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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잠실 체조 경기장에서 열린 빅뱅의 콘서트 < BIG SHOW >는 미니앨범 < ALIVE >의 활동을 시작하는 자리였다. 또한 16개국 25개 도시에서 이어질 ‘ALIVE TOUR’의 시작이었다. 그리고 지금 어떤 시기에 접어든 빅뱅의 새로운 시작점이기도 했다. 빅뱅은 지난해 SBS 을 패러디한 영상물을 찍었다. 그 영상물에서 멤버 지드래곤과 탑은 키스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이런 영상물은 없었다. 영상물을 상영하느라 생긴 멤버들의 휴식 시간도 없었다. 멤버들이 2층 관객석 앞까지 가서 관객들과 ‘아이컨택’을 할 수 있을 만큼 넓게 뻗은 무대 역시 사라졌다. 과거보다 좁은 무대 위에서, 그들은 두 시간 반에 가까운 시간동안 그들의 노래만 불렀다.

공연에 노래 이외의 직접적인 ‘팬 서비스’가 있느냐 없느냐는 공연의 완성도와 별개의 문제다. 어느 쪽이든 좋은 공연을 보여주면 그만이다. 다만, 지금 빅뱅은 성공이든 실패든 기존 남자 아이돌 그룹과는 다른 방향을 가고 있다. 멤버들의 솔로 활동은 그룹 전체의 활동 이상으로 활발해졌고, 곡 스타일도 각자 다르다. 그리고 빅뱅의 음악도 기존의 남자 아이돌 그룹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신곡 ‘Blue’와 ‘Bad boy’는 멤버마다 뚜렷하게 파트가 나눠지는 것도 아니고, 단번에 귀를 때리는 기억하기 쉽고 따라 부르기 쉬운 후렴구나 ‘떼창’도 없다. 멤버들의 춤을 과시할 댄스 브레이크는 진작부터 없었다. 대신 곡 전체가 하나의 분위기를 만들고, 따라 부르기보다는 감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작년에 발표한 ‘Tonight’은 상대적으로 명확한 파트, 화려한 클라이막스를 연출하기 위한 곡 구성 등 남성 아이돌 그룹의 몇 가지 특성이 남아있었다. 그건 빅뱅이 그들의 스타일 안에서 남자 아이돌 그룹의 성격을 유지할 수 있는 최대치였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는 그마저도 없다.

밴드, 스크린, 조명이 제 역할을 한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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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돌 그룹의 멤버 구성을 가졌다. 그에 걸맞은 팬덤도 있다. 하지만 음악은 남자 아이돌 그룹의 틀에서 벗어났다. 그게 지금의 빅뱅이고, 올해 < BIG SHOW >는 빅뱅의 현재에 대한 반영이다. 을 패러디한 지난해 < BIG SHOW >가 아이돌 그룹으로서 빅뱅이 보여줄 수 있는 것의 한계였다면, 그런 영상이 빠진 올해의 < BIG SHOW >는 그 다음 단계의 방향을 보여준 것과 같다. ‘팬 서비스’가 빠지고, 대신 레이디 가가의 공연 디렉터, 마돈나 공연의 무대와 조명 디자이너 등 세계적인 공연 스태프들을 데려와 음악과 무대라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에 집중한다. 메인 스테이지 전체를 초대형 스크린으로 채우고, 스크린에서는 곡에 어울리는 콘셉트의 영상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조명은 영상이 표현하는 색채를 그 때 그 때 곧바로 반영해 공연장 전체를 채운다.

이전의 < BIG SHOW >처럼 스크린의 영상에 노래나 빅뱅에 대한 직접적인 메시지는 없다. 대신 곡의 흐름과 맞물린 영상과 조명으로 공연장을 압도한다. 그리고 영상과 조명도 채울 수 없는 공간에는 체조경기장 전체를 휘감는 사운드가 자리 잡는다. 이번 < BIG SHOW >는 공연의 모든 곡을 라이브 밴드로 연주했다. 기타, 베이스, 드럼, 건반 등 기본적인 밴드 편성이었지만, 세션들의 연주는 공연장을 감성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가득 채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소 보컬이 묻히는 부분이 있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라이브 사운드가 선명하면서도 힘차게 체조 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것은 이 공연을 소리로 기억하게 할 만한 것이었다.

빛과 소리만으로 공연을 채우면서 빅뱅의 다양한 레퍼토리는 한 공연 안에서 유연하게 섞인다. 라이브 밴드의 연주는 ‘Love song’의 록적인 느낌과 태양의 솔로곡 ‘Where u at?’의 그루브를 모두 원곡보다 더 강하게 살려냈다. 특히 곡에 따라 자유자재로 리듬을 바꿔가며 공연의 사운드를 이끌어간 드럼의 연주는 모든 관객들의 기억에 남을만한 것이었다. 또한 무대 한 면을 채운 스크린에서 나오는 영상들은 클럽의 분위기를 내는 GD&TOP의 ‘High high’와 승리의 퍼포먼스에 초점을 맞춘 ‘Strong baby’처럼 성격이 다른 곡들이 곧바로 이어져도 자연스러운 분위기 전환을 이뤄낸다. 라이브 밴드, 스크린, 조명이라는 기본적인 요소 안에서 ‘거짓말’ 같은 그룹의 대표곡부터 멤버들의 솔로곡, 신곡 ‘Blue’와 ‘Bad boy’등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이 하나로 섞인다. 무대는 작아졌지만 무대가 뿜어내는 힘은 더 커졌고, 공연의 일관성은 더욱 강해졌다.

아직은 미완으로 남은 변신의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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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 BIG SHOW >에서 빅뱅은 공연의 대부분의 시간을 댄서들이나 설치물을 배치하지 않고 진행했다. 그들은 무대의 빈 공간을 군무가 많이 들어간 안무로 채우곤 했다. 멤버들이 정해진 동작의 춤을 소화하는 건 아이돌 그룹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또한 화려한 빛과 소리로 가득 채워진 무대 위에서, 다른 요소들을 최대한 배제한 빅뱅의 군무는 그들에게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는 방법이다. 군무와 더불어 멤버들이 적절하게 세 갈래로 뻗어진 무대로 나서면서 관객의 환호를 유도하는 것 역시 관객의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좋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Blue’는 군무로 소화하기에는 차분하고, ‘Bad boy’는 군무 보다는 힙합의 바운스를 그대로 몸짓으로 살려내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Love song’은 록밴드처럼 뛰어다니기만 해도 오히려 더 곡의 에너지가 느껴질 수 있다.

공연의 모든 부분들이 곡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했지만, 대부분의 곡에서 군무 위주로 진행되는 남자 아이돌 그룹 특유의 무대 구성은 변하지 않았고, 그만큼 각각의 곡이 가진 효과를 극대화 시키는 데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How gee’처럼 곡의 콘셉트에 맞춰 비보이가 등장하거나, ‘Fantastic baby’처럼 신나는 하우스 리듬을 바탕으로 아예 멤버들의 개인별 파트와 정해진 안무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곡들이 인상적이었다. 곡마다 무대 콘셉트를 계속 바꾸면 무대의 일관성이 떨어지고, 그룹으로서 빅뱅의 힘을 보여줄 여지가 줄어든다. 반대로 군무 중심의 공연은 빅뱅이 음악으로 들려주는 가능성들에 한계를 긋는다. 남자 아이돌 그룹의 역사 안에서 태어났지만 그 바깥으로 나가려는 그룹. 그 결과는 남자 아이돌 그룹의 공연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미완으로 남은 변신의 아쉬움이다. 누군가는 변했기 때문에 좋아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래서 싫어할 지도 모르겠다. 다만, 지금 빅뱅이 새로운 시작점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사진제공. YG 엔터테인먼트

글. 강명석 기자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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