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회 KBS 수-목 밤 9시 55분
시력을 잃기 전의 선우(엄태웅)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눈부시게 푸른 하늘이었다. 그렇기에 수년 만에 눈을 뜬 그에게 자신을 둘러 싼 암흑은 더욱 어둡게 느껴졌을 것이다. 그 하늘은 선우가 사랑하던 친구 장일(이준혁)에게 배신당하고 피를 흘리며 질질 끌려가던 상태에서 바라본 마지막 풍경이었다. 실명 상태에서 발작하는 선우를 보고 복합적인 감정에 휩싸여 돌아가던 장일, 그리고 선우가 기억을 잃은 것을 확인하고 안도감과 죄책감에 울며 돌아가는 용배(이원종)의 머리 위에도 그날처럼 푸르디푸른 하늘이 펼쳐 있었다. 그 아름다운 하늘 아래 어둡고 참혹한 비극이 주는 극적인 콘트라스트 효과는 이 작품 속 주요인물들의 심리를 인상적으로 전달해준다. “낮에는 여름, 밤에는 겨울”인 미친 땅 ‘적도’의 느낌처럼 강렬하게.

이처럼 인물들의 심리를 극적인 영상으로 치환하는 연출은 이 작품에 몰입하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 중 하나다. 가령 아버지의 비밀을 은폐하려던 장일의 심정이 그의 범행이 벌어진 “벼랑 끝”에서 드러났다면, 선우를 바다 속에 유기하고 돌아가는 그의 내면은 외줄처럼 위태로운 구름다리의 배경이 설명해준다. 그 다리 위에 잠시 멈춰서며 선우를 생각하던 장일은 끝내 뒤돌아보지 않은 채 말 그대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건너고야 만다. 이러한 연출의 힘은 마침내 대면하게 된 선우와 장일의 한밤 중 거실 대화 신을 통해 특히 잘 드러났다. 기억이 없는 척 질문을 던지는 선우와 우유나 마시라며 말을 돌리려는 장일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은 우유잔의 움직임을 클로즈업한 삽입컷과 끊길 듯 이어지는 현악기 연주 그리고 둘의 내면을 파고 들어가듯 줌인해가는 카메라 워크로 팽팽하게 날이 선다. 자칫 진부해질 수 있는 원수지간 대면 신을 고도의 심리극으로 진화시키는 연출의 힘을 보여준 5회였다.

글. 김선영(TV평론가)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