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영화에 목말랐던 관객들의 사랑을 받아온 제13회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이하 PIFAN)의 공식기자회견이 16일, 세종호텔에서 열렸다. “불길한 숫자 13을 PIFAN의 특성상 새로운 도약”으로 승화시키겠다는 한상준 집행위원장의 말처럼 이번 PIFAN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최초’와 ‘숫자’다. “세계 3대 판타스틱 영화제 진입”을 증명하듯 전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월드 프리미어 영화가 역대 최고인 38편에 달하고, 개막작인 <뮤> 또한 일본을 제외한 국가에선 최초로 상영된다. <노부타를 프로듀서>, <수험의 신> 등의 일드로 유명한 이와모토 히토시 감독이 데즈카 오사무의 원작 만화를 영화화한 <뮤>는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타마키 히로시가 종전의 이미지를 배반하는 사악한 인물로 등장한다. 이밖에도 폐막작인 인도네시아 최초의 마셜아트 영화 <메란타우>, 세르비아 최초의 좀비영화 <좀비습격>등이 국내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

월드 프리미어 역대 최고 기록

PIFAN은 다른 곳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개성 있는 상영작과 프로그램들로 독특한 색깔을 만들어 왔다. 올해 역시 ‘13’, ‘<주온> 10주년’, ‘1980 도시성애영화’ 등의 숫자를 앞세운 특별전이 눈길을 끈다. 숫자 13을 매개로 호러 영화의 기념비적인 작품을 살펴보는 ‘13’은 <13일의 금요일>, <지옥의 모텔> 등 최근 자주 리메이크되고 있는 80년대 공포영화들을 준비했다. 박진형 프로그래머의 장담처럼 “현재 공포영화의 원형이 된 오리지널들을 극장에서 소리 질러가며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여기에 배창호, 이장호, 정지영 등 걸출한 감독들을 배출했지만 60-70년대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80년대 장르영화들을 재조명한 ‘1980 도시성애영화’ 또한 기억해두자. <적도의 꽃>, <무릎과 무릎 사이> 등 비디오로만 접했거나 화끈거리는 제목에 에로영화라고 폄하했던 80년대 한국영화들의 장르적인 면모를 접할 수 있다. 또 전 세계를 강타한 뱀파이어들의 망토는 부천에서도 펄럭일 예정이다. ‘판타스틱 감독 백서: 그들만의 뱀파이어’ 섹션에서는 이름만으로도 무게가 실리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박쥐성의 무도회>와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박쥐>, 미국 독립영화의 스타 토비 후퍼의 <뱀파이어> 등이 뱀파이어 마니아들의 목덜미를 노리고 있다.

한편 PIFAN은 음지에 있던 슬레셔, 호러, 연쇄살인 등 장르영화 마니아들을 불러 모으는데 그치지 않고,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의욕도 나타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아시아 판타스틱영화 제작네트워크(이하 NAFF)는 총 10개국의 19편의 장르영화에 펀딩을 지원하는 잇 프로젝트와 환상영화학교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잇 프로젝트에는 <슈퍼맨 리턴즈>, <발키리> 등의 제작자인 크리스 리가 참여하고, SF영화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한국에서 SF영화 제작 노하우에 대해 배우는 환상영화학교에서는 SF시나리오 작성법, 시각효과에 대한 강좌 등 실제 제작 현장에 필요한 워크숍이 진행된다.

“관객 편의와 지역민과의 교류에 초점을 맞추겠다”

“장기적인 불황으로 세계의 영화제들이 변화를 겪고 있다. 지금은 영화제의 생존과 존재방식이 기로에 놓인 시점”이라는 권용민 프로그래머의 말처럼 규모만 키워서는 경쟁력 있는 영화제로 살아남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관객 편의와 지역민과의 교류에 초점을 맞춰 내실을 기하겠다”는 주최 측의 포부는 타당해 보인다. “관객 불편 최소화를 위해 상영공간을 중동공원에 집중”시키고 “영화만 보는 게 아니라 여름날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SF 팬덤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는 PIFAN의 자신감은 7월 16일부터 26까지 부천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뱀파이어와 좀비, 살인마들과 11일간의 원활한 만남을 위해 예매는 필수다. 온라인 예매는 6월 29일부터 PIFAN 홈페이지에서 시작된다.

사진제공_ PIFAN

글.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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