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미안하다>, 김수현표 홈드라마의 빛과 그림자
, 김수현표 홈드라마의 빛과 그림자" /> 1-3부 TV조선 월 밤 9시 40분
이른바 ‘설 특집 가족극’에서 방송 시작 십분 만에 “명절 같은 거 진짜 싹 다 없어졌으면 좋겠어” 라는 대사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3시간여의 방영 시간을, 화해도 위로도 없이 온 가족이 싸우는 내용으로 가득 채운다. 그렇다. 이것은 김수현의 가족극이다. 는 고전적이다 못해 고리타분하기까지 한 제목과 ‘소외된 아버지의 자리’라는 진부한 메시지 그리고 신파에 가까운 결말을 지닌 정통홈드라마지만, 동시에 작가 김수현의 개성이 어김없이 드러난 작품이기도 하다. 드라마는 마치 연극처럼 진행된다. 무대는 주로 아버지 용만(김영철)과 어머니 순주(양희경)의 집에 고정되어 있고, 이야기는 섣달그믐 오후에서 정월 초하루 오전까지 약 하루 동안에 걸쳐 펼쳐진다. 하지만 그 시간은 온 가족 평생의 갈등이 한꺼번에 폭발하는 문제적 하루다.

용만 부부 네 남매의 축적된 갈등은 둘째 딸의 이혼 선언을 계기로 수면 위로 분출되고, 결국 그 깊은 곳에는 퀵서비스 배달원인 아버지와 가사도우미인 어머니의 노동과 가난에 대한 부끄러움이 자리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이 모든 갈등이 폭발하는 동안 정작 아버지는 고개 숙인 채 거의 말이 없다. 그의 삭힌 감정은 구급차에 실려 가며 자신의 지난 노동의 시간을 돌아보는 엔딩신에서 조용히 드러날 뿐이다. 그의 고통은 끝내 침묵으로 남는다. 김수현은 자신의 역대 인물들 가운데 가장 말이 없는 캐릭터일 용만을 통해 신파적 화해의 결말로 봉합될 수 없는 우리 시대 가족의 현실을 그린다. 신세대 자식은 부모를 연민할지언정 이해하지 못하고 그 자식들을 키워낸 가난한 부모의 세대는 침묵 속에 저물어 가고 있다. 전형적 가족극의 틀 속에서 어쩔 수 없이 해체되어 가는 우리 시대 가족의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는 는, 김수현의 가족극이 맞다.

글. 김선영(TV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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