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F+10] 탕웨이 “<만추>는 내 심장을 뛰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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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자욱한 공간. 한국남자와 중국여자의 우연한 만남. 그것도 낯선 도시 시애틀에서. 그들이 사랑을 나누는 시간, 모두 합쳐 72시간. 1966년 이만희 감독의 에서 무수히 흩날리던 낙엽도 사라졌고, “낯선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공간적 배경도 한국에서 미국으로 옮겼다. 하지만 두 남녀를 에워싼 고독한 공기는 45년이라는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변함이 없다. 폭력적인 남편을 살해하고 감옥에 들어간 애나(탕웨이)에게 남은 유일한 피붙이는 그저 돌아가신 부모님의 유산 나누기에 정신이 팔려있고, 훈(현빈)은 내연녀의 남편에게 늘 쫓기는 신세다. 아늑한 집도, 의지할 사람도 없다. 애나가 훈에게 버스비를 빌려주는 대신 그의 손목시계를 받으면서 시작된 3일간의 사랑은 바로 그 고독한 감정에서 출발한다.

둘의 관계가 여느 멜로영화보다 특별하게 다가오는 건, 사랑한다는 말을 함부로 내뱉지 않기 때문이다. 애나는 훈을 와락 끌어안고 나즈막이 “내 얘기를 들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할 뿐이고, 훈은 애나를 만날 때마다 “널 웃게 만들고 싶다”는 말로 애정을 표한다. 이렇듯 고독한 남녀의 러브스토리는 2시간 내내 시애틀의 황량한 모습과 오버랩된다. 스토리와 영상미가 서로 겉돌지 않고 하나의 공통된 지점을 공유하고 있기에 가 던지는 메시지는 뇌를 거치지 않고 가슴으로 바로 전해진다. 심지어 만남의 끝자락에서 두 사람이 나눈 격정적인 딥키스에도 사랑의 감정보다는 ‘이제 다시 혼자’라는 불안감이 묻어날 정도다. 2시간 동안 외로운 감정의 수직상승곡선을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싶은 영화다.
각자 를 본 소감이 어떤가.
현빈: 오늘 처음 봤는데, 꼭 옷을 다 벗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시애틀에서 감독님, 탕웨이 씨와 보냈던 시간들도 새록새록 기억나고.
탕웨이: 굉장히 섬세한 작품이다. 감독님에게 아이 같은 감성이 많아서 굉장히 판타지적인 장면들이 많이 나왔다.

“가을의 정취와 두 떠돌이의 고독감이 맞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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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리메이크하기로 결심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왜 지금 이 시점에서 고독한 사랑얘기를 하고 싶었던 건가.
김태용 감독: 멜로영화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 어떻게 만들까 머리를 굴리고 있었는데, 영화 를 중국여자와 한국남자의 이야기로 만들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굉장히 느닷없고 낯선 아이디어였는데, 내가 고민하고 있던 멜로영화와 맥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가을의 정취와 두 떠돌이의 고독감이 맞닿았다는 문장이 너무 멋있었다. 짧은 시간동안 누가 누구에게 마음을 연다는 게 가능한지, 또 그건 좋은 일인지 고민하면서 영화를 만들었다.

탕웨이는 첫 한국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다.
탕웨이: 굉장한 영광이다. 처음 제안 받았을 때 한국에서 유명한 고전영화라 꼭 한 번 도전하고 싶었지만, 그 깊은 연기를 잘 소화하지 못할까봐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다행히 감독님이 잘 이끌어주셔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지금도 의 애나를 생각하면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뭉클함이 떠오른다. 아직까지 내 심장을 너무나 뛰게 만드는 작품이다.
김태용 감독: 처음부터 탕웨이 씨 사진을 붙여놓고 시나리오를 썼다. 물론 에서 굉장히 파워풀한 에너지를 보여줬지만, 이후 2~3년이라는 시간동안 그 에너지가 성숙된다면 우리 영화에 맞겠다 싶었다. 만나자마자 이 사람 잘 늙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30대에 들어선 탕웨이가 더 좋다.

서로 국적이 다른데다가 영화에서는 둘 다 모국어가 아닌 영어를 사용한다. 언어적인 부분 때문에 감정 표현이 힘들진 않았나.
현빈: 아무래도 언어나 문화가 다르다보니 우리나라 여배우와 작업할 때처럼 의사소통을 깊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부분 때문에 눈빛이나 행동으로 감정을 많이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비록 말은 안 통해도 감정전달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나는 한국사람, 상대는 중국사람 그리고 배경은 미국이다. 이렇게 제각각이지만 그 안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공통적으로 녹아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상대 여배우가 한국 사람이었다면 다른 느낌의 영화가 나왔을 거다.
탕웨이: 지금까지 했던 멜로연기와 많이 달랐다. 방금 현빈 씨가 말했던 것처럼 눈, 입, 손 그리고 발까지 말을 하고 있다는 걸 너무나 절실하게 깨달았다.

글. 부산=이가온 기자
사진. 부산=채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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