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빈./ 사진제공=르엔터테인먼트
가수 유빈./ 사진제공=르엔터테인먼트
그룹 원더걸스 출신 유빈이 네 번째 싱글 앨범 ‘넵넵(ME TIME)’으로 돌아온다. ‘넵넵’은 유빈이 13년간 몸담았던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를 떠나고 새 회사 르엔터테인먼트(이하 르엔터)를 설립하고 처음으로 발매하는 앨범이기도 하다. ‘넵넵’은 ‘네’라고 하기엔 왠지 눈치가 보이는 사람들, 이른바 ‘넵병’에 걸린 사람들을 위한 위로송 같은 곡이다. ‘넵넵’ 발매에 앞서 서울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가진 유빈은 ARTIST와 CEO가 동시에 써진 명함을 내밀었다. K팝 2세대를 이끌었던 걸그룹 멤버의 새로운 출발에 더욱 흥미가 생겼다.

10. 10년 넘게 있었던 소속사를 떠나 스스로 설립한 회사에서 신곡을 발매하는 소감이 어떤가요?
유빈:
다시 데뷔하는 느낌이에요.(웃음) JYP란 큰 회사에 있었을 땐 도움 많이 받았었는데 이번엔 이렇게 하나하나 제 손길이 닿은 건 처음이라 앨범이나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 애정이 깊은 것 같습니다.

10. 만족스러운가요?
유빈:
처음이라 100%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제가 그렸던 완성도에 많이 가깝게 잘 나온 것 같아요.(웃음)

10. 작업 과정은 어땠나요?
유빈:
이번엔 노래 작업에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했고 뮤직비디오 색감 보정까지 세세하게 신경 썼어요. 회사 로고도, 제 명함의 색깔(톤다운된 주황색)과 재질까지 다 제가 했고요. 지금 꿈꾸는 것 같습니다.(웃음)

10. ‘넵넵’에 ‘JYP but Free now / 꿀 빨았지 뭐’란 가사가 있던데요.
유빈:
‘넵넵’을 만들면서 ‘내가 정말 꿀 빨았었구나’란 걸 느꼈어요. 하하. 예전엔 이해 못했던 부분이 이해되기 시작했고, ‘넵넵’이란 말도 크게 안 와닿았었는데 이젠 저도 모르게 제가 ‘넵넵’이라고 답하고 있더라고요. 직장인들의 유머 코드를 올려놓은 인스타 계정도 팔로우하면서 공감하고 있습니다. 예전엔 ‘넹’이나 ‘~’ 같은 물결을 많이 썼는데 이젠 ‘넵!’을 많이 써요.

10. 이번 앨범이 의미가 남다를텐데 박진영 PD와는 연락을 주고 받았나요?
유빈:
PD님한테는 가사에 JYP를 넣었는데 귀엽게 봐달라고 연락을 드렸어요. 기대하고 있으니 뮤직비디오를 꼭 보겠다고 답해주셨습니다. PD님은 제가 회사를 나왔어도 신경을 많이 써주시고 체크사항도 다 물어보라며 조언도 진심으로 많이 해주세요. 응원도 보내주시고요. 제가 마치 독립한 자취생처럼 느껴집니다. 하하. JYP 식구들한테도 존경한다, 어떻게 이런 걸 하셨냐고 문자를 보냈죠.(웃음)
가수 유빈./ 사진제공=르엔터테인먼트
가수 유빈./ 사진제공=르엔터테인먼트
10. ‘넵넵’의 감상 포인트는 무엇인가요?
유빈:
‘넵넵’은 가볍게 듣기 좋은 힙합곡이에요. 스트레스 해소가 되는 선물같은 곡이 됐으면 합니다. 또 제가 좋아하는 걸 같이 공유하고 싶었어요. 제가 시티팝을 좋아할 땐 ‘숙녀’를 냈고, 발라드나 록을 즐겨 들을 때도 있어요. ‘넵넵’은 현재의 유빈이 담겨있다고 생각하면서 즐겨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0. 르엔터는 어떤 곳이 되길 바라면서 설립했나요?
유빈:
소속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좋겠어요. 결국 좋아하는 걸 하는게 행복하더라고요. 르엔터는 열려 있는 공간이에요. 기존 아티스트 분들은 물론 유튜버, 인플루언서, 작가, 프로듀서 등도 영입하고 싶어요. 신인들도 제작해보고 싶고요. 저 스스로가 호기심이 많고 좋아하는 게 많은 사람이다 보니까 다양한 분야의 분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란 생각을 해요. 르엔터는 어떤 회사라고 밑그림을 먼저 그려놓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까진 거창한 것 같고 종합 동아리란 단어가 르엔터에 어울릴 것 같아요.(웃음)

10. 르엔터는 어떤 뜻인가요?
유빈:
회사 이름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니셜로 할까 싶었지만 이미 YB를 쓰고 계시는 윤도현 선배가 있었고요. 어려울 지는 몰라도 신기하고 머릿 속에 각인되는 이름이었으면 좋겠는데 ‘진짜는 진짜를 알아본다(Real Recognize Real)’이라는 문구가 떠올랐어요. 제가 원하던 회사의 이미지 그대로를 표현한 문구였죠. 전 르엔터가 진짜들이 모인 곳이었으면 좋겠고 그 진짜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라거든요. ‘르’가 프랑스어로 ‘the’란 의미도 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했어요.

10. 같은 원더걸스 출신의 혜림을 소속 아티스트로 영입해서 화제가 됐어요.
유빈:
회사에 아티스트가 저 혼자였으면 외롭기도 하고 부담감, 책임감이 컸을 거 같은데 혜림이가 있어서 의지하고 서로 응원해주고 있어요. 혜림이가 믿고 와준 부분도 있고요. 제 거보다 혜림이 거를 더 열심히 검토하는 중이에요.(웃음)

10. 미국 진출에 대한 생각은 달라졌나요?
유빈:
전 미국 진출을 했을 때도 너무 재밌었어요. 영어를 외워야한다는 압박감은 있어도 투어 다니고 활동하는 것이 좋았어요. 그리고 원더걸스 멤버로서 미국에 진출했을 때랑 지금은 상황이 다른 것 같아요. 이젠 그때보다 K팝이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우리나라가 좋은 의미로 이슈가 되고 있으니까요. 혜림이가 영어를 정말 잘해서 좋은 기회가 있다면 저보단 혜림이가 진출했으면 합니다. 하하.
가수 유빈./ 사진제공=르엔터테인먼트
가수 유빈./ 사진제공=르엔터테인먼트
10. MBC ‘리얼연애 부러우면 지는거다’(이하 ‘부럽지’)에 나오는 혜림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유빈:
원더걸스 멤버들은 혜림이 결혼한다는 건 1년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원래 결혼도 1월이 예정이었는데 미뤄진 거였거든요. 멤버들은 은연 중에 선예 다음으론 혜림이가 시집가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정말 혜림이가 먼저 갈 줄이야. 하하. 브라운관에서 혜림일 보니까 부럽고 오만 감정이 다 들더라고요. 제가 더 떨려서 웨딩드레스도 골라준다고 하고 여러 가지를 체크해요.

10. 본인은 연애나 결혼에 대한 생각이 있나요?
유빈:
저는 아직 자유롭고 싶어요.(웃음) 연애든 결혼이든 흘러가는대로 자연스럽게 하고 싶어요.

10. 원더걸스 멤버들은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이야기를 자주 하는 편인가요?
유빈:
그룹으로 활동할 때도 단톡방은 없었어요. 숙소 생활을 계속 하니까 만들 필요도 없었고 만나서 얘기하는 게 습관이 됐었거든요. 아마 지금 단톡방을 만들어도 서로 답은 안할 거에요.(웃음)

10. 연예계에 발을 들인지 올해 14년차가 됐는데 지금까지 활동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유빈:
예민하지 않은 점인 것 같아요. 제가 둔한 것까진 아니어도 그냥 흘려버리는 것 같아요. ‘렛잇고’(Let It Go) 주의죠. 안 좋은 건 안 좋은 대로, 좋은 건 좋은 대로 낙천적으로 생각하려고 하는게 제 장점이지 않을까 싶어요. 스트레스를 받아도 ‘난 지금 재밌어. 즐거운 거야’라고 자기 세뇌를 하면서 즐기는 편이에요.(웃음)

10. 앞으로 또 어떤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나요?
유빈:
해보고 싶은 건 계속 생기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솔로 가수 유빈으로서 색깔이 많이 바뀐 것처럼 다양하게 도전하는 게 저라는 사람이에요. 앞으로도 신선한 것들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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