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괴담’, ‘여고괴담’, ‘분신사바’, ‘귀’(왼쪽위부터 시계방향)

올 여름 첫 한국 공포영화 ‘소녀괴담’이 2일 개봉했다.

‘소녀괴담’은 ‘분신사바’ ‘두 개의 달’ 등을 쓴 이종호 작가가 집필하고 공포영화 전문제작사 고스트픽처스가 제작을 맡은 올 여름 첫 공포영화로 귀신을 보는 외톨이 소년이 기억을 잃은 소녀귀신을 만나 우정을 나누면서 학교에 떠도는 마스크 괴담과 친구들의 연쇄 실종 등의 비밀을 풀어가는 내용을 그린다. 강하늘, 김소은, 한혜린, 김정태, 박두식 등이 출연했다

이에 앞서서도 많은 공포영화에서 학교를 배경으로 삼거나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왔다. 섬세하고 예민한 시기의 사춘기 학생들의 우정과 사랑, 질투, 시기 등 복잡한 감정들이 공포와 어우러져 한층 감성적이고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같은 학원 공포물, 더 나아가 한국 공포영화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영화는 ‘여고괴담’ 시리즈다. ‘여고괴담’은 무려 5탄까지 제작된 공포영화 최장수 시리즈다. ‘여고괴담’의 흥행은 여러 형태의 학교 괴담이 영화 소재로 사용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여고괴담’ 1편은 한을 품고 죽은 여학생의 원혼이 10년 동안 그 학급에 머물러 떠돌고 있다는 섬뜩한 설정을 내세운 공포영화. 서울 지역 개봉관에서 62만, 전국 150만 명 동원으로 1998년도 한국영화 흥행 순위 2위 기록했다. 신예였던 김규리, 최강희, 박진희 등은 영화의 인기를 발판으로 스타로 발돋움 했다. 특히 선생과 학생의 관계가 오로지 성적이나 가정형편으로 평가되는 학교현실을 폭로, 이로 인해 교총은 영화의 상영 중단을 신청하기도 했다.

1편의 흥행에 힘입어 제작된 ‘여고괴담2 : 메멘토 모리’(1999)는 한 여고생의 자살과 이후 학교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을 그렸다. 여고생의 죽음 뒤에 친구와의 사랑이라는 동성애 코드를 녹여냄으로써 전작과는 차별화된 이야기 전개를 보여줬다. 김민선, 박예진, 공효진, 이영진 등이 한 학급 학생으로 출연해 열연을 펼쳤다.

박한별, 송지효, 조안 등이 출연했던 ‘여고괴담3 : 여우계단’(2003)은 소원을 이뤄주는 여우계단을 소재로 여고생들의 뒤틀린 욕망과 시기·질투를 그려내며 또 다른 공포를 선사했다. 김옥빈, 서지혜, 차예련이 주연을 맡은 ‘여고괴담4 : 목소리’(2005)는 자신에게만 들리는 죽은 친구의 목소리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스릴감있게 풀어냈다.

오연서, 장경아, 손은서 등이 출연한 ‘여고괴담5 :동반자살’(2009)은 영원한 우정을 약속하고 죽을 때도 동반자살 할 것을 맹세한 여고생들이 친구의 투신자살 이후 죽음의 공포에 휩싸이게 되는 이야기를 다뤄 섬뜩한 공포를 안겼다. 5년이 지난 지금까지 속편은 나오지 않고 있지만 일부 영화팬들은 ‘여고괴담6′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2004년 개봉한 ‘분신사바’는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았던 ‘분신사바’ 놀이를 소재로 삼아 관심을 모았다. 서울에서 전학 와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던 유진(이세은)이 괴롭힘에 못견뎌 영혼을 부르는 죽음의 주문 ‘분신사바’를 외운다. 이 날 이후 분신사바 주문은 현실이 되고 같은 반 친구들이 한명씩 죽어나가면서 학교가 피로 물든다.

‘분신사바’는 11년만인 올해 중국에서 2탄이 제작돼 화제다. ‘여고괴담3′를 비롯해 ‘요가학원’, ‘두 개의 달’ 등에 출연하며 ‘호러퀸’ 입지를 다진 한국 배우 박한별이 중국 공포영화에 이례적으로 주연을 맡았다. 평범한 대학원생 송치엔(박한별)이 2년 전 자살한 친구와 관련된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며 드러나는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이야기로, ‘가위’, ‘폰’의 안병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시리즈 공포영화 ‘어느날 갑자기-4주간의 공포’(2006)의 세번째 작품 ‘D-day’도 여고생들을 주인공으로 한 학원 공포물. 입시의 고배를 마신 재수생들이 학업의 뜻을 재차 다지고 입실하는 여학생 전용 기숙학원을 배경으로 이곳에서 벌어지는 공포가 학생들을 서서히 죄여간다는 내용이다. 서태지와 결혼해 화제가 된 이은성이 여주인공을 맡았으며 유주희, 김리나, 허진용 등 신예들이 대거 출연했다.

2010년 개봉한 영화 ‘귀’는 학교를 떠도는 소녀 귀신의 존재를 유일하게 알아보는 소년과 입시 지옥의 현실에서도 친구와의 맹세를 지키려는 소녀, 아무도 모르는 왕따 친구가 홀로 죽어갔던 폐교실에 들어선 연극부 아이들에게 벌어지는 이야기 등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아 눈길을 모았다.

귀신이 아니라 원한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벌어지는 교내 살인사건들을 그려 공포감을 선사한 학원 스릴러 영화들도 있다.

‘고사: 피의 중간고사’(2008)는 전교 1등부터 차례로 납치돼 죽음을 당하고,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는 가운데 친구를 살리고 싶으면 주어진 문제를 풀어야하는 절박함을 공포로 승화시켰다. ‘고사’1편이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놀라운 반전으로 흥행하면서 2010년 ‘고사2 :교생실습’이 제작됐지만 80만 관객에 그쳤다.

2009년 선보인 ’4교시 추리영역’은 전교 1등 정훈(유승호)이 같은 반 친구 태규의 살인누명을 쓰게 되고, 혐의를 벗기위해 4교시가 끝나는 종이 울리는 40분안에 진범을 찾아야 하는 상황을 박진감있게 그려냈다. 공포보다는 정훈이 추리소설광인 친구 다정(강소라)의 도움을 받아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스릴과 재미를 선사했다.

한편 학원공포물은 학교라는 제한된 공간안에서 학생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공포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대부분 한을 품고 죽은 학생이 학교를 떠나지 못하고 배회하며 저주를 내린다는 이야기로 전개되는 것. 이에 해가 갈수록 다소 식상한 소재로 인식되며 인기가 줄어들고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그 안에 숨겨진 사연이나 인물관계 등에서 얼마나 색다른 이야기와 반전이 숨어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번 ‘소녀괴담’은 기억을 잃은 소녀귀신과 귀신을 보든 남학생, 인간과 귀긴의 멜로, 과거 학교를 중심으로 떠돌던 핏빛 마스크 괴담 등 독특한 이야기들을 관전 포인트르 내걸고 있다. ‘소녀괴담’이 학원 공포물 열풍을 다시 불러일으킬지 주목된다.

글. 최보란 orchid85a@tenasia.co.kr
사진. 영화 ‘소녀괴담’, ‘여고괴담’, ‘분신사바’, ‘귀’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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