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 '넥스트 레벨' 멜론 차트 4위
머릿속을 맴도는 SMP 멜로디, 링딩동의 재림
아바타 세계관 속 K팝 팬의 '덕심' 저격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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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빈의 리듬파워≫
목요일 아침마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알려주는 흥미진진한 가요계 이야기. 모두가 한 번쯤은 궁금했던, 그러나 스치듯 지나갔던 그 호기심을 해결해드립니다.

'암 온 더 넥스트 레블(I'm on the Next Level)', 카리나의 파트가 나오는 순간 단전에서부터 피가 끓는다? 여러 변주를 거쳐 '나비스? 콜링(Naevis calling)’을 외치는 지젤, 그 뒤를 바로 치고 들어오는 윈터의 보컬에 심장이 뛴다? 우리는 왜 '넥스트 레벨'에 반응하는 걸까.

한 번 들었을 땐 이상한데, 두 번 듣고 난 뒤엔 멜로디가 생각나고, 가사가 입에 붙는다. 마치 12년 전 샤이니의 '링딩동(Ring Ding Dong)'이 나왔을 때와 비슷한 반응. '링딩동'을 반복하던 2009년처럼 2021년에는 '넥스트 레벨'을 읊조리고 있다.

세기말 같은 촌스러운 감성도 있는데, 미래지향적인 트렌디함이 느껴지는 이 묘한 노래에 중독된 리스너. '넥스트 레벨'은 6월 1일 멜론 차트에서 4위를 차지했다. 정의하긴 어렵지만 그냥 내 심장을 두드리는 비트, 심각하게 중독적인 멜로디, 난해한 가사들과 보통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는 세계관에 녹아들었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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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을 좋아했던 K팝 팬이라면 '넥스트 레벨'을 듣고 유영진을 떠올렸다. SMP는 SM Music Performance의 약자로, 가수 겸 프로듀서인 유영진 스타일의 음악. 대게는 사회 비판적 성향을 띄는데 노래의 특징은 한결같다. 피아노와 기타가 섞인 웅장한 비트와 메탈릭 한 멜로디, 어두운 가사, 그리고 곡의 중간 반전이 들어가면 완벽한 SMP다. H.O.T, S.E.S.를 시작으로 보아, 동방신기, 엑소. NCT 등 모든 SM 가수들이 SMP를 선보였다.

그 중 '넥스트 레벨'은 고농축 SMP다. 트렌디한 비트를 사용했지만 변주를 주는 곡의 구성이나 긁는 듯한 강한 보컬, 가사가 전형적인 SMP다. 대중성 보다는 특정 소비자를 노렸기 때문에 호불호가 나뉘는 것도 당연한 결과. NCT 이후 제대로 된 SMP를 맛보지 못한 K팬들의 반응은 열렬했다. 유영진의 영혼이 깃든 에스파는 잠시 흩어져있던 '분홍색 피'(SM 대표 컬러)가 흐르는 전 세계인을 결집시켰다.

'넥스트 레벨'이 신기한 점은 동방신기 노래라고 생각하면 동방신기 노래로 들리고 보아 노래라고 생각하면 보아 노래, S.E.S. 노래라고 생각하면 S.E.S.노래로 들린다는 것. '넥스트 레벨'의 재생 시간 3분 41초 동안 S.E.S.의 '비 내추럴(Be Natural)', 보아의 'Do You Love Me? (둘이 함께)', 동방신기의 '라이징 선(Rising Sun)', 소녀시대의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 등이 스치는데 놀랍게도 모두 유영진 작곡 작사의 곡이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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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넥스트 레벨'은 영화 '분노의 질주:홉스&쇼’의 OST를 리메이크한 곡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통 SMP'이자 'SMP의 미래'로 분류하는 건 SM이 쭉 실험해왔던 곡과 곡을 섞은 하이브리드 리믹스의 완결판이기 때문. 한 곡에 여러 장르를 섞고 그 안에서 두세 번의 변주로 노래에 반전을 주지만, 그룹의 세계관은 압축되어 있다.

그래서 SM 소속 아이돌을 꾸준히 사랑한 팬들은 '넥스트 레벨'을 듣자마자 유영진을 떠올렸고, 막힘없이 쭉 뻗는 윈터의 고음과 중간 중간 긁는 포인트에서 '유영진이 성대로 낳은 딸'이라는 재밌는 수식어를 붙이기도 했다.

'넥스트 레벨' 중독이 시작되는 포인트는 유영진 특유의 음악 스타일이 크지만 멤버들의 쫄깃한 표현력과 세계관 자체인 가사의 지분도 무시할 수 없다.

'광야로 걸어가 알아 네 Home ground/ 위협에 맞서서/ 제껴라 제껴라 제껴라' '언제부턴가 불안해져 가는 신호 널 파괴하고 말 거야' 'naevis 우리 ae, ae들을 불러봐/ aespa의 Next Level “P.O.S”를 열어봐/ 이건 REAL WORLD 깨어났어' '저 너머의 문을 열어 Next Level 널 결국엔 내가 부셔 Next Level KOSMO에 닿을 때까지'

나비스? 코스모? 광야? 당최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에스파의 세계관 용어를 이해하는 순간 '넥스트 레벨'만큼 짜릿한 노래는 없다. 에스파는 에스파 멤버들이 있고 다른 세계에 아바타 아이-에스파(ae)가 존재한다는 세계관이다. 현실에선 4인조이지만, 가상의 세계에서는 8인조일수도 있다는 전제는 혼란스럽지만 꽤나 재밌다. 싱크, 블랙맘바, 나비스, 광야, 코스모 같은 용어들은 에스파의 세계로 끌어들이기도 하고 튕겨내기도 한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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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에서 가장 중요한 세계관은 싱크, 블랙맘바, 나비스, 광야, 코스모다. 싱크는 에스파와 ae의 연결상태, 블랙맘바는 ae와 에스파의 연결(싱크)를 방해하는 존재, 나비스는 에스파와 ae의 안내자, 광야는 무정형, 무한의 영역이며 코스모는 광야를 초월한 세계다. 이러한 용어들을 알고 '넥스트 레벨'을 듣는다면 마치 게임 속 주인공이 된 듯, 에스파와 함께 광야로 여정을 떠난 듯 거룩해진다.

'넥스트 레벨'이 심장을 두들겼다면, 거부할 수 없는 중독이 시작됐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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