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와 손잡은 스티븐 스필버그
'쥬라기 공원부터' '스파이 브릿지'까지
스필버그의 발자취 돌아보기
스티븐 스필버그, '쥬라기 공원', '스파이 브릿지', '다섯이 돌아왔다' 포스터./
스티븐 스필버그, '쥬라기 공원', '스파이 브릿지', '다섯이 돌아왔다' 포스터./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가 수많은 콘텐츠로 가득한 넷플릭스 속 알맹이만 골라드립니다. 매주 금요일 저녁 꼭 봐야 할 '띵작'부터 기대되는 신작까지 주말에 방구석 1열에서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추천하겠습니다.
"스필버그가 만드는 영화 역사의 일부가 됐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손잡은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대표의 말이다. 스필버그의 제작사인 앰블린 파트너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넷플릭스와 영화 제작 계약을 체결했다. 앰블린은 이번 파트너십에 따라 연간 여러 편의 영화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이러한 소식에 할리우드 영화계가 들썩였다. 그동안 스필버그는 OTT 영화에 대한 반감이 큰 감독으로 정평이 나 있었기 때문. "영화는 극장에서"라는 그의 지론도 시대의 변화에는 허물어졌다.

이에 해외 매체들은 스필버그와 넷플릭스의 협업은 스트리밍 서비스의 중대한 성취이자 할리우드 변화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이야기를 함께 말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에게 다가갈 놀라운 기회를 얻게 됐다"는 스필버그의 말처럼 새로운 길을 향해 또 한 걸음 내디딘 그의 발자취를 돌아봤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 (1993~)
사진='쥬라기 공원1' 스틸컷.
사진='쥬라기 공원1' 스틸컷.
'쥬라기 공원'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명작 중 하나다. 90년대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는 훌륭한 CG와 웅장하면서도 감성적인 OST, 자연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인간의 오만함, 탐욕에 의해 무너지는 인간 등의 굵직한 메시지들이 합쳐져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다.

'쥬라기 공원1'이 공룡의 유전자를 빼돌리기 위한 배신자의 계획으로 인해 공룡들이 모두 풀려난 섬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주인공들의 탈출을 담았다면, '쥬라기 공원2-잃어버린 세계'(1997)는 다른 섬에 살아남았던 공룡들이 돈벌이가 될 거로 생각해 생포 후 도시로 운반하려 했다가 처참히 당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담았다. 2탄까지 연출을 맡았던 스필버그는 '쥬라기 공원3'(2001)부터 감독이 아닌 제작을 맡고 있다.

이후 '쥬라기 월드'(2015),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2018)이 영화로 개봉됐고, 현재 넷플릭스에서는 '쥬라기 월드'까지 서비스되고 있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는 2022년 개봉 예정인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으로 막을 내린다.

마지막 시리즈 개봉 전, '쥬라기 공원' 시리즈를 다시 한 번 정주행 해보는 것은 어떨까. 특히 스필버그가 연출한 '쥬라기 공원1'은 20여 년이 흘렀지만 모든 시리즈를 통틀어 단연 최고라 할 수 있다. '스파이 브릿지' (2015)
사진='스파이 브릿지' 스틸컷.
사진='스파이 브릿지' 스틸컷.
많은 사람이 스필버그를 SF영화의 거장으로 알고 있지만, 그는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작품성과 오락성 모두 잡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특히 톰 행크스 주연의 '스파이 브릿지'는 20세기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소련과 미국에서 검거된 두 스파이들을 무력 없이 맞교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스파이 모두를 살리고자 했던 보험 전문 변호사가 협상 작전을 성사시키는 기적을 통해 나라를 위해 던져진 사람들과 신념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 사람에 관한 따뜻한 휴머니즘을 느끼게 해준다.

스필버그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 만큼 그의 주특기인 음악으로 감정을 고조시키는 연출을 하지 않고 담백하게 그려내면서도 첩보와 법정스릴러를 오가는 몰입감으로 큰 호평을 받았고,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6개 부문에 후보로 오르는 저력을 보여주며 거장으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다섯이 돌아왔다: 할리우드와 2차대전 이야기' (2017)
사진='다섯이 돌아왔다' 스틸컷.
사진='다섯이 돌아왔다' 스틸컷.
'다섯이 돌아왔다'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여했던 당대 할리우드 감독(존 포드, 존 휴스턴, 프랭크 카프라, 윌리엄 와일러, 조지 스티븐슨)의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로, 이들을 기리기 위해 현대 최고의 할리우드 감독(스티븐 스필버그, 기예르모 델 토로,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폴 그린그래스, 로렌스 캐스단)이 호스트로 등장, 그들의 다큐멘터리를 보며 상황을 설며하고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총 3부작으로 진행되는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과거 감독들이 당시 어떤 일을 했고, 어떤 다큐멘터리를 만들었으며, 전쟁 전후로 그들의 작품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이야기한다. 특히 영화에서 가장 사실적으로 전쟁을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연출한 스필버그는 윌리엄 와일러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윌리엄 와일러의 '우리 생애 최고의 해'를 매년 다시 보는 영화로 꼽기도.

'다섯이 돌아왔다'는 전쟁 역사 다큐멘터리임에도 흥미로운 볼거리들이 많아 지루하지 않고, 인터뷰와 작품들, 내레이션의 적절한 조화로 이해하기도 편하다. 무엇보다 스필버그가 직접 출연한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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