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BH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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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에서 무중력이나 낙하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360도 회전하는 짐볼을 직접 만들었어요. 헐리웃에서도 이렇게 큰 사이즈의 비행기를 돌린적은 없다더라구요. 100명 정도의 인원이 있는데 비행기를 돌리니까 불안감이 들었죠. 이런 공포스러움이 연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나중엔 놀이기구 타듯이 여유로워졌죠. 우리 영화의 시그니쳐 장면 중 하나에요"

영화 '남산의 부장들' 이후 2년 만에 배우 이병헌이 돌아온다. 제74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받았던 작품 '비상선언'을 들고 말이다.

'비상선언'은 항공 테러로 무조건 착륙해야 하는 재난 상황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리얼리티 항공재난 영화다.

이병헌이 맡은 인물인 ‘재혁’은 아토피로 고생 중인 딸의 치료를 위해 비행 공포증을 견디고 비행기에 오른다. 하필 자신이 탄 비행기가 전대미문의 재난 상황을 맞을 거라는 상상도 하지 못한 ‘재혁’은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딸을 지키고 싶어 하는 절절한 부성애와 더불어 어려운 상황 속 타인을 도와주고 싶은 이타심, 살아남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까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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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보통 일년에 1~2편 영화를 공개하고 관객을 만나는 게 내게 일상이었는데 몇 년간 관객과 소통이 없어졌다. 이번 '비상선언' 시사회를 통해 오랜만에 관객을 봤는데 감정이 새롭더라. 이게 정말 '감사한 일이구나' 싶었다"라며 "언제까지 미룰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의도적이지 않지만 팬데믹 상황을 지나면서 이 영화의 이야기가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더 몰입해서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영화를 본 사람들 반응도 더 좋았던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실제로 VIP 시사회에 응원온 아내이자 배우 이민정 역시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그는 "아내가 촬영 중이라 시사회에 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촬영 일찍 끝내고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며 "근데 그날 정신이 없어서 서로 문자도 못했는데 응원왔더라"라고 밝혔다.

이어 "아내가 영화 끝나고서 '다음날 눈 퉁퉁 부으면 어쩔거냐'고 투정 부리더라. 새벽부터 촬영이 있어서 집에 일찍 들어가 있겠다고 연락이 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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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배우들 간의 케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송강호, 전도연 같은 훌륭한 배우들과 일을 함께해서 자신감이 생겼다. 의지할 수 있었다"며 "영화가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더 신나게 일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며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후배 임시완에 대해서는 "영화 속 인물과는 달리 굉장히 귀여운 후배"라며 "엉뚱하고 질문이 많다"고 알렸다.

또 "쉽게 답할 수 있는 그런 질문이 아니고, 나도 생각해야하는 질문"이라며 "가끔 만나서 밥도 먹고 술도 한 잔 하는 사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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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한 이들과의 행복한 작업 속에서도 이병헌 스스로는 연기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았다. 이번 작품에서 부성애 강한 연기를 선보이는 그는 "나도 아이가 있는 아빠"라며 "영화에서 한 아이의 아버지로 나온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보단, 내가 직접 한 경험들이 확신을 줬다"고 설명했다.

또 "다만 나는 아들 아버지다 보니 딸 아버지는 어떻게 다를까 주변을 관찰했다"며 "딸 아버지는 아들 아버지와 노는 방법부터 많이 다른 거 같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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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재혁의 모습과 비슷한 점도 언급했다. 이병헌은 "26살에 드라마 '아름다운 그녀'를 끝내고 미국에 가려고 비행기를 타고 처음 공황 장애를 느꼈다. 그 순간 기억이 뚜렷하다. '여기서 죽는구나' 싶었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잊을 수 없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기내에 의사가 있는지 방송도 했다. 다행히 미국에는 잘 갔다. 비행기가 떴을 때 다른 나라에 설 수 있는 줄 알았다. 중간에 세워달라고 했다"라며 "숨이 안 쉬어지고 답답하고 죽을 것 같았다. 지금이야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힘든 기억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영화는 내달 3일 개봉한다.

류예지 텐아시아 기자 ryuperst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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