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핑클 출신 여가수로 패션부터 예능까지 평정한 만능 엔터테이너. ‘이효리=트렌드세터’라 할 만큼 ‘효리 신드롬’을 몰고 다녔다. ‘10 Minutes’ 시절 노래를 반 키(key) 낮춰 불러도 음정이 불안했던 이효리는 최근 음악페스티벌에도 나가고 라이브 프로그램의 문을 두드리는 등 뮤지션으로서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결혼을 준비 중. “제약은 왔지만 제 마음은 행복하니까 받아들이고… 생각보다는 안 힘들어요. 예전 같으면 ‘난 다 가져야해’ ‘모든 사람이 날 다 좋아해야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힘들었을 수 있는데, 지금은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돼.” – 이효리 〈힐링캠프〉에서
10Line_이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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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순: 롤러코스터, 베란다 프로젝트의 멤버로 활동했던 기타리스트, 작곡가. 이효리와 결혼을 앞둔 남자친구이기도 하다. 이효리는 한 방송에서 “언더에서 평범하게 음악하며 살아왔던 이상순”이라고 소개했지만, 사실 이상순이 속했던 롤러코스터는 한 시대를 풍미한 밴드로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롤러코스터의 멤버 지누는 현재 ‘히치하이커’란 이름으로 가장 잘 나가는 작곡가 중 한 명이 됐고, 조원선은 솔로앨범을 냈다. 조원선이 만든 곡, 지누가 만든 미디 사운드에 아날로그의 생동감을 집어넣은 것이 바로 이상순의 출중한 기타였다. 히트곡 ‘습관’이 담긴 롤러코스터의 1집은 홈레코딩으로 화제가 되면서 새로운 음악 생산방식의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도 평가받는다. 이상순은 롤러코스터 이전에 한국 최고의 퓨전재즈 그룹으로 꼽힌 ‘웨이브’에 몸담았으며 가수 인순이의 세션 기타리스트를 맡는 등 이미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상순과 이효리와 열애설이 터졌을 때 언론은 ‘미녀와 야수의 만남’이라고 일제히 보도했고, 이상순의 어머니가 슬퍼할 때 롤러코스터의 팬들도 분개했다. 어떤 면에서 봤을 때 이상순은 이효리에게 전혀 꿀리지 않는 상대였기 때문이다. 이효리가 5집 〈MONOCHROME〉에서 보여준 음악적 변신은 이상순을 만났을 때부터 조심스레 예견됐다.

이호연: 이효리가 속했던 핑클을 비롯해 젝스키스, 클릭비, SS501, 카라까지 숱한 아이돌그룹을 성공시킨 DSP미디어의 수장. 이효리를 연예계에 데뷔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길거리캐스팅이 유행하던 시절 명함을 두둑이 받았다는 이효리는 “나 이호연인데 당장 와 만나자”라는 전화를 갑자기 받았고, 차비가 없어 동전 대신 은반지를 버스 요금통에 넣고 그를 찾아갔다. 이호연 대표는 현재의 아이돌그룹의 프로토타입으로 평가받는 소방차, 잼(ZAM)을 발굴했으며, 그 외에 이정석, 심신, 유열 등 수많은 가수들을 성공시킨 미다스의 손. 이수만의 SM엔터테인먼트와의 경쟁은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 10대를 중심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의 본격적인 팬덤을 가능케 했다. 젝스키스는 H.O.T.와, 핑클은 S.E.S.와, SS501은 동방신기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고, 카라와 소녀시대는 현재 한류 시장인 일본에서 그 구도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김도현: ‘이효리 신드롬’의 서막을 알린 노래 ‘10 Minutes’를 만든 작곡가. 이효리 1집부터 3집까지 함께 작업하며 ‘Get Ya’’ ‘Shall We Dance’ ‘천하무적 이효리’ 등 히트곡을 만들었다. 핑클은 라이벌이었던 S.E.S.와 함께 현재까지 이어지는 걸그룹 트렌드의 초석을 다졌다. 핑클은 귀여웠다. 하지만 2003년 솔로앨범 〈Stylish〉에 담긴 ‘10 Minutes’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까지 홀릴 만큼 야하디야한 노래였다. ‘10 Minutes’ 열풍으로 이효리는 걸그룹 출신 솔로 여가수 중 가장 성공한 선례를 남겼다. 얼마나 많은 걸그룹들이 ‘10 Minutes’의 섹스코드를 반복했는가? 한편 이효리는 김도현이 만든 ‘Get Ya’’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노래 ‘Do Something’과 표절시비를 일으키며 잠시 활동을 접기도 했다. 바누스와 작업한 4집 〈H-Logic〉은 한국 가요계 사상 최대의 표절 파문을 일으켰고, 이 사건은 이효리가 활동의 반경을 옮겨가는 데 하나의 동기로 작용했다.

옥주현: 이효리의 데뷔그룹 핑클의 리드보컬, 뮤지컬배우. 이효리가 핑클의 마지막 멤버로 합류했을 때 옥주현은 이미 리드보컬로 내정돼 있었다. 핑클로 함께 활동했던 성유리, 이진은 연기자로 데뷔했고 이효리와 옥주현은 가수로 남았다. 데뷔 당시부터 옥주현은 S.E.S. 바다와 함께 걸그룹 보컬리스트로 쌍벽을 이뤘다. 그리고 현재까지도 둘을 뛰어넘는 걸그룹 보컬리스트는 전무하다는 것이 중론. 노래보다는 스타일이 훨씬 앞선 이효리는 가수로 성공했지만, 노래로 승부한 옥주현은 가수보다는 뮤지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이는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가 발붙이기 힘든 국내 대중음악계의 풍토에 기인한 것. 그리고 가요계에는 제2, 제3의 이효리들이 출현하게 된다.

정재형: 베이시스 출신의 피아니스트, 싱어송라이터. 가요계에 몸담고 있지만 활동 반경이 전혀 달랐던 이효리와 이상순의 소개팅을 주선했다. 이효리와의 친분 덕분에 함께 SBS 음악프로그램 〈유앤아이(You &I)〉를 함께 진행하기도 했다. 남형석 SBS PD는 “정재형은 쫀쫀한 완벽주의자로 매우 섬세하다. 이효리는 정재형의 그런 면을 감싸주는 누나 같은 존재로 상호보완해주는 둘의 캐릭터를 놓치지 말 것”이라고 말했는데, 아쉽게도 프로그램은 8개월 만에 종영했다. 이는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일반화되면서 정통 라이브 프로그램이 관심을 끌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기도 했다. 〈유앤아이〉에 대해 이효리는 “나는 오버에서, 오빠(정재형)는 언더에서 주로 활동을 해왔으니 아이돌이 나와도, 언더 뮤지션이 나와도 편안한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해놓고 이상순을 통해 친해진 ‘언더 뮤지션’ 윤영배를 섭외했다.

윤영배: 하나음악을 계승하는 레이블 ‘푸른곰팡이’에 적을 둔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 최근에는 이효리의 ‘절친’으로도 알려져 있다. SBS 토크쇼 〈땡큐〉에 윤영배와 함께 출연한 이효리는 “일 년 내내 똑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다. 순수하고 그 누구보다 행복하고 편안해 보인다. 보고 있으면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효리는 작년 윤영배가 앨범 〈좀 웃긴〉 발매를 기념해 연 소극장 공연을 직접 찾아 객석에서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이규호, 루시드폴, 말로, 작곡가 이승환 등을 배출한 1993년 제5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친구 이한철과 팀을 이뤄 입상했다. 이후 조동익이 프로듀싱한 하나음악 앨범에 기타리스트로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고, 2010년 43세가 돼서야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앨범 〈바람의 소리〉를 발표했다. 제주도의 외딴 시골에 살고 있는 윤영배는 집에서 나무하고 농사짓다가, 혹은 용산 해방촌, 팔당 두물머리 등 집회현장을 돌다가 틈틈이 만든 노래들은 주변사람들의 권유로 앨범으로 모아 발표했다. 그런 윤영배가 이효리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것은 그의 노래 제목처럼 ‘좀 웃긴’ 일.

김태춘: 최근 첫 솔로앨범 〈가축병원블루스〉를 발표한 싱어송라이터이자 기타리스트. 이효리 5집 〈MONOCHROME〉에 김태춘이 만들고 기타연주까지 직접 해준 ‘사랑의 부도수표’, ‘묻지 않을게요’가 수록됐다. 인디음악 관계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았던 컨트리 밴드 일요일의 패배자들 출신인 김태춘은 인디 신에서도 드물게 정통 컨트리, 블루스를 연주하는 싱어송라이터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는데 욕설도 서슴지 않는 강골이다. 때로는 가사로 성기를 거론하기도 한다. 그런 그에게 이효리가 러브콜을 하다니 ‘놀랄 노 자’였다. 이효리는 원래 김태춘에게 한 곡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보내준 두 곡이 모두 마음에 들어 둘 다 앨범에 싣게 됐다. ‘사랑의 부도수표’, ‘묻지 않을게요’를 녹음할 때 이효리는 김태춘을 스튜디오로 직접 불러 보컬에 대한 코치까지 받았다.

엄정화: 김완선 이후 한국을 대표하는 ‘댄싱 퀸’. 이효리는 엄정화를 롤모델로 밝힌 적이 있고, 그녀의 뒤를 이어 ‘섹시 디바’의 명함을 얻었다. 두 가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도 둘의 공통점. 엄정화가 가수와 연기자로 성공했다면, 이효리는 가수 외에 예능에서 최고의 주가를 달렸다. 2008년에는 이효리의 ‘유고걸’과 엄정화 ‘디스코’가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서 1위를 다퉜고, 이효리의 승리로 끝났다. 같은 해 둘은 Mnet ‘20′s Choice’에서 합동무대를 갖고 서로의 노래를 바꿔 부르기도 했다. 이효리는 5집 〈MONOCHROME〉에서 처음으로 자작곡을 실으며 음악적인 욕심을 내비쳤다. 엄정화는 직접 작사 작곡에 참여한 9집 〈Prestige〉로 2007년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앨범’을 수상한 바 있다. 아직은 이효리에게 있어서 넘어야 할 큰 산.

Who is next
이효리와 2003년 KBS 〈가요대상〉, 2008년 SBS 〈가요대전〉에서 합동 무대를 가진 가수 비와 연애 중인 배우 김태희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편집.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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