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바야흐로 아이돌 전성시대. 다시 말하면 아이돌 포화상태다. [10덕 포인트]는 각양각색 매력을 가진 아이돌 바다의 한 가운데서, 어느 그룹에 정착할지 고민 중인 예비 ‘덕후’*들을 위한 ‘입덕’** 안내서를 제공한다. 떠오르는 신인, 그룹 인지도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멤버, 아이돌이라는 편견 때문에 주목받지 못한 명곡과 퍼포먼스까지, 미처 알아보지 못해 미안한 아이돌의 매력을 나노 단위로 포착한다. [편집자주]*덕후: 마니아를 뜻하는 말로, 일어 ‘오타쿠’에서 파생됐다
**입덕: 한 분야의 마니아가 되는 현상

◆ 위너, 김진우가 차지하는

그룹 위너를 떠올릴 때, 이전까지의 김진우는 소위 ‘비주얼 멤버’라는 생각이었다. 위너 멤버들 모두 매력적인 외모를 지녔지만 그 중 김진우는 ‘인형’이나 ‘순정만화 남자주인공’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이목구비를 타고난 덕이다. 게다가 위너에는 개성 강한 보컬이 둘, 실력파 래퍼가 둘이나 더 있었다. 상대적으로 김진우가 가진 목소리가 여렸기에, 위너의 음악에서 그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

그렇게 4년이 흘러 변화를 맞은 위너가 새 음악을 내놓았다. 그러자, 김진우가 보이는 대신 들리기 시작했다.

◆ 김진우, 너의 목소리가 들려

위너 김진우, 너의 목소리가 들려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위너 김진우, 너의 목소리가 들려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 달라진 위너, 달라진 김진우

위너가 지난 4일 발표한 새 음반 ‘페이트 넘버 포(FATE NUMBER FOR)’에는 더블 타이틀곡 ‘릴리 릴리(REALLY REALLY)’와 ‘풀(FOOL)’이 실렸다. 이 음악들에는 강승윤과 김진우, 송민호와 이승훈의 목소리가 담겼다. 지난해 남태현이 탈퇴했기 때문. 남태현이 팀의 메인보컬이었던 만큼, 위너의 음악은 달라져야 했다. 동시에 멤버들 역시 메인보컬의 빈자리를 채우려 더 공을 들여야 했다. 리더 강승윤은 “(김)진우 형이 보컬로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 힘썼다”고 강조했다. 과연, 이번 신곡 두 곡에서는 김진우가 차지하는 존재감이 남다르다.

우선, 첫 번째 타이틀곡 ‘릴리 릴리’. 트로피컬 하우스 장르의 곡으로 첫 번째 벌스(verse)부터 김진우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의 부드러운 미성이 곡의 장르적 특성과 어우러져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매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또 후렴 직전, 김진우가 ‘널 좋아해’라고 던지듯 노래하는 순간 느껴지는 청량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김진우의 음색은 여전히 가늘고 곱지만, 무력하지 않다. 여린 속에 단단함을 갖췄다. 또 다른 보컬 강승윤이 허스키한 음색을 가진 것과 상반돼 곡을 더욱 풍성케 한다.

‘릴리 릴리’ 무대 위 김진우 / 사진제공=MBC ‘쇼음악중심’ 캡처
‘릴리 릴리’ 무대 위 김진우 / 사진제공=MBC ‘쇼음악중심’ 캡처
두 번째 타이틀곡 ‘풀’은 본디 위너의 감성이 짙게 묻은 곡이다. 연인 사이에 이별을 겪은 뒤 느끼는 후회의 감정을 그리고 있다. 김진우는 이 곡에서 기교 없는 담백한 보컬로 곡에 어우러진다. 특히 그가 깨끗한 음색으로 고음을 올리고, 그 뒤를 강승윤이 애달픈 소리로 이어받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분명, 위너의 새 음악에서 김진우의 성장이 느껴지고 있다. 데뷔곡 ‘공허해’나 지난해 발표한 ‘센치해’에서는 들어보지 못한 소리다. 김진우 역시 “지난 음반까지는 위너라는 팀에 많이 의지한 게 사실”이라며 “멤버들의 짐을 덜어주고자 자기계발에 힘썼다”고 털어 놓았다. 김진우는 실제 이번 음반을 준비하며 보컬 레슨에 매진했고, 지난해 현대무용극 ‘어린왕자’로 무대에 오른 경험을 토대로 감정을 음악적으로 표현해내는 데 보다 수월해졌다.

위기가 곧 기회가 된 셈이다. 공백을 채우기 위한 노력이 김진우를 굳게 만들었고, 그래서 돋보이게 만들었다. 이제는 김진우의 목소리가 위너의 음악을 한 번 더 곱씹어 듣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김진우를 통해 또 어떤 목소리를 듣게 될지, 그 다음이 궁금하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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