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팬의 불가분관계
서로 다른 방향성의 두 영화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서로 다른 방향성의 두 영화
우리가 고민해야 할 지점은?
소위 '덕질'이라는 용어는 무언가를 수집하거나 어떤 분야를 파고드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애정을 쏟으며 몰두하는, 대가 없는 마음이다. 무대 위의 스타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팬덤 문화(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현상)는 덕질과 큰 연관이 있다. 우리들의 일상생활에 깊숙하게 스며든 덕질.
'덕질'과 관련해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1992년 데뷔한 서태지와 아이돌이 등장하면서 아이돌, 아이돌 스타, 하이틴 스타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는 1세대의 H.O.T, 젝스키스, 신화, S.E.S, 핑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팬덤 문화가 형성됐다. 노란색, 파란색, 하얀색 풍선은 각 아이돌을 상징하는 색깔이 될 정도였고, 이후 2세대 아이돌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카라, 소녀시대에 이르며 전성기가 시작됐다. 지금은 3세대, 4세대에 이르는 개념까지 탄생했다.
물론 '덕질'은 비단 아이돌이나 가수에만 한정된 용어는 아니다. 한 분야에 몰두하는 '덕질'은 누군가를 열렬히 애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 스타를 응원하면서 마음의 위로를 받기도 하고 삶의 원동력이 되는 선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빛이 있다면 어둠도 있는 법. 스타의 추락은 팬들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 위로받았던 그의 노래로 뮤비 만든다!
'듣보인간의 생존신고'(감독 권하정, 김아현) 6일 개봉한 영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감독 권하정, 김아현)는 덕질로부터 시작한 마음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가수 이승윤의 뮤직비디오를 직접 만드는 패기로운 모습까지 이어진다. 작년 개봉한 영화 '성덕'(감독 오세연)이 10대를 다 바친 스타의 범죄 사실로 실패한 덕후가 된 과정을 그린다면,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는 그야말로 성공한 덕후들의 이야기다.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무명가수전'에서 '30호 가수'로 활약하며 최종 우승을 거머쥔 가수 이승윤으로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는 야심만만했지만, 그만큼 예상치 못했던 커다란 난관들을 겪는다.
'듣보인간'이라 불리는 권하정, 김아현, 구은하는 가수 이승윤의 '무명성 지구인' 뮤직비디오를 직접 만들고 이승윤에게 뮤직비디오 USB를 전달하기에 이른다. 만약 전달하기만 했다면, 영화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단순히 제작한 것만이 아닌 무명 가수였던 이승윤의 첫 뮤직비디오를 함께 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던 것.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듯 보였지만, 계란이 깨지면서 진심 어린 마음이 닿았던 걸까. 이승윤은 듣보인간들의 제안에 흔쾌히 함께 하자며 응답한다. 영화과를 졸업하고 인생의 진로와 방향을 정하지 못하던 청춘들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며 삶의 원동력을 되찾는다. 어떤 이유에서 이승윤을 좋아하고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은 마음이 끌리는 대로 움직인다. 영화를 보다 보면, 팬과 연예인의 관계를 뛰어넘은 동료가 되어서 목표 하나를 위해서 움직이는 듣보인간들의 고군분투에 응원을 보내게 된다.
섭외했던 장소가 무산되거나 촬영 일정이 꼬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좌절됐던 상황을 털고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가는 이들은 이승윤의 노래처럼 영웅을 닮아있다. 특히나 "이승윤은 안중에도 없고 본인들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한다는 그 말이 참 좋았습니다"라는 말은 '듣보인간의 생존신고'의 핵심이다. 팬으로 시작했지만,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를 제작까지의 과정을 담은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는 단순히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어디선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빛나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모든 듣보인간들을 위한 영화다.
◆우리 오빠가 범죄자라니...
'성덕'(감독 오세연) 영화 '성덕'(감독 오세연)은 추락한 스타로 인해서 실망한 팬의 지나간 시간을 기록하고 보내주는 과정을 담고 있다. '나의 유년 시절을 채운 나의 스타, 오빠가 범죄자가 된다면 어떨까?' 물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생각하기도 싫은 일일 테다.
오세연 감독의 '성덕'은 사랑했었던 스타를 떠나보내며 자신이 걸어온 과거의 한 페이지를 되짚어본다. 개봉했던 당시, '성덕'이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받았던 이유는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좋아했던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듣보인간의 생존신고'가 스타와 팬의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계에 대해 말한다면, '성덕'은 그런 영향력 아래서 살아갔지만, 이제는 떠나보내야 함을 이야기한다. 마치 전 남자친구처럼 지금은 부를 수 없는 이름이 되어버린 나의 X의 기록을 모두 모아 버리는 행사를 하기도 하고, 같이 좋아하던 친구들을 만나 인터뷰하기도 한다. 정준영, 강인 등을 좋아했던 친구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상처받았고, 인생의 한 축을 담당했던 스타들의 몰락에 당황함을 감추지 않았다.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잊지 못하는 웃픈 추억이 된 것이다.
팬과 스타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다. '듣보인간의 생존신고'에서 무명 가수였던 이승윤은 듣보인간들에게 삶의 원동력을 줬고, 듣보인간들은 이승윤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성덕' 역시 마찬가지다. 스타의 말을 버팀목 삼아 살아가던 팬들은 스타의 추락에 충격을 받기도 하고 믿지 못하기도 한다. 두 작품을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스타와 팬의 관계에서 우린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만 하는 것일까? 스타도 우리도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놓여있음을 인식하고 선한 영향을 주는 지속적인 관계가 되기를 바라본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덕질'과 관련해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1992년 데뷔한 서태지와 아이돌이 등장하면서 아이돌, 아이돌 스타, 하이틴 스타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됐기 때문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이르는 1세대의 H.O.T, 젝스키스, 신화, S.E.S, 핑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팬덤 문화가 형성됐다. 노란색, 파란색, 하얀색 풍선은 각 아이돌을 상징하는 색깔이 될 정도였고, 이후 2세대 아이돌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카라, 소녀시대에 이르며 전성기가 시작됐다. 지금은 3세대, 4세대에 이르는 개념까지 탄생했다.
물론 '덕질'은 비단 아이돌이나 가수에만 한정된 용어는 아니다. 한 분야에 몰두하는 '덕질'은 누군가를 열렬히 애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 스타를 응원하면서 마음의 위로를 받기도 하고 삶의 원동력이 되는 선한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빛이 있다면 어둠도 있는 법. 스타의 추락은 팬들의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 위로받았던 그의 노래로 뮤비 만든다!
'듣보인간의 생존신고'(감독 권하정, 김아현) 6일 개봉한 영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감독 권하정, 김아현)는 덕질로부터 시작한 마음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가수 이승윤의 뮤직비디오를 직접 만드는 패기로운 모습까지 이어진다. 작년 개봉한 영화 '성덕'(감독 오세연)이 10대를 다 바친 스타의 범죄 사실로 실패한 덕후가 된 과정을 그린다면,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는 그야말로 성공한 덕후들의 이야기다.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무명가수전'에서 '30호 가수'로 활약하며 최종 우승을 거머쥔 가수 이승윤으로부터 시작된 프로젝트는 야심만만했지만, 그만큼 예상치 못했던 커다란 난관들을 겪는다.
'듣보인간'이라 불리는 권하정, 김아현, 구은하는 가수 이승윤의 '무명성 지구인' 뮤직비디오를 직접 만들고 이승윤에게 뮤직비디오 USB를 전달하기에 이른다. 만약 전달하기만 했다면, 영화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단순히 제작한 것만이 아닌 무명 가수였던 이승윤의 첫 뮤직비디오를 함께 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던 것. 계란으로 바위치기인 듯 보였지만, 계란이 깨지면서 진심 어린 마음이 닿았던 걸까. 이승윤은 듣보인간들의 제안에 흔쾌히 함께 하자며 응답한다. 영화과를 졸업하고 인생의 진로와 방향을 정하지 못하던 청춘들은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며 삶의 원동력을 되찾는다. 어떤 이유에서 이승윤을 좋아하고 뮤직비디오까지 만들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그들은 마음이 끌리는 대로 움직인다. 영화를 보다 보면, 팬과 연예인의 관계를 뛰어넘은 동료가 되어서 목표 하나를 위해서 움직이는 듣보인간들의 고군분투에 응원을 보내게 된다.
섭외했던 장소가 무산되거나 촬영 일정이 꼬이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좌절됐던 상황을 털고 일어나 뚜벅뚜벅 걸어가는 이들은 이승윤의 노래처럼 영웅을 닮아있다. 특히나 "이승윤은 안중에도 없고 본인들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한다는 그 말이 참 좋았습니다"라는 말은 '듣보인간의 생존신고'의 핵심이다. 팬으로 시작했지만, 아티스트의 뮤직비디오를 제작까지의 과정을 담은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는 단순히 그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어디선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빛나는 하루하루를 보내는 모든 듣보인간들을 위한 영화다.
◆우리 오빠가 범죄자라니...
'성덕'(감독 오세연) 영화 '성덕'(감독 오세연)은 추락한 스타로 인해서 실망한 팬의 지나간 시간을 기록하고 보내주는 과정을 담고 있다. '나의 유년 시절을 채운 나의 스타, 오빠가 범죄자가 된다면 어떨까?' 물론 생각해본 적도 없고 생각하기도 싫은 일일 테다.
오세연 감독의 '성덕'은 사랑했었던 스타를 떠나보내며 자신이 걸어온 과거의 한 페이지를 되짚어본다. 개봉했던 당시, '성덕'이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받았던 이유는 살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좋아했던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듣보인간의 생존신고'가 스타와 팬의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계에 대해 말한다면, '성덕'은 그런 영향력 아래서 살아갔지만, 이제는 떠나보내야 함을 이야기한다. 마치 전 남자친구처럼 지금은 부를 수 없는 이름이 되어버린 나의 X의 기록을 모두 모아 버리는 행사를 하기도 하고, 같이 좋아하던 친구들을 만나 인터뷰하기도 한다. 정준영, 강인 등을 좋아했던 친구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상처받았고, 인생의 한 축을 담당했던 스타들의 몰락에 당황함을 감추지 않았다. 여러 해가 지났음에도 잊지 못하는 웃픈 추억이 된 것이다.
팬과 스타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다. '듣보인간의 생존신고'에서 무명 가수였던 이승윤은 듣보인간들에게 삶의 원동력을 줬고, 듣보인간들은 이승윤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성덕' 역시 마찬가지다. 스타의 말을 버팀목 삼아 살아가던 팬들은 스타의 추락에 충격을 받기도 하고 믿지 못하기도 한다. 두 작품을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스타와 팬의 관계에서 우린 어떤 균형점을 찾아야만 하는 것일까? 스타도 우리도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에 놓여있음을 인식하고 선한 영향을 주는 지속적인 관계가 되기를 바라본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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