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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과 걸그룹이 주도한 비주얼 음악은 한동안 한국 주류 대중음악계를 지배했다. 보는 음악에서 듣는 음악으로의 체질개선은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서바이벌 오디션 광풍으로 인해 극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노래 경연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은 오랫동안 망각했던 ‘가수는 노래를 잘해야 된다’는 기본 명제를 되살렸고 장르 음악과 편곡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대중음악을 외면해 왔던 일반대중의 관심을 되살린 공적은 있다. 하지만 시청률에 민감한 나머지 창작곡을 배제하고 과거의 명곡만을 재해석하는 리메이크에만 매몰되는 치명적인 음악적 한계를 동반했다.

5인조 혼성 록밴드 바이바이배드맨은 자신들의 창작곡으로 각종 오디션에서 승승장구한 밴드란 점에서 차별적이다. 영국 매드체스터 음악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이들은 수려한 멜로디와 리듬감 넘치는 창작곡으로 성과를 올렸다. 활동 시작 반년 만에 ‘지산 밸리 록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루키로 선정되었고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에서도 숨은 고수에 선정되었다. 여세를 몰아 2011년 CJ 문화재단의 신인뮤지션 ‘튠업’ 5기로 선정된 이들은 600여 팀이 치열하게 경쟁을 벌인 EBS 스페이스 공감 ‘헬로 루키’ 연말 결선에서 대상을 차지하며 인디음악계의 새로운 스타 밴드로 급부상했었다.

금년 초, 바이바이배드맨은 소속사에서 독립해 자신들이 모든 걸 주관하는 인디제작 시스템으로 신보 EP를 발표했다. 쉽지 않았을 밴드의 홀로서기 과정을 듣기 위해 멤버들과 서울 합정동에서 만났다. 이들은 2012년 12월 31일 계약 만료일을 앞두고 2개월 전부터 독립을 결심했다고 한다. “홀로서기는 예상보다 험난한 과정이었지만 재미있었어요. 처음 장난삼아 봉길이의 친형에게 디렉터를 맡아 달라고 제안했지만 멤버 모두가 신뢰감을 느껴 결정했습니다.(이루리)” 음악 외에는 아무것도 몰랐던 이들이 무모해 보이는 독립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은 프로듀서와 작곡가, 사운드 엔지니어로 활동하고 있는 건반 고형석이 있었기 때문. 가장 힘들었던 것은 경제적 문제. 자체적으로 앨범 제작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에 멤버들이 100만원씩 각출해 서울 동교동에 작은 작업실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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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몽구스와 블랙백이 사용했고 지금은 이스턴사이드킥과 사용하고 있어요. 임대료는 한 달에 40만원인데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거지소굴이에요(웃음).(정한솔)” “앨범 밑그림을 그리면서 인맥관리, 스케줄등 역할분담을 했어요. 독립 결정에 대해 다른 뮤지션 형들이 ‘젊을 때 하지 언제 하냐’고 다들 격려해주셨어요. 일반 대중가수라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우리는 밴드니까. 엄청 멋있는 밴드들도 다들 이런 식으로 하고 있습니다.(곽민혁)” “우리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재미있었어요.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많아 도전해보고 싶은 의욕도 생겼습니다. 중요한 것은 개인이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로 성장한 것이죠.(이루리)” “저희는 리더가 따로 없어 서로 양보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늘 힘들어요. 패기를 부린 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야 된다는 부담감이 큽니다. 앞으로 밴드들이 뭉쳐 미술이나 다른 장르와 교류를 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정봉길)”

독립 후 스스로 모든 것을 진행한 신보를 내기까지의 모든 과정은 험난했다. ‘음원 5월 2일, 음반 5월 14일 발매’ 스케줄이 결정되고 난 후, 예상치 못한 대형사고가 터졌다. 4월 20일 0시에 전봉길과 정한솔, 곽민혁 등 멤버 3명과 앨범 디자이너 누나 자매와 함께 차를 타고 용서고속도로를 진입했을 때 음주운전을 했던 차가 뒤에서 추돌하는 교통사고를 당해 전원이 2주가량 입원하며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고 당시, 음원 파일이 들어있는 노트북이 파손되었지만 다행히 백업을 해두어서 간신히 발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음원발매, 앨범 디자인 작업과 언론 인터뷰를 병원에서 진행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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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를 운전했는데 좌석도 5명이 꽉 탔고 기름도 만땅이고 모든 게 풀이었어요. 사고 전에 운전하다 브레이크가 제어되지 않아 추돌하는 꿈을 꿨었는데 교통사고 꿈이 좋다고 하더군요(웃음). 머리부터 발끝까지 건강검진을 공짜로 받아서 좋았지만 사고를 낸 음주운전자가 적반하장으로 ‘내 차 어떻게 할거냐’고 횡설수설해 처음으로 살인 충동까지 느꼈습니다.(전봉길)” “태어나서 처음 입원을 했는데 병실에 3명이 붙어 있어 새로운 추억이었어요.(정한솔)” “사고 이후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면 멀미가 나는 트라우마가 생겨 무섭습니다.(곽민혁)” 인터뷰 도중 멤버들의 이야기를 듣던 홍일점 이루리가 갑자기 울음보를 터뜨렸다. “사고가 났다고 멤버들이 직접 연락을 한지라 가벼운 사고로 생각했어요. 나중에 입원한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서 나는 왜 그 자리에 없었을까 생각이 들어 펑펑 울었어요. 멤버들이 정말로 내게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걸 처음 느꼈습니다.(이루리)”

정한솔(드럼), 곽민혁(기타), 고형석(키보드), 이루리(베이스), 정봉길(보컬/기타)은 경기도 분당의 동네 음악친구들이다. 이들의 무대를 처음 접했을 때, 몽환적인 음색과 수려한 멜로디라인, 그리고 다이내믹한 건반과 기타 사운드는 약관의 루키밴드란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보컬 정봉길의 독특한 음색을 중심으로, 재기발랄한 무대 퍼포먼스와 화려한 사운드를 구현하는 고형석의 공간을 가득 채우는 키보드, 꼼꼼하게 사운드를 리드하는 곽민혁의 기타, 유연하게 리듬을 타며 활력을 불어넣는 홍일점 이루리의 베이스, 열정과 치밀함을 겸비한 정한솔의 드럼까지 이들의 음악은 한 마디로 매력적이다. (part2에서 계속)

바이바이배드맨 프로필

이루리(베이스), 정한솔(드럼), 고형석(키보드), 정봉길(보컬), 곽민혁(기타)

2009년 밴드 결성
2010년 지산 밸리 록 페스티발 ‘ROCK’N ROLL STAR’ 오디션 합격, 쌈지 사운드 페스티발 ‘숨은 고수’ 오디션 합격
2011년 CJ 아지트 ‘튠업’ 5기 우수 신인 아티스트 선정, EBS 6월의 헬로루키 선정, ZIPPO주최 ‘BATTLE OF BANDS’ 1위, 다음뮤직 이달의 앨범, 인디유망주 선정, 싸이월드 뮤직 11월 둘째 주 이 주의 앨범 선정, EBS 올해의 헬로루키 연말결선 대상
2012년 제9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신인상
2013년 독립제작시스템 구축

글, 사진. 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oopldh@naver.com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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