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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기타리스트 피터 번스타인이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반드시 인터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피터 번스타인은 재즈의 본고장인 뉴욕에서 가장 바쁜 기타리스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특히 케니 버렐, 그랜트 그린의 스타일을 계승한 전통적인 연주 방식을 지키는 대표적인 연주자 중 한 명이다. 퓨전 스타일의 연주자가 대부분인 현 시점에서 매우 소중한 연주자라 할 수 있다. 번스타인은 최근 열린 ‘사천 국제 재즈 워크숍’에 참가해 한국 학생들에게 기타 연주를 전수했다. 매우 다정한 성격인 그는 마치 동네아저씨처럼 푸근한 미소로 학생들을 대했다. 지난 10일 ‘사천 국제 재즈 워크숍’이 열린 LIG손해보험 연수원 인재니움에서 피터 번스타인을 만났다.

Q. 한국에는 두 번째 내한인 것으로 알고 있다. 1999년 다이애나 크롤의 내한공연 때 함께 한국에 왔다고 하던데?
피터 번스타인: 그렇다. 혹시 그 공연을 보러왔나? 당신은 어린 아이였을 것 같은데?(웃음)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 다시 온다. 이번에는 한국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게 돼 색다른 경험이다.

Q. 여러 나라에서 워크숍을 통해 제자들을 가르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에 한국 학생들을 가르쳐보니 특별히 다른 점이 있던가?
피터 번스타인: 재즈라는 음악이 한국에서는 새로운 문화가 아닌가? 재즈를 대하는 한국 학생들의 태도에서 존경심이 느껴졌다. 진지한 자세가 좋았다.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열려 있더라.

Q.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당신이 학생 시절이었던 때도 떠오를 것 같다.
피터 번스타인: 난 워크숍에는 많이 가보지 않았다. 레슨도 좋지만 그것보다는 공연장에 가서 좋은 뮤지션들의 음악을 직접 보고 들은 것이 도움이 많이 됐다.

Q. 피터 번스타인은 전통적인 비밥 기타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근에 재즈 록, 퓨전 연주자 또는 팻 메시니 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다. 헌데 전통적인 연주에 천착하는 이유가 있나?
피터 번스타인: 내가 트레디셔널 재즈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맞다. 결국은 그 틀 안에서 자신의 음악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한국에 와서 놀란 것은 스무 살의 어린 친구들이 전통 재즈에 집중한다는 점이다. 재즈의 전통을 익히고 그 안에 개개인의 스타일을 넣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난 되도록 작곡을 많이 하는 편이다. 나만의 목소리를 찾기 위함이다. 난 학생일 때 짐 홀, 찰리 크리스천, 웨스 몽고메리, 케니 버렐, 그랜트 그린, 바니 캐슬, 조 패스 등 수많은 기타리스트를 연습했다. 이 연주자들은 스타일이 다 다르다. 자신만의 소리를 가진 연주자들이다. 핵심은 연주자의 개성이 드러나야 한다.

Q. 이펙터를 통해 다양한 사운드를 내려는 이들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피터 번스타인: 난 기타의 어쿠스틱 사운드를 좋아한다. 최근 현대적인 음악을 한다는 기타리스트를 보면 페달을 많이 쓰는데, 그런 경향을 따라가는 것이 자신의 아이덴티티, 개성을 가두는 것이 될 수도 있다. 일단은 기타 안에서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난 아직도 그것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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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닥터 로니 스미스의 오르간 트리오를 비롯해 루 도널드슨, 리 코니츠와의 세션 등을 들어보면 전통 재즈의 수호자로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대 선배들과는 어떻게 작업을 하게 됐나? 협연한 선배 연주자들 중 기억에 남는 이들이 있다면?
피터 번스타인: 지미 콥, 바비 허처슨, 조지 콜맨, 소니 롤린스 등 같이 연주한 이들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다. 대개는 공연장에서 만났다. 루 도널드슨, 닥터 로니 스미스는 클럽에서 내 연주를 보시고 같이 연주하자고 제안을 하셨다. 지미 콥은 학생 때 뉴스쿨에 다닐 때 만나서 함께 하게 됐다. 그런 마스터들은 경험이 풍부해서 내가 많이 배웠다. 지금은 내가 학생들에게 경험을 전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짐 홀은 피터 번스타인이 프로로 데뷔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와는 어떻게 만나게 됐나?
피터 번스타인: 내가 스물한 살 때 뉴스쿨에 다닐 때 만났다. 짐 홀은 학생들에게 호기심이 많았다. 단지 자신의 지식을 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과 소통을 하려 했다. 학생이 뭘 연주하고 있으면 다가와서 “네가 연주하는 건 뭐냐? 멋지다. 같이 해보자”라고 말했다. 그런 것이 정말 훌륭한 교육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짐 홀은 같이 연주하는 연주자에게서 더 좋은 사운드를 끌어내는 힘이 있다.

Q. 당신이 델로니우스 몽크를 기타 트리오로 재해석한 앨범 ‘Monk’를 정말 좋아한다. 이 앨범은 어떻게 작업하게 됐나?
피터 번스타인: 난 항상 몽크의 음악을 항상 좋아해왔다. 몽크의 피아노 연주를 기타로 해석해보면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했다. 원래는 당시 기타 트리오로 여러 스탠더드를 해볼까 했는데 그것보다는 한 가지 주제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몽크를 선택하게 됐다.

Q. 델로니우스 몽크의 음악에 대해 말한다면?
피터 번스타인: 나의 영웅 중 한 명이다. 매우 유니크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몽크는 듀크 엘링턴을 연주해도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한다. 연주를 할 때 곡을 완벽하게 이해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다. 수많은 연주자들이 자신의 것을 보여주려고 하는데 몽크가 중요한 본보기인 셈이다. 몽크의 연주에는 유머, 즐거움, 아름다움이 공존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몽크가 새로운 사운드에 다가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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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블루노트 창립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빌 찰랩(피아노), 라비 콜트레인(색소폰), 스티브 윌슨(색소폰), 니콜라스 페이튼(트럼펫), 루이스 내쉬(드럼) 등과 함께 결성한 프로젝트 ‘블루노트 7’의 앨범 ‘Mosaic’은 전통재즈의 아름다움을 보여준 경우다.
피터 번스타인: 블루노트에서 나온 조 헨더슨, 웨인 쇼터, 리 모건 등 거장들의 음악에 새로운 어레인지를 가미한 작품이다. 블루노트 7은 빌 찰랩이 주도한 프로젝트다. 원래는 팻 마티노가 기타를 연주하기로 돼 있었는데 사정이 생겨서 내가 대신 하게 됐다. 재밌는 작업이었다.

Q. 최근에 빌 스튜어트, 래리 골딩스와 함께 트리오로 녹음한 ‘Live At Smalls’를 들었다. 오르간트리오(오르간-기타-드럼) 작업도 좋아하는 것 같다.
피터 번스타인: 래리 골딩스는 나의 오랜 친구다. 그는 원래 피아노를 전공했다. 오르간트리오가 일반적인 기타-베이스-드럼의 트리오와 매우 다르긴 하다. 하지만 나는 악기의 종류보다는 어떤 사람과 연주하느냐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Q. 피터 번스타인이 커트 로젠윙클과 함께 연주한 ‘Inner Urge’에서 비밥의 접근법과 단조로운 톤으로도 아웃프레이즈와 이펙팅이 섞인 연주와 얼마든지 대등한 이야기를 펼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 것 같다.
피터 번스타인: 그런 협연에서는 연주자 간에 공통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앙상블도 좋아한다. 굉장히 아웃적인 플레이는 힘들겠지만 말이다.

Q. 기타를 연주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무엇인가? 톤, 리듬, 멜로디 라인, 테크닉, 전체적인 구성 등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다.
피터 번스타인: 전부 다 중요하다. 방금 말한 모든 것이 잘 어우러져야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워크숍을 할 때에는 리듬을 강조하는 편이다. 리듬이 없으면 멜로디는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리듬만으로도 음악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리듬 아이디어를 강조하는 편이다.

Q. 이미 사망한 연주자들을 포함해서 가장 함께 연주해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피터 번스타인: 너무 많다. 누구 한 명만 꼽기는 힘들다. 음…. 갑자기 엘빈 존스가 떠오른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LIG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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