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제균 감독, 현장서 희생하며 낮추더라"
"현장서 희생하고 화 한번 안 내" 엄지 척
배우 정성화/사진 = CJ ENM
배우 정성화/사진 = CJ ENM


배우 정성화가 '쌍 천만'에 빛나는 윤제균 감독과 작업기에 엄지를 치켜세우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정성화는 12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 인터뷰에서 영화와 자신이 맡은 안중근 역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정성화는 윤제균 감독이 '영웅'의 안중근 역을 제안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감독님이 전화 와서 사무실 들어오라고 하셨다. 갓 구운 빵처럼 시나리오를 주시더니 이걸 하면서 약속할 게 있다면서 '살을 빼달라'고 하더라. 객관적으로 봤을 때 안중근으로 보일 수 있을 정도로 빼라고 했다. 그래서 무조건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무식하게 굶어 살을 뺐다. 공연 전에만 닭가슴살, 아롱사태, 현미밥을 조금 먹고 야식으로 방울 토마토를 먹고 무조건 뛰었다"고 돌아봤다.

그 결과 86kg이었던 몸무게가 한 달 만에 7kg가 됐다고. 당시 뮤지컬 '영웅'을 통해 관객을 만나고 있던 정성화는 극심한 감량 탓에 쓰러지기까지 했다. 정성화는 "86kg이었다가, 한달 만에 77kg으로 뺐는데 당분이 없으니까 몸이 쇠하더라. 마지막에 '장부가'를 부르는 부분에서 블랙아웃이 됐다. 그게 리프트에서 2층 높이로 하는 건데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머리부터 떨어지는 구조였는데, 다행히 오얏줄이 있어서 매달렸다. 어떻게 보면 배우 생명을 살린 셈이 됐다"고 돌아봤다.

정성화는 이렇게 '영웅'의 안중근이 됐다. 혹독한 감량 후 캐스팅 확정 다음부터는 얼떨떨함과 영광스러운 감정 사이에서 집념을 발휘했다. 그 집념으로 혼신의 힘을 쏟았다.
배우 정성화/사진 = CJ ENM
배우 정성화/사진 = CJ ENM
윤제균 감독과는 소통이 무척 잘 됐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윤제균 감독은 뮤지컬 배우인 정성화의 감각을 인정하고 적극 활용했다. 정성화는 "감독님이 '나는 뮤지컬 음악에 대해서는 그렇게 잘 알지 못한다. 이런 부분은 네가 많이 도와주면 좋겠다고 하셨다. '내가 생각할 때는 이건데 네 생각은 어떠냐'고 많이 물으셨다"며 "자기를 버리는 모습이 있었다. 그런 모습이 정말 존경스럽다. 윤제균 감독님은 우리나라 영화 흥행 1등 공신이고, 쌍천만 감독 아니냐. 현장에서 카리스마 있고, 무섭고, 자기가 원하는대로 안 되면 배우한테 화내고 이럴 줄 알았는데 '이건 내가 모르니까 너한테 물어볼게'라고 하시는 게 배포가 대단한 분이다"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영화를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고 생각하시더라. 본인을 낮출 줄 아는 분이다. 현장에서 화 한 번 낸 적이 없다"며 "모든지 소통하려고 애쓰고 안 되면 왜 안 되는지, 내가 도와줄 건 없는지 물으셨다. 이 분 이 영화에 진심이구나 생각했다"고 미소 지었다.

이번 '영웅'은 과잉이 없는 담담한 안중근의 모습이 더욱 감동을 자아내는 포인트. 정성화는 "제가 눈물을 많이 흘리면서도 부르고, 담담하게도 불렀다"라며 "감독님이 선택한 테이크는 눈물이 안 떨어지는 테이크더라. 감독님 생각에 제가 눈물을 많이 흘리면 관객이 들어올 여지가 없다고 계산하신 거 같다"고 덧붙였다.

정성화는 '영웅' 촬영 중 제일 어려웠던 넘버에 대해 '장부가'를 꼽았다. 그는 "맨 마지막 장부가를 부르기 직전, 사형대까지 낮은 어조로 부르다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는가' 물으면 빵 하고 터지는 부분이다"라며 "원테이크였다. 원테이크인데 13 테이크를 했다. 맨 마지막 13번째 부를 때는 내가 지금 부르고 있나 안 부르고 있나 할 정도로 무아지경이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그때가 제일 힘들었다. 크게 노래를 부르다 보니까 노래를 잘하면 감정이 안 산거 같고 감정을 잘 잡으면 노래가 안 산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정성화는 "감독님이 '됐다, 성화야'하고 OK 하셨는데, 제가 한 번 더 해보겠다고 해서 한 번 더 불렀다. 그런데 감독님이 욕심이 생기셨는지 몇 번 더 시키셨다"며 "아마도 영화에는 11번째나 12번째 테이크가 쓰여진 거 같다"고 말했다. 정성화가 가장 어려웠다고 꼽은 '장부가'는 안중근이 사형 선고를 받고 사형대 앞에서 부른 넘버로,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이 노래를 통해 '영웅'의 마지막 여운을 크게 연장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우 정성화/사진 = CJ ENM
배우 정성화/사진 = CJ ENM
'영웅'에 함께 출연한 설희 역의 배우 김고은과 박진주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정성화는 "상견례 때 맥주 한잔 마시러 갔다가 '뮤지컬 영화인데 노래방을 가지 않을 수 없지 않냐'고 해서 노래방에 갔다. 김고은이 노래를 불렀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정말 놀라웠다. 뮤지컬 노래는 하나의 대사라고 보면 된다. 그것이 노래처럼 들리는 순간, 극 속에서 빠져나오게 되어 있다. 그런데 김고은은 노래들을 대사화 시킬 수 있는 탁월한 능력이 있더라. 대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마진주 역의 박진주에 대해선 "귀여운 친구다. 현장에 가서 그 친구가 없으면 촬영장이 고요해 질 정도다"라며 "그런데 그런 친구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니까 엄청난 효과가 나오더라. 달리 이 작품에 캐스팅된 게 아니구나 싶었다"고 했다.

배우 나문희가 맡은 조마리아가 사형 선고를 받은 아들 안중근에게 '민족의 공분을 짊어진 사람이니 딴 마음 먹지 말고 죽으라'는 편지를 어떻게 이해했냐는 질문도 나왔다. 정성화는 "처음에는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로서 자식을 살리고 싶은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그걸 잡으려 노력하지 않았을까 했다. '이런 부모가 있구나' 싶었다"며 "하지만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는 얘기가 있듯이 안중근 의사같은 분이 탄생하려면 그런 부모가 존재했겠구나 싶더라. 그런 어머니의 슬픔을 안중근이 공감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 공감의 뜻이 극중 안중근의 눈물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영웅'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마지막 1년을 그린 영화다.

12월 21일 개봉.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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