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노규민 기자]
배우 김태훈(왼쪽부터), 우현,유해진,윤계상,엄유나 감독,김선영,민진웅이 3일 오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말모이’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배우 김태훈(왼쪽부터), 우현,유해진,윤계상,엄유나 감독,김선영,민진웅이 3일 오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말모이’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말모이’는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택시운전사’의 각본을 쓴 엄유나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또 한 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내놓았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사람 냄새가 풀풀 난다. 사람 냄새 나는 배우 유해진과 작품마다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윤계상이 2015년작 ‘소수의견’ 이후 3년 만에 다시 만났다.

3일 오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말모이’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배우 유해진, 윤계상, 우현, 김태훈, 김선영, 민진웅과 엄유나 감독이 참석했다.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을 만나 사전을 만들기 위해 비밀리에 전국의 우리말과 마음까지 모은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독특한 제목 ‘말모이’의 뜻은 뭘까. 엄 감독은 “말 그대로 말을 모은다는 뜻”이라고 했다. 일본이 우리 말과 글을 빼앗을 것을 대비해 한글학자 주시경 선생이 만든 최초의 우리말 사전 제목이 ‘말모이’ 였다. 엄 감독은 “주시경 선생이 돌아가신 뒤에 조선어학회가 사전 만들기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며 “말모이는 일제의 감시를 피해 우리말을 모았던 비밀작전의 이름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엄 감독은 ‘택시운전사’에 이어 ‘말모이’로 또 한 번 실화에 사람을 녹였다. 1980년 5월 광주로 우연히 들어가게 된 평험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졌던 그의 ‘사람 이야기’는 ‘말모이’에서도 강력하다.

그는 “일제강점기라고 하면 우리나라를 위해 무장 투쟁한 독립군이나 위대한 영웅을 떠올기기 쉽다.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사전을 만들었던 조선어학회도 있지만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이 말을 모아 함께 사전을 만든 사실이 매력적이었다”며 “지금도 역사라는 게 작은 행동들이 모여 큰 일을 이루지 않나. 같은 맥락에서 매력을 느껴 영화로 만들게 됐다”라고 말했다.

영화 ‘말모이’에서 까막눈 ‘판수’를 연기한 배우 유해진./ 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말모이’에서 까막눈 ‘판수’를 연기한 배우 유해진./ 조준원 기자 wizard333@
유해진은 극 중 감옥소를 밥 먹듯 드나들다 조선어학회 사환이 된 까막눈 ‘판수’를 맡았다. 그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 우리말을 지켜온 분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봤다”며 “전체적으로 순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에 공감이 됐다. ‘순한맛’이 있는 영화”라고 표현했다.

윤계상은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으로 분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이런 좋은 이야기를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 번쯤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명감이 생기더라. 보통 사람들은 잘 모르고 지나갈 수 있는 이야기인데, 영화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다”고 했다.

영화 ‘말모이’에서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을 맡은 배우 윤계상./ 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말모이’에서 조선어학회 대표 류정환을 맡은 배우 윤계상./ 조준원 기자 wizard333@
이어 “연기라기보다 진짜라는 생각으로 연기했다”며 “조금이나마 그때 그 시절 우리나라를 위해 애썼던 분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촬영 기간 내내 마음앓이를 했다”라고 덧붙였다.

유해진과 윤계상은 ‘소수의견’ 이후 3년여 만에 다시 만났다. 유해진은 “‘소수의견’에서 긴 호흡으로 연기해서 그런지,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가 없었다”며 “그냥 늘 옆에 있던 사람 같다. 그래서 편하게 호흡을 맞췄다”고 밝혔다.

윤계상은 “유해진 선배를 존경한다”며 “선배의 연기를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말모이’에서 판수 역의 진지함과 유쾌함을 넘나드는 모습을 위해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잡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소수의견’ 때보다 100배 더 감동했다”고 털어놨다.

또한 윤계상은 “배우로서 선배님처럼 갈 수 있을까, 선배님처럼 에너지를 뿜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며 “절대적으로 존경하는 배우다. 인간적인 면, 배우로서 면모, 모두 포함해 사람 자체가 좋다”고 했다.

영화 ‘소수의견’ 이후 3년 만에 ‘말모이’로 재회한 유해진과 윤계상./ 조준원 기자 wizard333@
영화 ‘소수의견’ 이후 3년 만에 ‘말모이’로 재회한 유해진과 윤계상./ 조준원 기자 wizard333@
엄 감독은 “배우들이 욕심을 많이 냈다. ‘말모이’는 사람들이 빛나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판수’는 유해진 선배를 염두에 두고 썼다”며 “따뜻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계시고, 영화 속에서 늘 빛나는 배우다. 유해진 말고는 떠오르지 않았다”라고 했다.

엄 감독은 “윤계상은 극 중 류정환 대표랑 같다고 느껴졌다”며 “계상 씨 출연작을 검색해 봤는데 끊임없이 힘든 도전을 했더라. 배우 윤계상이 걸어온 길이 사전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는 류정환과 겹쳐졌다”고 설명했다.

유해진, 윤계상 뿐 아니라 김홍파, 우현, 김태훈, 김선영, 민진웅, 송영창, 허성태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각각 힘있고 개성있는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는다. 유해진은 “겨울에 어울릴만한 순한 순두부 같은 영화다. 그렇다고 밋밋하지만은 않다. 적당한 양념이 있는 작품이다”라고 했다. 우현은 “열심히 말을 모아 찍었다. 이제는 사람이 모일 차례다”라고 센스있게 말했다. 엄 감독은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마음을 모아 만들었다. 사람의 온기로 추위를 녹일 수 있는 따뜻한 영화”라고 했다.

‘말모이’는 내년 1월에 개봉한다.

노규민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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