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예리 / 사진제공=판씨네마
배우 한예리 / 사진제공=판씨네마


배우 한예리가 아카데미 시상식에 공식 초청을 받고 참석을 앞두고 있다. 배우 자신의 이름으로 후보에 지명된 것은 아니지만 출연작인 '미나리'가 전 세계적 관심을 받으면서 이후 한예리의 글로벌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영화 '미나리'가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주연상(스티븐 연), 여우조연상(윤여정), 음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수상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우 한예리는 지난 20일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 코로나 시국을 고려해 일정을 비공개로 하고 조용히 출국하려 했으나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인 만큼 출국 소식은 빠르게 퍼졌다.
영화 '미나리' 스틸 / 사진제공=판씨네마
영화 '미나리' 스틸 / 사진제공=판씨네마
한예리는 '미나리'에서 엄마 모니카를 연기했다. '미나리'는 1980년대 한인가족의 미국 정착기를 다룬 작품. 모니카는 '미나리' 전개의 중심축을 잡아주는 인물이다. 미국 사회에 정착하려는 한인가족 구성원 가운데 가족들이 절망을 겪을 때 힘이 돼주고 가족의 결속을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아내로서 남편 제이콥(스티븐 연 분)을 응원하기도 하고 나무라기도 한다. 엄마로서는 헌신적이면서도 강인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딸로서는 엄마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섬세하게 연기해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다른 배우들도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지만 한예리가 없었다면 '미나리'가 완성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극찬했다. '미나리'의 정이삭 감독도 "한예리는 이 영화의 심장"이라고 했고, 오스카 예측 전문 매체인 골드 더비는 "'미나리'의 성공 열쇠는 한예리"라고 평가했다.
영화 '코리아'의 한예리 / 사진제공=CJ ENM
영화 '코리아'의 한예리 / 사진제공=CJ ENM
1984년생인 한예리는 본래 국립국악중학교, 국립국악고등학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무용수다. 생후 28개월부터 무용 외길을 걸었던 한예리는 한예종 무용과 재학 중 영상원 무용 지도를 도와주면서 연기를 접하게 됐다. 2008년 한예리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의 이소영 대표는 당시 그가 출연한 영화 '바다 쪽으로, 한 뼘 더'를 인상 깊게 봤고, 한예리에게 배우를 제안했지만 한예리는 연기는 취미, 무용이 본업이라 생각했기에 거절했다. 하지만 2년 후 이 대표가 한 번 더 제안했고, 6개월의 고심 끝에 사람엔터와 계약하며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시작한다.

한예리가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린 건 영화 '코리아'를 통해 상업영화계에 진출하면서다. 한예리는 남북 단일팀의 북한 선수 류복순 역을 맡아 자연스러운 북한 사투리 구사로 실감 나는 연기를 선보이며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가져갔다. 드라마 '청춘시대'에서는 20대 청춘이 갖고 있는 애환을 섬세하게 그려냈고, '녹두꽃'에서는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던 격동의 시기를 살아가는 여각 주인 역의 분노와 슬픔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한예리 / 사진제공=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한예리 / 사진제공=SBS
한예리는 배우뿐만 아니라 무용수로서 활동도 이어나가고 있다. 과거 예능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서 한국무용을 알려주는 콘텐츠를 선보이며 "내가 무형문화재가 될 줄 알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화 '동창생', '춘몽', '최악의 하루' 등에서는 무용수로서 한예리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무사 척사광 역을 통해 무용을 활용한 수려하고 강인한 검술 액션으로 화제를 모았다. 최근 예능 '온앤오프'에서도 공연을 위해 무용 연습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예리는 최근 미국의 에코 레이크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해 해외 활동에 본격적인 신호탄을 쐈다. 에코 레이크는 "한예리가 보여준 '미나리'에서의 힘 있고 안정감 넘치는 연기에 깜짝 놀랐다"며 "미국을 넘어 세계 무대에서 기회를 찾을 그를 대표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다코타 패닝-엘르 패닝 자매, 드라마 '홈랜드' 시리즈의 맨디 파틴킨, '페어런트 후드' 시리즈의 사라 라모스, 스티븐 킹 소설 원작의 '더 스탠드'를 통해 라이징 스타로 주목받고 있는 오데사 영 등이 소속돼 있다. 오는 5월 공개 예정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O2(Oxygen)', 지난 1월 개봉한 영화 '더 시크릿', 드라마 '더 그레이트' 등 30편 이상의 작품들을 제작·지원해오기도 했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상당히 제한적이고 엄격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마스크 착용, 애프터파티 등도 최대한 안전을 생각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마음껏 시상식을 즐기는 모습을 보긴 어려울지 모르나, 한예리가 시상식에 공식적으로 참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에 대한 해외에서 관심을 더 높아질 전망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아카데미에서 '미나리'의 주역인 한예리를 공식 초청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해외에서 한예리의 위상이 높아졌다고 짐작할 수 있다"며 "이를 계기로 글로벌 활동을 더 넓혀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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