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막내아들' 박지현 종영 인터뷰
"모현민, '헤메코'에 뼈를 간 걸작"
"김남희와 이혼, 현민의 삶 응원해"
"송중기, 어렸을 때부터 선망으로 삼던 배우…설레고 떨렸다"
배우 박지현./사진제공=나무엑터스
배우 박지현./사진제공=나무엑터스
"씨름에 대해 언급을 해본 적도 없고, 씨름을 해본 적도 없고, 어떻게 하는 운동인지도 잘 모르는데 씨름 선수였다는 루머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저 때문에 직접적으로 비교됐던 그 씨름 선수분에게 죄송한 마음도 듭니다."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모현민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배우 박지현이 '씨름선수 출신 루머'가 불거진 것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근 박지현은 '가짜뉴스' 해프닝을 겪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박지현이 초등학생 시절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씨름선수로 활동했으며, 당시 몸무게가 78㎏이었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온 것. 실제로 박지현이 지난 2019년 한 방송에서 고등학교 졸업 후 스무살이 됐을 때 몸무게가 78㎏였다고 밝힌 바 있어 씨름선수 설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박지현이 이러한 황당 루머까지 겪은 이유는 '재벌집 막내아들'의 신드롬적인 인기 때문. '재벌집 막내아들'은 시청률 25%를 넘어서며 올해 최고의 흥행 드라마 기록을 썼다. 화제성도 방송 기간 내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박지현 역시 이 작품을 통해 짧은 분량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에 박지현은 "아직 집순이라 집 밖을 돌아다니지 않아서 직접적으로 인기를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다. 지인들이나 가족분들이 너무 좋아해 주고 연락도 많이 와서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본이 워낙 재밌고, 캐스팅된 선배님들도 대선배님이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영광이었던 작품이었다. 과정도 재밌어서 잘될 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배우 박지현./사진제공=나무엑터스
배우 박지현./사진제공=나무엑터스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는 비서 윤현우(송중기 분)가 재벌가의 막내아들 진도준(송중기 분)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 회귀물. 극 중 박지현은 현성일보 사주의 장녀이자 순양그룹 3세 진성준(김남희)의 아내 모현민 역을 맡아 열연했다.

사전제작 드라마인 만큼 본방 사수를 했다는 박지현. 그는 "시청자 입장에서 몰입해서 울다가 웃다가 재밌게 봤다. 이성민 선배님이 섬망 증세를 보였을 때랑 송중기 이성민의 진심 어린 대화들은 내가 현장에서 보지 못했으니까, 방송으로 보면서 펑펑 울었다"고 밝혔다.

박지현은 원작을 보지 않았다며 "'유미의 세포들'을 했을 때 원작을 함께 보니 대본을 혼동했던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 작품은 원작을 보지 않으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했다. 원작 없이 대본만 접했을 때 계속 소름이 돋았다. 1990년대에 대한 기억을 많지 않아 새로운 느낌도 있었고, 진도준이라는 캐릭터가 헤쳐 나가는 상황을 응원하게 됐다. 반전과 갈등도 계속 있어서 너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배우 박지현./사진제공=나무엑터스
배우 박지현./사진제공=나무엑터스
박지현은 모현민 캐릭터에 대해 "난 어떤 드라마든 악역은 없다고 생각한다. 목적이 있고 정당성이 있고 도의적으로 어긋나거나 윤리적인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게 그 사람의 목표고 삶의 존재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현민이 입장으로 연기했기에 다 이해가 갔다. 어떻게 보면 현민이처럼 모두가 살고 싶은데 용기와 환경이 부족해서 그러지 못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며 현성일보라는 신문사 장녀로 태어나 진취적이고 솔직하고 본인의 욕망에 있어서는 두려울 게 없는 친구다. 연기를 하면서도 현민이는 자존감도 넘치는 친구고, 속으로 머리를 돌리며 꿍꿍이를 가진 친구라 이면적인 모습들도 주의 깊게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현민이를 통해 시원하고 솔직하고 본인의 야망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어서 자유롭고 즐거웠다"고 밝혔다.

모현민의 목적과 정당성은 무엇이었을까. 박지현은 "순양을 물려받는 거다. 순양을 물려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이와 남편, 본인 스스로에 대한 이해관계를 계산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게 현민이의 행복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모현민에게 공감하는 지점도 있었다. 외로움이었다. 박지현은 "큰 욕망을 가지고 시집을 왔지만 뜻대로 되지 않으니 인간인지라 후회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 집에 남겨져서 기댈 곳 없이 지내는 모습들을 봤을 때 연민의 감정도 많이 느꼈다. 그런데도 꿋꿋해서 더 연민을 느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실제 박지현의 '욕망'은 무엇일까. 박지현은 '행복'이라며 "나는 오늘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하루살이 같은 사람이다. 단점인 부분도 있다. 욕심이 없다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다고 걱정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하는데, 나도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다. 고민도 많고 잠도 잘 못 자는 시절이 있었는데 그래 봤자 내 손해더라. 나는 연기를 재밌어서 하는 거고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기 때문에 오늘 하루 행복하게 살고 싶은 게 나의 욕망"이라고 설명했다.

"저는 성공이나 돈이 목적이 아니라 좋은 작품, 제작진, 배우들과 작업하는 데 의의를 두기에 주조연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책이 너무 재밌고, 너무 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언제든 주조연 따지지 않고 상관없이 할 것 같아요."
배우 박지현./사진제공=나무엑터스
배우 박지현./사진제공=나무엑터스
모현민 캐릭터를 통해 화려하고 다양한 스타일링을 선보인 박지현. 그는 "캐릭터를 구축할 때 제일 신경 쓰고 고민한 부분이다. 헤어스타일 같은 경우는 20대와 40대를 같이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변화를 주려고 했고, 메이크업도 시대의 메이크업을 해야 했어서 과거의 사진, 영상 자료들을 찾아보며 연구했다. 생각보다 다양한 아이섀도 컬러와 립스틱을 시도했는데, 조명이 밝아 많이 도드라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스타일링은 직접 빈티지 샵에서 옷을 구매해서 드라마에 입고 나온 것도 있다. 모자도 내가 직접 해외 직구를 해서 어울리게 스타일링을 했다. 현민이는 '헤메코'에 뼈를 간 걸작이지 않나 싶다"며 웃었다.

이어 "외관적으로는 8~90년대 샤X. X로메스 패션쇼들을 많이 봤다. 현민이의 캐릭터를 생각했을 때 패션에 관심도 많고 정체성을 패션으로 드러낼 줄 아는 친구라 생각했다. 쇼를 찾아보면서 옷과 액세서리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재벌집 막내아들' 1회서 40대를 연기한 박지현은 "첫 회지만 촬영은 중후반부에 했다. 20대 때 단발머리니까 40대에는 길고 풍성한 머리를 함으로써 시간의 공백을 채우려고 했다"며 "현장 스태프가 40대 안 같다고 하더라. 현존하는 40대 선배님들 봐도 20대라고 봐도 손색없으실 정도로 외모를 유지하니까. 현민이는 관리를 잘하는 여성이라 그 정도의 케어를 받았다고 하자고 했다"고 미소 지었다.
배우 박지현./사진제공=나무엑터스
배우 박지현./사진제공=나무엑터스
모현민은 결국 진성준(김남희 분)와 이혼하는 결말을 맞는다. 이에 박지현은 "현민이는 이혼해서 멈추지 않고 또 다른 욕심과 야망으로 무언가를 추구해나갈 거다. 그런 현민이의 삶을 응원하고 싶다. 현민이는 목적과 야망이 확실한 친구지만 틀어졌을 때 차선책으로 머리를 굴리는 친구니까"라고 말했다.

진성준에 대한 모현민의 마음은 무엇일까. 박지현은 "시작은 사랑이 아니었다. 순양가의 가족과 결혼하는 게 목표였으니까. 그러나 시간이 주는 정도 무시는 못 할 것 같다. 성준이의 킹메이커가 되어야 하는 사람이라 응원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사랑이라고는 쉽게 말하지 못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지현은 김남희와 호흡을 맞추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며 "나는 아직 연기할 때 내 주장이나 생각을 피력하는 용기가 부족하다. 남희 선배님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해줬다. 상대 배우가 남희 선배님이라서 너무 운이 좋았다. 부부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남희 선배님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두 사람 모습이 안 나왔을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송중기와의 호흡에 대해서는 "생각했던 것 보다 같이 연기한 장면이 많지는 않았다"며 "평소에 되게 유쾌하시다. 어렸을 때부터 선망으로 삼던 배우였기에 설레기도 했고 떨리기도 했는데 덕분에 편하게 잘 촬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배우 박지현./사진제공=나무엑터스
배우 박지현./사진제공=나무엑터스
극 중 진동기 역을 맡은 배우 조한철이 연기 스승님이라고. 박지현은 "데뷔하기 전에 한철 쌤한테 연기 레슨을 받았다. 마지막 레슨 날 현장에서 보자는 말씀을 했는데,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를 같이 했다. 그때는 많은 장면을 촬영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만나서 너무 좋았다. 내가 '한철쌤' 이라고 하니까 '이제는 우리 동료지'라고 하더라. 너무 큰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한국외대 스페인어과에 입학한 박지현. 그는 "졸업은 안 했다. 서울로 상경해 자취하면서 무작정 연기학원을 찾아갔다. 내부적인 공개 오디션을 통해 지금의 소속사 분과 미팅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지현은 배우를 '평생 직업'으로 삼고 싶다며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건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강원도 출신이라 어릴 적에는 배우가 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한번 사는 인생 해보고 싶은 거 해보기나 하자고 시작한 게 구체화 됐고 실현이 됐다"고 말했다.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얼떨떨해요.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민이라는 캐릭터를 맡을 수 있었던 것도, 응원을 얻게 된 것도 작품 덕분이니까요."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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