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잘 못하는 아이돌, '가창력'이 비판의 기준으로 의미 있을까 [TEN스타필드]
≪우빈의 조짐≫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에서 일어나거나 일어날 조짐이 보이는 이슈를 짚어드립니다. 객관적 정보를 바탕으로 기자의 시선을 더해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음악방송 1위는 환희의 순간이다. 하지만 온전히 기쁨을 누릴 순 없다. '1위 앙코르 라이브'라는 검증의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

가창에 자신이 있는 보컬리스트가 아니라면 100% 라이브를 듣긴 쉽지 않다. 대다수 아이돌이 동료들에게 인사를 하거나 팬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노래를 부르지 않고, 감격에 찬 행동을 하며 어물쩍 넘기는 것도 부지기수였다.

아이돌이 립싱크 지적을 받은 건 하루 이틀 전의 일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엔 여러 가수들이 립싱크 가수, 붕어 가수라며 대놓고 비난하기도 했다. 음악방송에선 라이브와 립싱크를 명확하게 표기했고 립싱크를 하는 가수에 대한 날 선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세대가 변하고 아이돌이 K팝 산업의 주춧돌이 되면서 기준도 변했다. 라이브와 립싱크에 엄격한 기준을 뒀던 과거와 달리 음악방송이나 콘서트에서 AR(가수의 목소리까지 녹음된 음원)은 당연해졌다. 현장에서 부르는 것처럼 녹음된 라이브AR도 종종 사용된다.

그래서 과거엔 라이브를 하면서 라이브를 하면서 '빡센 춤'을 추도록 트레이닝했다. 그렇게 탄생한 '귀한 스타' 중 하나가 보아고, 보아는 여전히 '올 라이브'로 콘서트를 소화하는 몇 안 되는 스타 중 하나다. 동방신기도 춤을 추며 라이브 무대를 했었다.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바뀌면서 가창력이 '하향평준화'됐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라이브를 못 하는 아이돌. 몇 십 초 분량의 제 파트도 못 부르는 모습은 안타깝다. 하지만 아이돌을 평가할 때의 기준이 가창력이 되는 것도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아이돌은 라이브를 잘해야 하는가', '가창력은 아이돌의 필수 조건인가'에 대한 답은 하나가 아니다. 노래 부르는 것이 직업인 사람, 가수 (歌手)에 중점을 두면 가창력과 라이브는 "필수", 아이돌을 가수와 또 다른 직업 혹은 다른 카테고리로 보면 "필수는 아니다"라는 답이 나온다.

아이돌은 퍼포먼스와 음악, 상업성에 무게를 두고 만들어진 아티스트에 가깝다. 단순히 가수가 아닌 종합예술인의 성격이 짙다는 얘기다. 전 세계 K팝 팬들은 아이돌의 이미지와 콘셉트, 그에 맞춰진 음악과 퍼포먼스에 열광한다. 라이브는 충분조건일 뿐 필요조건은 아니게 됐다.

엔터테인먼트는 그룹을 만들 때 보컬, 댄스, 랩, 비주얼처럼 포지션을 나눈다. 기본이 되는 실력 안에서 팀의 균형을 깨지 않고 주어진 역할만 완벽하게 해내도록 한다. 가창력이 출중한 팀원을 넣고 말지는 전략적 선택이다. 가창력으로만 승부를 보진 않는다.

아이돌과 뮤지션을 나눠서 봐야한다는 시선도 있다. 발라드 가수, 댄스 가수 등 장르에 따라 호칭이 달라진 것처럼 아이돌도 가수의 한 장르라는 것. 음악 산업은 달라졌고 아이돌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과거와 같은 잣대를 들이대선 안된다는 의견이다.

대중은 더는 가수와 아이돌, 뮤지션을 하나로 보지 않는다. 뮤지션하면 떠오르는 연예인이 있고 아이돌하면 떠오르는 연예인이 따로 있다. 노래 하는 가수와 퍼포먼스로 승부를 보는 가수의 경계가 생겼는데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건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해묵은 라이브 논쟁을 넘어설 때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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