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최루탄은 발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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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 근의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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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줄요약
엄마(배종옥)가 아프다. 가족들은 몰랐다. 무뚝뚝한 의사 남편(김갑수)도, 장난꾸러기 치매 시어머니(김지영)도, 연애하느라 바쁜 아들딸(박하선, 류덕환)도, 망나니 동생(유준상)도. 씩씩한 엄마는 아프지 않단다.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가족은 그래서 더 슬프다.

이 영화는 OO다.
은 방독 마스크를 써도 별 수 없는 최루탄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도 우리는 안다. 이른 나이에 사선에 가까워지는 엄마와 이로 인해 슬퍼하는 가족들을 보게 될 것이라는 것을. 영화가 시작되면 결말부터 보이는 영화지만 은 ‘독창적인 무언가’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버리고서도 빠져 들게 되는 신파극이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자극하고 어루만지는 것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영화가 시작되고 20분 정도만 지나면 관객들은 ‘엄마’가 말기 암 환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1시간만 지나면 상영관 여기저기서 훌쩍이는 소리가 시작된다. 순간 관객은 이미 영화 속 가족의 일원이다.

웬만하면 가족 중 최소한 한 명 이상에게 감정이입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엄마에게 효도 한 번 제대로 못한 사람, 배우자에게 무심했던 사람, 형제남매에게 못되게 굴었던 사람, 심지어는 가족을 평소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마저도. 공감하는 캐릭터가 많을수록 관객은 더 많은 눈물을 흘리게 된다. 신파영화에서 이 영화의 경쟁력은 주인공의 죽음을 슬퍼하는 다양한 캐릭터에 있다. 관객의 눈물은 각 캐릭터가 느끼는 후회와 슬픔의 총합에 비례한다. 눈물 사이로 안구보습을 돕는 것은 일상의 유머다. 아무리 슬퍼도 울고만 살 수는 없다고 말하는 듯 영화는 삶의 온기가 담긴 따뜻한 웃음을 수시로 배달한다. ‘막돼먹은 준상씨’가 등장하는 한 장면에서 관객은 울면서 웃음을 터트리기까지 한다. ‘가까이 보이는 비극이 멀리서는 희극이 될 수도 있다’는 진리를 증명하는 사려 깊은 연출 덕이다. 작심하고 관객을 울리지만 영화를 보고 나도 찝찝하지 않은 것은 이러한 사려 깊음 때문이다. 요란 떨지 않으면서 사랑을 표현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영화. 은 웬만해선 눈물을 참기 힘든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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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시선
은 눈을 감고 봐도 눈물을 흘리게 되는 영화이지만 과장된 음악이나 억지스런 설정으로 눈물을 짜내는 수법을 쓰지는 않는다.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과 그를 둘러싼 가족의 일상을 차분하게 관찰한다. 대사 하나, 설정 하나, 장면 하나를 허투루 쓰지 않기에 영화 전체의 응집력과 흡착력은 강하다. 모든 구성 요소들이 영화가 말하려는 것에 착 달라붙어 있기 때문에 여러 인물이 등장하지만 산만한 인상을 주지 않는다. 굳이 이 영화의 단점이라면 지나치게 간결하고 분명하다는 점이다. 가시적인 현상과 감정에 몰두하느라 깊은 맛이 부족하다. 매끈하게 다듬어져 있어서 다수의 입맛에 맞출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머리와 가슴 속에 오래 남는 뭔가를 주지는 못한다.

스타플레이어
배종옥. 이미 에서 선배 배우들과는 다른 엄마 캐릭터를 보여준 그는 에서도 젊고 씩씩한 ‘신세대 엄마’로 등장해 죽음을 맞이한 순간까지의 변화를 섬세하게 연기한다. 여우주연상 후보로 손색이 없다. 김갑수, 김지영, 유준상, 서영희도 조연상 후보에 오를 만하다. 특히 유준상과 서영희의 이종격투기 경기를 연상시키는 육탄전은 압권이다.

글. 고경석 기자 ka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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