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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0일 개봉하는 <너는 펫>은 장근석의, 장근석에 의한, 장근석을 위한 영화로군요. 애인이 아니라 애완동물에 의지 할 수밖에 없는 여주인공 지은이(김하늘)의 심리적 결핍이나 주인과 펫의 관계에 대한 고민은 제스처에 그칠 뿐 이 영화는 마치 ‘장근석 플레이어’에 가까운 구성을 보여줍니다. 애교 부리는 장근석, 칭얼대는 장근석, 기타치고 노래하는 장근석, 샤워하는 장근석, 빈집에서 홀로 춤추는 장근석 등 <너는 펫>은 그의 ‘팬’이거나 혹은 기꺼이 ‘펫’이 되고 싶은 관객이 아니라면 엄청난 비위가 필요한 영화일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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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모으기 위해 세상이 “온통 해야 할 일” 투성인 여자 그리고 돈만 생기면 “온통 하고 싶은 일만” 넘쳐 나는 남자가 만납니다. 하지만 여기는 2011년의 대한민국. 사랑마저 사치가 되어버린, 선택적 연애불능 시대의 청춘들에게 로맨스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입니다. 이따위 인생을 비관해 자살을 시도한다 해도 만약 실패하면 “앰뷸런스 이용비 13만 7천원”을 걱정해야 하는 세상, 서로에 대한 호감을 느낀다 해도 “이런 거지같은 인간들끼리 만나서 어쩔거냐”는 눈물 나는 한탄만 튀어나올 뿐입니다. 하지만 10일 개봉작 <티끌모아 로맨스>는 이토록 불가능해 보이는 로맨스의 가능성 역시 알뜰하게 모아간다면 어느 순간 목돈 같은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뿌리 깊은 나무 같은 묵직함을 버리고 느물거리는 청년백수의 옷을 입은 송중기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배우로서의 나이테를 확인 할 수 있고, 부잣집 철부지 같은 이미지가 강했던 한예슬은 공병 50원에 목숨 거는 억척 아가씨로 등장해 전혀 궁핍하지 않은, 사실은 꽤나 풍요로운 연기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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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간 해로한 부부. 아내가 세상을 떠나고 6개월 후, 75세의 남자는 세상을 향해 비로소 뒤늦은 고백을 합니다. 11월 10일 찾아올 영화 <비기너스>는 죽기 4년 전 커밍아웃하고 ‘초보 게이’로서의 짧지만 행복한 삶을 즐기는 아버지(크리스토퍼 플러머)와 그런 아버지를 떠나보낸 후 ‘초보 연애’를 시작하는 아들(이완 맥그리거), 새로운 길 앞에 놓인 두 ‘초보자들 Beginners’의 따뜻한 입문기입니다. 폐암 4기에도 불구하고 연인과의 불같은 사랑, 적극적 사회 활동을 쉬지 않는 모습에 아들은 “아버지, 5기는 없어요”라고 걱정하지만, 정작 이 즐거운 노인은 “4기는 그저 다른 3단계가 왔다는 뜻이야”라고 해맑게 웃습니다. 그 순간 ‘서쪽 하늘’을 목 놓아 부르던, 언제나 울랄라- 울랄라-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는 TV 속 한 남자가 생각이 나서 울컥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그에게 ‘몸은 괜찮아요?’라는 질문보다 ‘잘 보고 있어요’라는 인사를 건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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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화의 전당’ 개관 기념 영화제가 4일부터 예매에 들어갔는데요. 오는 11월 10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열리는 개관 영화제의 라인업은 그야말로 상다리가 휘어지는 수준입니다. 총 5개의 섹션 중 ‘백화열전’은 <달세계 여행>부터 <천국이 허락한 모든 것>, <메트로 폴리스> 등 지난 100년의 영화사를 조망할 수 있는 걸작 100편을 상영하고, <대부>, <닥터 지바고> 등 스크린에서 펼쳐 놓은 서사시 ‘에픽의 향연’, ‘애니메이션 천국`에는 전설적 애니 <임금님과 앵무새>, <일루셔니스트>등이 포진 되어있습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 <아들> 등 동시대 걸작을 스크린에서 다시 만나는 ‘21세기가 사랑한 영화’ 그리고 ‘카르트 블랑슈’는 이창동, 봉준호, 이나영, 고현정, 이선균 등이 영화의 백지수표 위에 쓴 그들의 추천영화와 함께 상영후 대화의 시간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만큼은 한국 시리즈급 위용을 자랑하는 2011년의 부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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