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금나와라 뚝딱’
MBC ‘금나와라 뚝딱’
MBC ‘금나와라 뚝딱’

MBC 주말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 43,44회 8월 31일, 9월 1일 오후 8시 45분

다섯 줄 요약
신규 브랜드 PT 결과에 대해 몽희(한지혜)는 좌절하고, 현수(연정훈)는 새롭게 보석 회사를 꾸려 몽희의 디자인을 세상 밖에 내 놓겠다는 제안을 한다. 이런 현수의 모습을 순상(한진희)은 괘씸하게 여긴다. 진숙(이경진)은 현수가 그동안 덕희(이혜숙)에게 구박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한다. 한편 민정(김예원)이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이 가족들에게 공개되고, 심덕(최명길)은 몽규(김형준)의 결혼마저 뜻대로 되지 않자 우울해 한다.

리뷰
단단하다 못해 요지부동인 캐릭터들은 좀처럼 극의 사건들에도 자신들의 위치를 옮길 줄을 몰랐다. 상황이 바뀌었지만, 인물들의 움직임은 미미했고 이를 움직이기 위해서 ‘금 나와라 뚝딱!’이 극 전개를 위해 내 놓은 카드는 ‘시간의 흐름’이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캐릭터들은 드라마 ‘밖’에서 자신의 모습을 변신시킬 수 있었다. 한 없이 유약하던 현수(연정훈)는 1년 간의 이탈리아 여행 후에야 비로소 “싫은 건 싫다”라고 말 할 수 있는 인물이 되었고, 사포같이 까칠하기만 하던 유나(한지혜)는 1년 동안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건지 그래도 제법 가족들과 어울려 살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현준(이태성)은 아내 성은(이수경)은 물론 아람(박민하)까지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였고, 성은은 뭐라도 반격할 듯 으르렁대던 태도는 온데간데 없이 덕희의 심복이 되어 있다. 저토록 캐릭터들의 움직임 없이 과연 이야기의 진행이 가능할까 했던 의문은 결국 ‘1년 뒤’라는 (어쩌면 아주 간편한)답으로 해결된 셈이다.

이처럼 드라마 밖에서야 간신히 변할 수 있던 인물들은 이제야 드라마 안에서 가장 강력한 갈등의 요소를 기반으로 전혀 새로운 드라마를 써 나가기 시작했다. 현수 생모 진숙(이경진)의 등장과 종팔(김병옥)의 등장으로 겨우 남은 이야기들을 써 내려나갈 수 있게 된 ‘금 나와라 뚝딱!’은 두 인물들과 세월의 흐름 덕분에 새로운 동력은 얻을 수 있었지만, 40여 회가 넘도록 끌고 왔던 스스로의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 것도 사실이다. 왕가를 연상하게 하는 전근대적인 사고와 그 끝에 마지막 비밀만을 가진 덕희가 서서히 다가오는 위기 앞에서 패악에 가까운 음모를 지속하는 것은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메시지에 집중한다기 보다는, 사건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고스란히 반증했다.

순상(한진희)이라는 강력한 헤게모니 앞에서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인물들로 인해 결국 사건의 모든 열쇠는 순상에게 돌아가고, 맨 처음 덕희나 영애(금보라)와 외도를 저지른 것은 정작 순상임에도 ‘돈’이라는 권력 앞에 순상은 오해로 비롯된 진숙의 외도나 아들들의 일탈을 용납하지 못한다. 더욱이 ‘진숙을 사랑했기 때문에 용서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기이한 근거로 인물들을 납득시키기까지 한다. 사건을 위한 사건을 지속하기 위해 투입된 종팔은 드라마의 강력한 힘이 되지만, 동시에 전형적인 인물이 된다.

장기전을 달리는 드라마가 가장 잃기 쉬운 것은 미리 깔아 둔 이야기를 풀기 위한 그 사건 자체에 집중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놓치게 되는 드라마의 본질이나 메시지다. ‘금 나와라 뚝딱!’은 어느덧 중산층의 허세를 대변하던 심덕(최명길)의 이야기에서 왕가와 다름 없는 순상 집안의 이야기로 그 중심 축을 옮겨갔다. 이유는 간단하다. 심덕의 하루하루 허덕대는 일상 보다는 순상의 이야기 쪽이 좀더 흥미롭고 갈등의 요소를 만들어 내기가 쉽기 때문이다. 1년 이라는 시간의 흐름 덕분에 늘어지던 극은 다시 겨우 고삐를 잡았다. 하지만 여전히 이 드라마가 아쉬운 것은 전형적이지 않은 결말을 만들 수 도 있었던 설정이 결국 무산되고, 극의 모든 헤게모니를 쥔 자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결국 현수-현준-현태의 운명과 몽희-유나 자매, 그리고 이어지는 진숙-덕희-영애의 이야기까지 모든 결론은 순상의 처분에 따를 수 밖에 없게 됐다. 이 드라마가 가진 한계는 너무나 명확했다. 그리고 그 한계 앞에서 이제 남은 것은 그저 뻔한 흐름을 향해 가는 이야기의 마무리를 처연하게 지켜보는 것뿐이다.

수다 포인트
- 친 아빠의 존재는 어디로 가고 난데 없이 나타난 아빠에게도 참 잘하는 아람이, 눈치 하나는 LTE급.
- 유나와 현수의 티격태격 유치한 말싸움이라니, 이왕 이리 된 거 로코부터 다시 시작합시다.
- 점점 더 개그 캐릭이 되어가는 순상씨. 그러니까 진숙을 사랑해서 용서할 수 없었다면, 덕희와 영애는 사랑도 아니고 뭡니까 그래.

글. 민경진(TV리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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