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디자이너>, 프로그램 아이덴티티는 어디 있어요?
다섯 줄 요약

MBC every1 목 밤 9시

“디자인을 경영하라.” MC 차예련은 매 회 런웨이가 시작되기 전 이렇게 말한다. 이는 “진보한 디자인은 박수를 받고, 진부한 디자인은 외면당합니다”라 말했던 OnStyle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이하 <프런코>)와 <탑 디자이너>의 차이를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 준다. 본격적으로 탈락자를 가리게 된 3회 차에서 도전자 12인이 받은 미션은 ‘밀리터리 룩을 완성하라.’ 이전 미션에서 상위권의 성적을 거둔 탑반 소속 6명은 이번 미션에서 모두 강등되지 않았고, 하위권 디자이너들인 디자이너반에서 두 명의 탈락자가 발생했다.



리뷰

도전자들이본인의 브랜드 정체성을 옷으로 표현해내는 능력과 브랜드 오너 디자이너로서 살아남는데 필요한 함량을 두고 경합을 벌이는 것이 <탑 디자이너>의 기본 콘셉트다. <탑 디자이너>는 이를 구체화하는 방법으로 <프런코>의 구성과 형식을 빌려온 뒤, 미션비 10회분을 일괄 지급해 이를 관리하도록 하고 원단 구입 이전에 작업 계획서를 작성해 금액과 디자인을 계획해보는 장치를 얹었다. 그러나 3회 차 내내 장치들의 작용과 영향은 거의 생략되었고, 더불어1, 2회에서의 ‘동대문에 옷을 입혀라’,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라’부터 3회 차의 ‘밀리터리 룩을 완성하라’에 이르기까지의 미션들은 “디자인을 경영”한다는 프로그램의 대전제와 실질적으로 엮이지 않고 있다. 프로그램의 기본 콘셉트와 미션과 장치들이 어우러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도전자 신용균은 이번 회에서 “경영에 대해 생각을 안 해봤잖아요. 정말 많이 배웠어요”라고 말했다. 이는 패션 브랜드 CEO이자 심사위원인 양지해가 숙소에 방문해 가격과 브랜드의 상관관계에 대해 간략히 설파한 후 얻은 발언이었으나, 이것이야말로 <탑 디자이너>가 프로그램 자체로서 기능하여 얻어내야 할 지점인 것이다. 모순없이 수용자에게 설득력을 얻기 위해선 도전자들로부터 “아이덴티티”를 끌어내는 것보다, 프로그램의 아이덴티티에 중심을 두고 힘을 싣는 재정비가 우선인 듯하다.

수다포인트

– 시청자 세대 분석툴 하나. 도전자 이보형이 개별 인터뷰에 쓰고 나온 털벙거지를 보고 장우혁(H.O.T.)을 떠올렸다면: 이십대 중후반에서 삼십대인 시청자일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 원가와 판매 예상 가격대를 나란히 놓고 보니, 역시 디자인을 배워 자급자족이나 할 걸 그랬나 싶습니다. 물론 세계 평화를 위해 혼자 입고 만족하는데서 그쳐야…

– “무성의”해보인다는 홍승완 심사위원의 말에 ‘디자이너로서 최악의 평가’라는 자의적인 자막이 쾅… 뭐죠? 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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