 내며 MBC를 떠났다. 실제로 MBC 파업은 총 8명의 해직 언론인과 100명이 넘는 징계자를 양산했다.

홈런은 없다(대작실종사건)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직장의 신> 같은 화제작은 나왔지만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대작 드라마의 탄생은 아쉽게도 하반기를 기약하게 됐다. 상반기 독보적인 킬러 콘텐츠라고 할 만한 드라마가 나오지 못한 데 대해 방송 관계자들은 “지난해 SBS <추적자>와 같은 재미와 의미를 동시에 추구하면서도 탄탄한 스토리로 흘러가는 작품이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은 아쉬운 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시청층이 분화되고 채널이 늘어나면서 점점 대작이 나오기 힘든 구조는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먹방의 기원
2013년 상반기부터 급격하게 사용 빈도수가 늘어난 단어 ‘먹방’은 먹는 방송의 줄임말이다. 황해 세트를 흡입하고, 손바닥만한 김을 접지도 않고 입에 구겨 넣던 하정우의 먹방을 이은 건 여덟 살 꼬마 윤후. 짜장면을 5초에 끝내는 ‘식신’ 정준하는 ‘짜파구리’를 야무지게 먹는 윤후의 등장을 경계한다. 먹방의 장점은 비교적 저렴한 제작비로 눈길 끄는 장면을 만들 수 있다는 것. 방송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호감으로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제시한 것도 주목할 만한 점.

[상반기 결산]상반기 방송계를 강타한 10가지 키워드
의 윤후(왼쪽)-MBC <무한도전>의 정준하" />MBC <일밤-아빠 어디가>의 윤후(왼쪽)-MBC <무한도전>의 정준하

관찰 예능이 대세다
2011년 여름, SBS <힐링캠프>의 등장은 ‘들어주는 예능’의 시대를 열었다. 경쟁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여주는 모습에 시청자들이 움직인 것. 올해 상반기의 예능 트렌드는 들어주는 예능에서 ‘지켜보는 예능’으로 옮겨가고 있다. PD 대신 관찰 카메라가 놓여진 공간. MBC <나 혼자 산다>의 외로운 기러기 아빠 이성재나, KBS <인간의 조건>에서 끊임없이 장난을 거는 ‘개콘 패밀리’처럼 연예인들은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자연스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아, <일밤>을 살린 두 코너 또한 관찰 예능이다.

리메이크 드라마 ‘쏠쏠’
지상파 드라마의 부진 속에서도 빛났던 작품을 꼽자면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직장의 신>일 것이다. 두 작품의 공통점은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는 리메이크 드라마라는 것. 워낙 소재가 다양한 일본 드라마는 이미 자국에서 한 차례 검증이 된 만큼, 위험부담이 적다. 여기에 김혜수(미스김), 조인성(오수), 송혜교(오영) 등 연기력을 갖춘 스타 배우와 만났을 때 원작의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었던 점도 신의 한수였다.

모호해진 지상파와 케이블의 경계
시청률도, 파급력도, 예전 같지 않다. 스마트폰?DMB의 대중화로 시청행태가 바뀐 데다, 개성 있는 웰메이드 드라마와 예능이 케이블에서 속출하며 지상파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tvN <나인>, OCN 등 완성도 있는 ‘케드(케이블 드라마)’는 마니아층을 양산했고, JTBC <썰전>, <히든싱어>는 신선한 콘셉트로 시청자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이러다 ‘믿고 보는 지상파’가 아니라 ‘믿고 보는 케이블’로 굳어질 지도. 6번, 7번, 11번 등 ‘채널의 힘’만 믿을 것이 아니라, 새롭고 완성도 있는 킬러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분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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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장서윤 ciel@tenasia.co.kr, 기명균 kikiki@tenasia.co.kr
사진. KBS, MBC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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