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뮤지컬 ‘서른즈음에’를 공연 중인 B1A4 산들(왼쪽), 러블리즈 케이 / 사진제공=㈜에그플랜트
뮤지컬 ‘서른즈음에’를 공연 중인 B1A4 산들(왼쪽), 러블리즈 케이 / 사진제공=㈜에그플랜트
앞서가는 자동차를 쫓으며 하루를 근근이 살고 있는 중년의 현식(이정열). 가족 여행도 미루고 상사의 부름에 달려가지만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화장실 앞으로 옮겨진 책상뿐이다. 가장의 자리를 지키지 못해 아내는 이혼서류를 내밀고 현식의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다음달 2일까지 이화여자대 삼성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서른즈음에'(연출 조승욱)의 첫 장면이다. 가수 고(故) 김광석의 ‘서른즈음에’를 만든 작곡가 강승원의 곡으로 엮은 작품이다.

한탄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현식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절망에 좌절을 더할 때 극은 활기를 띤다.

‘서른즈음에’의 배경은 과거와 현재, 저승을 오가는 식이다. 저승사자는 현식에게 “잘못 불렀다”며 사과한다. 이승으로 돌아가기 전 ‘타임머신’을 제안하는 저승사자에게 현식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확인하고 싶다”며 스물아홉을 살고 있는 1997년을 택했다. 과거를 달리하면 현재를 바꿀 수 있을까 해서다.

뮤지컬 ‘서른즈음에’에 출연하는 배우 이정열(왼쪽), 산들 / 사진제공=㈜에그플랜트
뮤지컬 ‘서른즈음에’에 출연하는 배우 이정열(왼쪽), 산들 / 사진제공=㈜에그플랜트
그렇게 극은 1997년으로 향한다. 음악을 사랑하는 청년 현식(산들)은 그때와 다른 삶을 살아보기 위해 인기 많은 여학생에게 사랑 고백을 하고, 교제도 시작했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싶었으나 음악을 하기로 결심한 현식의 불투명한 미래를 첫사랑 그녀는 응원해주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머니의 반찬가게에 불이 나 모두 타버리고 만다. 결국 현식은 음악의 길을 접고, 취업 준비에 나섰다.

극은 군더더기 없이 빠르게 흘러간다. 이정열의 농익은 연기와 산들의 유쾌하고 발랄한 매력이 작품을 풍성하게 만든다. 덕분에 마치 미래의 공간처럼 꾸려놓은 저승과 타임머신이라는 비현실의 설정도 거리낌이 없다.

여기에 ‘달려가야 해’ ‘그 겨울’ ‘오늘도 어제 같은 나는’ ‘처음’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무중력’ ’21세기가 되면’ ‘나는 지금’ ‘사랑가’ 등 강승원의 곡들이 장면과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특히 스물아홉 현식이 부르는 ‘서른즈음에’가 눈물샘을 자극한다. 가사 그대로 ‘점점 더 멀어져 가는’ 지난날을 돌아보게 하는 동시에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1997년, 어떠한 상황에서도 현식의 곁을 지킨 건 옥희(케이)였다. 마침내 현식도 그녀를 바라봤고 “마음을 늦게 알아챘다”고 고백한다. 다시 모든 게 평안해진 현식이다.

저승사자는 청년 현식을 지켜보는 중년의 현식에게 “재미없게 지금과 똑같다. 아내도 그대로”라며 투정을 부린다. 저승사자의 볼멘소리에 현식은 환하게 웃는다.

“좋습니다. 저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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