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PIFAN) 현장 곳곳에는 영화 <불타는 내 마음>의 자그마한 포스터가 붙어있다. 뽀뽀하는 커플의 모습이 담긴 노란 배경 위로, 빨간색의 선명한 글씨가 눈에 띈다. ‘코믹난장멜로’. 그리고 <불타는 내 마음>의 단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최원섭 감독의 전작 <보람이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관객상을 수상한 2007년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희극지왕’ 섹션에 소개 되었다. 이쯤 되면 <불타는 내 마음>이 어떤 영화인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법 하다. <불타는 내 마음>은 PIFAN에서 “재미있다”는 입소문만으로 두 번의 상영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병열에게는 카페에서 일하는 그녀를 위해서라면 ‘4천 원짜리 커피 100잔을 마셔도 아깝지 않은’ 짝사랑의 상대가 있다. 병열은 2년 간 쉬지 않고 고백의 기회를 노리며 그녀를 향한 사랑의 불씨를 키워간다. 하지만 그 불타는 사랑이 이루어진 순간, 어느새 시간은 훌쩍 흘러버리고 사랑의 불씨 마저 식어버린다. 과연 병열은 보람을 향한 사랑의 불씨를 다시 활활 타오르게 할 수 있을까. 취업도 하지 못한 백수인데다가 스트레스로 대머리가 되어버린 지금 자신의 모습으로? <불타는 내 마음>의 흥미로운 점은, 정작 병열과 보람이 ‘불타오르는’ 사랑을 하는 부분은 정지된 사진 속 장면들로 짧게 등장하고 그 연애의 전후의 상황 묘사에 더 공을 들인다는 것이다. 정말 평범한, 심지어는 찌질한 수준의 병열이 짝사랑을 하는 과정, 수많은 남자들의 구애를 받는 보람이 연애를 하면서 겪는 우스꽝스러운 사건들이 코믹하게 그려지면서, 영화는 폭소열차를 타고 웃기면서 울리는 마지막 3분을 향해 간다.

<불타는 내 마음>은 불타오르는 사랑에 빠진 남자들에 대한 영화인 동시에, 수많은 남자들의 사랑을 받는 보람이의 실체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곱게 화장한 모습으로 천사처럼 남자들의 마음을 빼앗아가던 보람이 ‘특별한’ 모습을 보여주는 순간을 확인하는 것도 영화의 큰 재미다. 또한 오프닝 신에서 주인공으로 착각할 만큼 비중 있게 등장하는 두 조연 배우가 사랑을 얻지 못하는 동병상련의 수컷들을 어떻게 표현해 내는지 역시 지켜볼 만 한 부분이다.

*는 오직 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마니악한 영화가 아닌, 곧 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들을 반 발 앞서 소개합니다.

글. 부천=윤이나 (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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