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박미영 시나리오 작가]
영화 ‘우리들’ 포스터 / 사진제공=필라멘트픽쳐스
영화 ‘우리들’ 포스터 / 사진제공=필라멘트픽쳐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들, 이를테면 ‘도가니’나 ‘한공주’를 보면 가슴을 에는 심정으로 극장을 나선다. ‘우리들’은 소녀들의 핑크빛 성장영화로 예측하고 극장에 들어섰다. 그러나 허구의 이야기는 실화처럼, 실재처럼 묵직하게 다가왔다.

주인공 선의 아빠가 말한다. 딸을 걱정하는 아내에게 아이들이 일 있을 게 뭐 있냐고 그냥 학교 가고 공부하고 친구하고 놀면 된다고. 아빠는 모른다. ‘학교’, ‘공부’, ‘친구’는 조목조목 자신의 딸을 압박하는 대목임을. 포스터에서처럼 열한 살의 소녀 선과 지아는 영롱하게 빛나는 눈으로 서로를 응시한다. 그리고 그 눈길은 이내 무너질 듯 변한다.

반에서 가난한 소녀 선은 따돌림을 받는다. 보라를 중심으로 한 몇몇 아이들은 빗대어서 말하지도 않고 최선을 다해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표한다. 선의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방학식날, 지아가 전학을 온다. 선에게만 주는 선물처럼 지아는 아이들이 하교한 빈 교실로 찾아든다. 둘은 모든 순간을 함께하며 단짝이 된다. 그렇게 세상의 중심이 된다. 그러나 개학하고 다른 아이들도 지아를 알게 된 날, 지아는 ‘다른 아이들’이 된다. 다른 아이들처럼 선을 따돌리는 일에 합류하게 된다. 선과 지아는 더 이상 ‘우리들’이 아니다.

‘우리들’은 선과 지아 두 소녀를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둘을 제외한 반 아이들 대부분을 품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보라와 몇몇 친구들처럼 대놓고 악역을 자처하지 않지만 우리라는 이름으로 자신을 숨긴 채 누군가를 몰아세우는.

관객들 중 누군가 ‘우리들’을 보고 멈칫했다면, 멈췄으면 한다. 우리가 아프게 한 그 소녀는 혹은 그 소년은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아플 것이기 때문이다. 애초에 누군가에게 부러 아픔을 만들어 줄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선과 지아는 나란히 서있다. 둘 사이에는 여전히 거리가 존재하지만 언젠가 그 거리가 쓱쓱 지워진다면 둘이 이렇게 외쳤으면 싶다. 오늘 보고 온 ‘500일의 썸머’에 나오는 톰의 대사이다.

“I Love Us.”



[시나리오 작가 박미영은 영화 ‘해변으로 가다’, ‘하루’, ‘빙우’, ‘허브’의 시나리오. 연극 ‘변학도는 왜 향단에게 삐삐를 쳤는가’의 극본. 그리고 ‘꿈꾸는 초록빛 지구’ 등을 포함한 다수의 동화책을 집필했다.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스토리텔링 입문: 감동주는 이야기 쓰기 비법’ 강의를 맡고 있다.]정리=윤준필 기자 yoo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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